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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리포트

‘거대 은행’은 있지만 ‘강한 은행’이 없다

한국 ‘은행 4강’의 경쟁력

  • 글: 강기택 머니투데이 금융부 기자 acekang@moneytoday.co.kr

‘거대 은행’은 있지만 ‘강한 은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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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은행들은 소매금융을 강화하고 부실자산을 감축하는 노력 등에 힘입어 수익성과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는 등 외환위기 이전에 비하면 경쟁력이 훨씬 높아졌다고 평가받는다.

은행별 자산규모와 수익성, 강점 등을 살펴보면 우선 국민은행은 총자산이 통합 당시 165조원에서 2002년 9월 말에는 205조원으로 늘었다. 합병을 하면 고객이 이탈하고 일시적으로나마 외형이 감소하는 선진국 은행들의 전례를 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은행은 9월 말 현재 당기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1조5129억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매금융에서의 절대적 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PB(프라이빗 뱅킹) 마케팅, SOHO(소규모 개인사업자) 영업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2002년 말 총자산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2위 우리은행은 9월 말 현재 당기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배나 늘어난 8528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연말까지 1조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85%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다.

특히 우리은행은 국내 30대 계열기업군 중 삼성, LG 등 16개 그룹의 주거래 은행일 정도로 기업금융에 강하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가계 및 중소기업 부문의 약세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을 합친 통합 하나은행의 총자산은 85조원이다. 두 은행은 이미 2002년 3/4분기에 2001년 말 당기순익 수준인 4254억원을 돌파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1.49%로 한미은행에 이어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프라이빗 뱅킹이 단연 돋보인다. 최근에는 투자은행 부문도 강화했으며,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점포망과 거래고객수 열세를 서울은행과의 합병으로 크게 보완했다.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9월 말 기준으로 65조원. 9월 말까지의 당기순익은 4448억원으로 2001년 연간 당기순익인 347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59%로 한미·하나은행과 더불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설립 초기부터 중소기업 부문을 특화해 왔으며 인터넷뱅킹에 강점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의 인터넷뱅킹서비스는 인터넷금융컨설팅업체인 스톡피아닷컴의 정기평가 결과 7회 연속으로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4강 은행이 나름대로의 강점을 갖고 있으며, 수익성·건전성 부문에서도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는 사실을 대체적으로 인정한다. 그렇지만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그저 ‘거대 은행’에 머물지 않고 ‘강한 은행’으로 거듭나려면 차별화한 핵심역량이 필요한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대우증권 서영수 연구위원은 “단순히 자산이 많고 적은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신용카드나 가계대출 등으로 함께 몰려가서 수익을 내다가 똑같이 연체율이 높아져 리스크에 노출되는 등의 행태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4개 은행 모두 기업금융 부문은 등한시하고 소매금융에만 편중되는 경향은 은행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수익모델의 후진성 개선도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4개 은행의 장단점은 은행산업 전체 구도에서 따로 떼놓고 분석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1위 은행과 2위 은행의 격차에서 오는 시장구조의 왜곡과 자산확대 경쟁에 따른 수익악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다른 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이나 집중도 차이가 워낙 커 은행들이 수익성 향상을 표방하면서도 단기적으론 너나 할 것 없이 자산을 늘리려는 데만 치중, 차별화에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약점도 거론된다.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절체절명의 과제였던 리스크 관리를 위해 CRO(Chief Risk Officer·최고 리스크 관리자)를 선임하고 신용평가 시스템(CSS), 리스크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했지만, 아직 선진 금융기관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으나 아직 안착되진 못했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감독당국과 외부 환경 등 타율적인 힘에 의해 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자율적으로 리스크 대처능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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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기택 머니투데이 금융부 기자 acekang@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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