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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화제

‘周易 경영’으로 회사 키우고 돈번 사람들

역학과 비즈니스의 신비로운 접점

  • 글: 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周易 경영’으로 회사 키우고 돈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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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가 뜨고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고
  • 꽃이 피고 새가 날고 움직이고 바빠지고
  •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 운명처럼 만났다가 헤어지고 소문 되고
  • 아쉬워지고 헤매다 다시 시작하고 다시 계획하고
  • 우는 사람 웃는 사람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 어두운 곳 밝은 곳도 앞서다가 뒤서다가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춤을 추듯) 돌고(노래하며)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周易 경영’으로 회사 키우고 돈번 사람들
록가수 전인권이 1988년 작사, 작곡한 노래 ‘돌고 돌고 돌고’다.

어느 일요일 오후, 집에서 윤도현 밴드의 음반을 듣던 중 이 노래를 듣게 됐다. 예전에 전인권의 목소리로 듣던 노래를 윤도현의 목소리로 들어보니 또 다른 맛이 있다. 특히 가사가 귀에 쏙 들어왔는데, 과거에는 느끼지 못한 어떤 의미가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노래를 들으며 같이 흥얼거리다보니 묵은 걱정거리도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기분 좋았던 일도 시시하게 여겨졌다.

주역(周易)과 경영의 접점을 주제로 한 이 글을 쓰기 위해 만난 경영인, 컨설턴트, 경영연구소장들도 이 가사가 주는 의미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사업이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가 있다. 웃는 직원이 있고, 우는 직원이 있다. 때로는 기술력보다 운이 따라준 덕분에 사업에 성공할 때도 있다.

인생은 플러스와 원점, 그리고 마이너스 지점을 일정한 주기로 오가며 흘러가는 그래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명리학을 공부한 경영인들은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가리고, 조화를 존중하며, 자신의 분수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운명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의 자세는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주 보고 투자 결정

우리 주변엔 경영이라는 극히 합리적인 영역에 명리학이라는 다소 신비스럽고 엉뚱한 학문을 연결시키려고 애쓰는 경영인이 적지 않다. 직접 명리학을 공부해서 사원을 뽑을 때 사주를 보는 경영인도 있고,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명리학을 이용하는 경영연구소장도 있다. 연초엔 으레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한 해의 팔자를 보고 사업계획을 세우는 경영인이 있는가 하면, “아직 때가 아니다”는 말을 듣고 미련없이 사업을 접은 경영인도 있다.

한 외환딜러는 1분 앞의 미래를 예측하는 비법을 배우려고 10년 동안 웬만한 도사란 도사는 다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 결과 소원대로 직관력을 터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했는데, 투자하는 곳마다 대박이 터져 거부가 됐다고 한다.

경영 컨설턴트인 김경준 딜로이트 투쉬 이사는 최근 3년 동안 200개가 넘는 중소기업 CEO들을 접촉했다. 이들에게 경영과 투자에 관해 자문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상당수 중소기업 사장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사주를 본다는 사실이다. 자금과 인력, 국내외 투자여건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상의한 끝에 투자하기로 결심하고서도 막상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이 오면 머뭇거린다는 것.

불확실성 속에서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김이사가 보기엔 단순히 이런 점 때문에 투자 직전에 와서 망설이는 것 같진 않다고 한다. 어떤 기업의 사장은 먼저 운세를 보고 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김이사에게 특정한 사업계획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김이사는 “한국인은 누구에게나 마음 속 깊이 샤머니즘적 요소가 자리잡고 있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경영자들도 이런 비합리적 영역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코스닥의 대표주자로, 국내 벤처기업 중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업체 휴맥스는 인사관리를 외부 업체에 맡겼다. 조직관리의 핵심인 인사관리를 아웃소싱하는 기업은, 필자가 알기로는 거의 없다.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은 현덕경영연구소 임성원 소장에게 100명이 넘는 휴맥스 직원의 관리를 맡겼다. 물론 변사장이 인사권마저 임소장에게 넘겨준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목표관리, 자리 이동, 사내 커뮤니케이션 등 직원들이 회사 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임소장의 임무다.

재미있는 것은 임소장이 호주머니 속에 늘 만세력을 넣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만세력이란 사주를 볼 때 사용하는 달력. 그는 이 만세력을 들추며 휴맥스 직원들의 사주를 봐준다. 그렇다고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변사장 곁에서 사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임소장에게 명리학은 직원들과 격의없고 솔직한 대화를 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일 뿐이다.

임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롯데그룹 기조실 인사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컨설팅업체에 근무할 때도 기업의 인사관리 프로젝트를 맡았다. 1997년 말, 휴맥스 변사장은 임소장에게 휴맥스의 인사관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임소장은 이를 받아들여 그후 지금까지 경기도 분당의 휴맥스 본사에서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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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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