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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론

서울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자

‘단기 홍콩, 장기 런던’이 모델

  • 글: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서울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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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제조업 전반에서 우리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세계는 IT에 기반한 지식 기반 경제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동북아의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국제금융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대내외적 여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서울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자
우리는 40여 년간 정부가 주도한 제조업 중심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세계에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제조업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고, 일부 제품들은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21세기에도 우리가 이런 성장 모델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대답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1997년 외환위기도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정부 주도 경제 운영에 집착한 결과 불거진 것이다. 또한 세계는 이미 정보통신산업을 기반으로 이른바 지식 기반 경제(knowledge-based economy)로 이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구 13억이 넘는 이웃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를 무섭게 따라오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우리 경제의 성장 기조도 벌써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외환위기 직전 1만달러를 넘어섰던 1인당 국민소득이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발전 모델과 성장 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이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을 동북아의 경제 중심지(business hub)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가 발전 비전이 제시됐고, 다행히 많은 국민이 이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국가 발전 모형에서 빠뜨린 것이 있다. 어느 나라나 지역이 진정한 경제 중심지가 되려면 그 나라나 지역은 우선 금융 분야에서 중심지가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제 중심지란 한마디로 인근 국가에 필요불가결한 많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는 곳인데, 그런 서비스 중 핵심이 되는 게 바로 금융 서비스다.

국제금융중심지에도 級이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시안이나 민간에서 제안한 내용은 주로 물류 같은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제안들은 동북아의 경제 중심지가 되려면 먼저 금융 중심지가 돼야 한다는 점을 놓침으로써 커다란 맹점을 갖고 있다. 예컨대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은 세계적인 경제 중심지인데, 그것은 그들이 바로 금융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중심지(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란 국내 거주자 사이에는 물론이고 외국 거주자 간, 그리고 외국 거주자와 국내 거주자 간에 여러 형태의 금융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국제금융중심지는 앞서 말한 런던과 뉴욕이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들 수 있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일랜드 더블린, 미국의 샬롯과 델라웨어, 그리고 케이먼 아일랜드 등이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같은 급의 국제금융중심지는 아니다.

우선 런던과 뉴욕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시장 참여자들을 상대로 장단기 채권, 주식, 선물, 파생상품, 개인신탁, 연금, 예금, 대출, 보험 등 온갖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들을 두고 종합적(broad-end)이며 세계적(global)인 금융 중심지라 일컫는다. 특히 런던은 국내 거주자보다 해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 비중이 뉴욕보다 더 높아 국제금융중심지로서는 더 높이 평가받는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 홍콩 등은 여러 가지 금융상품을 취급하지만, 고객이 주로 아시아 지역에 한정돼 있다. 이들은 자국 경제 규모가 작고 자금 공급자 대부분이 비거주자들이며, 자금 사용자도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이라기보다는 아시아 지역을 발판으로 활동하는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국제금융중심지이기는 해도 엄밀하게 따지면 지역(regional) 국제금융중심지로 분류된다.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위스 취리히, 룩셈부르크, 케이먼 아일랜드 등은 개인의 자산관리, 기금운용, 보험 등 몇몇 금융상품에 특화하는 이른바 틈새시장(niche market)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더블린, 델라웨어 등은 자체 금융거래에 중심을 둔다기보다는 다른 금융 중심지에서 발생한 금융거래의 회계처리, 계약작성, 법정기록 등 이른바 후선 업무(back-office service)에 집중한다.

이처럼 여러 형태의 금융 중심지가 있는데, 이들은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첫째, 국내 거주자를 상대로 하는 금융거래든 비거주자를 상대로 하는 금융거래든 정부 규제나 감독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둘째, 금융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이 전혀 없거나 매우 낮고, 정부 규제도 적으며 금융비밀과 익명성이 잘 보장된다. 셋째,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창의적인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국제거래를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성사시키는 회계, 법률, 신용평가 분야의 전문가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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