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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패밀리, ‘부활의 노래’ 부른다

‘마른 걸레 짜기’경영, 고객 맞춤 수주, 틈새시장 공략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대우 패밀리, ‘부활의 노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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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거대 재벌 신화의 붕괴, 한국형 선단식 경영의 침몰을 온몸으로 보여주며 사라져간 대우그룹. 그러나 ‘대우’라는 이름 두 글자는 아직도 쌩쌩하게 살아 숨쉰다.
  • 가사(假死)상태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옛 대우의 주력 계열사들이 권토중래를 예고하고 있다.
  • ‘용궁 다녀온 토끼’ 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이다.
대우 패밀리, ‘부활의 노래’ 부른다
대우그룹은 몰락했다. 그러나 대우맨들은 살아 있다. ‘대우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대우’의 이름으로 뛰고 있다. 나지막하지만 다부지게 ‘부활의 노래’를 부르면서.

도미노처럼 무너져간 옛 대우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채권단의 부축을 받으며 응급실로 실려간 지 4년. 대수술과 물리치료, 재활훈련을 거듭한 끝에 몇몇은 퇴원했고, 나머지도 완치 판정을 앞두고 있다. 막대한 ‘병원비’를 치러야 할 과제가 남았지만, “죽다 살아났는데, 건강한 몸으로 뭘 해선들 못 갚겠냐”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종합기계,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일렉트로닉스. 들어본 듯도, 아닌 듯도 한 이름들이다.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종합기계는 대우중공업에서,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은 (주)대우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대우전자에서 떨어져나와 새 간판을 달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이 웨이’를 선언한 이들 5총사가 저력을 발휘하며 대우의 명예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현저한 실적 상승에 힘입어 조선해양과 종합기계는 이미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건설과 인터내셔널은 워크아웃 졸업 직전 단계인 자율추진체제에 돌입했다. 일렉트로닉스도 당초 일정보다 3년 앞선 내년쯤 워크아웃을 졸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선박 집중 수주

대우그룹 12개 계열사 중 가장 먼저(2001년 8월)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조선해양(대표·정성립)은 올해 매출 3조7600억원, 영업이익 3500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11.6%, 영업이익은 29.2% 증가한 수치다.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2.5배 이상 높은 것은 2001년 이래 집중 수주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실적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LNG선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 LNG 같은 특수 화물을 실어 나르려면 특수한 선체 구조와 장비를 갖춰야 하므로 배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LNG선의 t당 평균단가는 컨테이너선의 2.6배, 유조선의 3.3배, 살물선의 4.4배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2001∼2002년 세계 전역에서 발주된 44척의 LNG선 가운데 3분의 1인 15척을 수주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기화설비 없이 선박에서 육상으로 직접 LNG를 공급할 수 있는 LNG-RV도 4척이나 수주하는 등 세계 LNG선 시장 점유율 35%로 1위를 지키고 있다.

대우조선 심규상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은 “수 년 전부터 세계 LNG선 시장의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LNG선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설계기술력 향상과 과감한 시설 투자에 진력했다”며 “덕분에 기업분할 이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에는 ‘표준 선형’이 세계 조선 시장을 주도했다. 40년 이상 세계 시장을 장악해온 일본이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추기 위해 선박을 선종별로 표준화한 뒤 기본 설계에 따라 일관라인에서 TV를 생산하듯 배를 만든 것이다. 고객인 선주들은 정형화한 설계에 이런저런 옵션을 보태고 싶었지만 무시되기 일쑤였다.

대우조선은 바로 이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일본과의 수주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최대한 설계에 반영하는 ‘맞춤 수주’ 전략을 고수한 것. 그 결과 대우조선은 유연하고 탄력적인 선박 설계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고, 1990년대 후반부터 쏟아져나온 다양한 유형의 LNG선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회사 이미지 추락으로 선박 수주에 치명타를 맞은 워크아웃 기간에도 기존 선주들의 재발주율이 50%를 상회했을 정도다.

LNG선과 VLCC(초대형 유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대우조선은 지난 4월 말에 이미 올해 수주 목표액 28억3000만달러의 58%를 달성했으며, 현재 VLCC 11척, LNG선 18척 등 2년 6개월치 이상의 안정적인 조업 물량을 확보해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박수리를 전담해온 작업장에서도 배를 만들어야 할 만큼 일거리가 넘쳐난다. 제한된 조선소 부지 안에서 이렇듯 많은 물량을 빨리 소화하려면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이른바 ‘프로덕트 믹스(Product-mix)’다. 하나의 선박 건조 도크에서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동시에 만듦으로써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대우는 조선회사의 매출·수익성과 직결된 프로덕트 믹스에서도 강점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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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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