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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식 하나로통신 전 회장 격정 토로

“LG·SK·삼성, 주인 돼달라 매달릴 땐 외면하더니…”

  • 글: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신윤식 하나로통신 전 회장 격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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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콤 관련, 정통부·산자부 장관 회동 주선 ●LG에 “김-오하라 메모 만들자” 제안 ●파워콤 인수 성공할까 오히려 겁났다 ●LG측에 ‘피맺힌 편지’ 보낸 사연 ●지난해 LG 2000억원, SKT·삼성 각 3000억원에 주인돼달라 요청 ●두루넷 인수 무산 비화 ●경찰의 비자금 조성 내사 “음해에 의한 것” ●재벌이 통신사업 성공하기 힘든 이유
신윤식 하나로통신 전 회장 격정 토로
신윤식(67) 하나로통신 전 회장(현 하나로드림 회장)은 우리나라 ‘통신 1세대’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이다. 신회장은 지난 3월28일 정기주총에서 하나로통신 회장직을 사임했다. ‘용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하나로통신 1대 주주인 LG의 전방위 압력에 의한 ‘축출’에 가까웠다.

체신부 차관, 데이콤 사장을 거쳐 1997년부터 그 해 창립한 하나로통신 대표이사직을 맡아온 신회장은 ADSL 도입으로 우리나라에 초고속통신망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재직 동안 하나로통신은 파워콤 및 두루넷 인수를 시도하고 11~14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에 나서는 등 통신산업 구조조정의 ‘핵’ 역할을 해왔다. 이른바 ‘통신 3강론’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 온 신회장은 정력적 활동과 직언직설로 유명한 통신판의 ‘이슈메이커’이기도 했다.

LG그룹의 하나로통신 인수 작전으로 재계가 떠들썩한 요즘, 서울 양재동 국제전자센터 하나로드림 회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하나로통신 회장 퇴임 후, 통신업계 현안과 관련한 언론들의 집중적인 인터뷰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해 온 신회장은, 이 자리를 빌려 파워콤·두루넷 인수전 비화, 외자유치 좌절기, LG그룹과 하나로통신의 기막힌 인연, 현 통신산업 구도에 대한 견해, 경찰 내사에 대한 항변 등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먼저 2002년 내내 통신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파워콤(당시 한국전력 자회사이던 기간통신망 사업자) 인수전 뒷이야기부터 해주시죠. 결국 파워콤은 데이콤 손에 넘어갔는데요. 데이콤이라곤 하지만 사실상 그 주인인 LG그룹과의 한판 승부였죠?

“하나로통신이 설립된 게 1997년 9월입니다. 하나로통신은 그때부터 파워콤 인수를 검토했어요. 어차피 하나로통신도 새 망을 포설해야 하니, 파워콤을 인수한다는 전제하에 계획을 세우면 좋겠다 싶어 외부 회계법인에 용역을 줬습니다. 그때는 파워콤이 한전으로부터 독립하기도 전이었어요. 1999년 초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그를 통해 주당 가격은 7500~8000원 정도가 적합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죠. 그런 준비 끝에 지난해 4월, 한전에 파워콤 지분매각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겁니다.”

“많이 쓰면 회장, 적게 쓰면 사장”

-파워콤 입찰은 상당한 난항을 겪었는데요, 2번이나 유찰됐으니까요.

“사실 그때도 사연이 좀 있어요. 2차 입찰이 진행될 즈음, 양승택 당시 정통부 장관과 장재식 당시 산자부(한전 주무부처) 장관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셋이 롯데호텔에서 조찬을 했지요. 그 자리에서 제가 두 분께 요청했어요. 장장관께선 파워콤을 비싸게 팔겠다고만 생각 마시고 국가 통신백년대계를 위해 어찌 하면 좋을지 생각해주십시오, 또 양장관께선 산자부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게 해줄까 고민해주십사고요. 근데 그게 어찌 말이 나갔는지 기자들이 찾아오고 해서 겨우 빠져나왔지요.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요. 아, 그런데 산자부 장관이 신국환씨로 바뀌어버린 겁니다.

헌데 2차 입찰이 유찰된 다음 신문을 보니, 신장관이 한 모임에서 ‘적당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수의계약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거예요. 제가 발끈했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여기저기 청원을 넣었어요. 그래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하여튼 세 번째 공고가 나더군요. 세 번째 의향서를 넣고 LG측에 협상을 제안했습니다.”

-하나로통신은 계속 데이콤과의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에 관심을 가졌던 듯합니다만. 협상이란 바로 그걸 두고 하는 말인가요.

“사실은 세 번째 의향서 제출 마감 전날 박운서 데이콤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조찬을 요청했어요. 비서실도 안 통하고 비밀리에요. 내일이 마감인데 마지막 절충을 해보자, 이대로 가면 누가 선택되든 너무 비싸게 사게 된다고요. 외국 투자자들은 그때 파워콤의 가치를 주당 8000원 미만으로 보고 있었어요. 저는 1만원 정도가 적정하다 봤고요. 하여튼 비싸게 사는 것도 방지하고, 또 어차피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은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한 배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 협력하자고 강하게 요청했어요.”

-당시는 파워콤 인수 문제로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간 감정 대립이 상당하던 때였습니다. 박회장 반응은 어떻던가요.

“당신은 혼자 결정할 수 있으나 우리는 그룹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시 ‘김-오하라 메모처럼 우리도 메모를 교환하자’고 했습니다.”

‘김-오하라 메모’란 1964년 한일 수교 당시, 우리측 협상대표로 나선 김종필과 일본의 오하라가 비밀리에 교환한 메모를 뜻한다.

-어떤 내용을 담자고 제안했습니까.

“무슨 담합을 하자는 게 아니라, 최고 책임자가 실무자에게 눈 깜짝깜짝 하면 되지 않겠나. 그러니까 서로 힘 합치기로 했다는 뜻을 밝히면 밑에서도 덜 긴장해, 그리 높은 가격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였어요. 그렇게 해서 좀 많이 쓴 쪽이 대표이사 회장, 적게 쓴 쪽이 대표이사 사장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근데 박회장의 뜻은 달랐어요. 일단 제출하고 보자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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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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