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경영일기

‘표적 개발’로 ‘영세기업’한계 뛰어넘는다

양흥준 LG생명과학 대표이사

‘표적 개발’로 ‘영세기업’한계 뛰어넘는다

1/3
  • 제약산업은 ‘무모한’ 사업이다. 엄청난 규모의 R&D가 필요할 뿐 아니라 그 결과를 확신하기도 어렵다. 정부의 역량 또한 필수요소다. 그래서 신약 개발은 몇몇 선진국 거대 제약회사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하지만 정책 탓, 여건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나름의 현실적 접근법을 찾아 파고들면 길이 보인다.
‘표적 개발’로 ‘영세기업’한계 뛰어넘는다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를 개발한 LG생명과학의 주요 임원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양흥준 사장

한국은 지난 40여 년간 산업국가 건설을 지향해 노력한 결과 이제 제조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철강, 조선,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정유 등의 기간 산업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고, 생산능력 면에서도 세계 5∼6위권에 든다. 최근에는 특히 인터넷 활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그야말로 세계 정상에 이른 느낌이다. 국민의 소비생활 부문을 살펴보더라도 이제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고, 삶의 질에 대한 요구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만한 수준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우리도 잘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정부, 기업,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빨리, 많이 생산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있었다. 눈여겨볼 만한 사실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많이 생산해야 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량을 많이 생산하면 됐고, 옷감을 많이 생산하면 됐고, 집을 많이 지으면 됐다. 그밖에도 선진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을 생산 대상으로 삼으면 됐다. 그렇게 해서 TV, 냉장고, 자동차, 선박 같은 것들을 만들어냈다. 말하자면 하드웨어 산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결과 우리 사회와 경제를 오늘날의 모습과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나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는 낮게 잡아도 세계 7∼8위는 되어야 할 터인데, 우리 경제 규모는 여전히 12∼13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1만달러 수준을 오락가락한 지가 10년이나 됐다. 지난해에도 900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국민소득 1만달러 국가에서 탈피해 2만∼3만달러 수준으로 경제가 성장,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산업

40년 전, 국민의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산업의 불모지였던 상황에서 오늘날과 같은 산업국가를 건설해낸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며, 그 주역인 우리의 선배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바쳐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는 지금까지 하드웨어 산업을 이끌어오면서 산업국가 건설을 지상 목표로 삼았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기초생활 수준이 확보된 지금 하드웨어 산업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다가는 경제 발전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오늘날 30만명의 우리 자녀들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연간 2만달러를 쓴다고 보면 한 해 60억달러가 해외 유학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해 세계 경제가 치명타를 맞았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던 시절에는 가족 중에 이런 환자가 생겨나도 애만 태울 뿐 옆에서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학이 발달해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치료와 간병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렇듯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시키는 일, 사스와 같은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 등은 자동차나 배를 만드는 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 즉 교육산업, 보건산업, 의료산업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Software Industry)이고, 후자는 눈에 보이는 산업(Hardware Industry)이다. 전자는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산업이며, 후자는 돈을 많이 벌겠다는 동기가 크게 작용하여 생산물의 양이 중요시되는 산업이다.

의식주 해결을 추구할 때는 내 욕심 채우기에 바쁠 뿐,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한다. 그러다 의식주에 대한 욕구 충족 수준을 넘어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되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요구받게 된다. 가령 헬렌 켈러나 스티븐 호킹 박사를 길러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배려와 비용이 필요했을지 생각해보면 삶의 질 추구는 ‘끝이 없는 영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몸이 불편해 병원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환자들에 대한 우리나라 병원들의 배려와 간병 수준이 선진국의 그것에 크게 못미친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인간의 삶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산업과 경제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단의 지위로 복귀시켜야 정체 상태에 빠진 우리 경제가 무한한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1/3
목록 닫기

‘표적 개발’로 ‘영세기업’한계 뛰어넘는다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