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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하나로통신 인수전 막전막후

‘명분’ 믿고 청와대 대시, 쉽게 가려다 ‘도루묵’

  • 글: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LG의 하나로통신 인수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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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유상증자 실현을 위해 삼성전자, SK텔레콤을 상대로 다각도의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또 한번의 청와대 보고를 계획했다. 증자안 처리를 6일 앞둔 7월30일, 정홍식 사장은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과 김태유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상대로, 유상증자의 당위성과 경제 효과, ‘선 증자 후 외자유치’의 장점, 외자유치 추진 상황 등을 보고했다. 아울러 도표를 통해, 하나로·데이콤·파워콤·두루넷 합병이 통신시장 경쟁체제 구축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을 설명했다.그렇다면 LG는 청와대에 왜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을까. 대규모 사업구조조정을 앞둔 재벌그룹이 청와대에 그 배경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관심을 끄는 것은 내용과 제출 시기다.첫째, LG는 외자유치가 국가적 화두로 부상한 마당에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외자 유입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 해명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 북핵 위기, 노사 문제 등으로 외자유치 성과가 미미한 가운데, 국가신인도 재고에 기여할 것이 분명한 대규모 거래를 LG가 방해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LG의 한 고위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외자유치가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외자유치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듣고 뜨끔했다”고 말했다.

둘째, 청와대 또는 정통부의 측면 지원을 바랐을 가능성이다. LG가 들고 나온 ‘통신 3강’ 안은 양승택 전 장관 이후 정통부의 기본 정책인양 인식돼 왔다. 그런 만큼 정통부가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LG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정통부가 공개적으로 “하나로통신 문제는 유상증자가 성공하건 실패하건 전적으로 LG 책임이며 정통부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LG의 한 임원은 “정통부의 태도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유상증자에 성공한다 해도 정부의 전폭적 지원 없이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T의 한 임원은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을 순조롭게 합병한다 해도 설비 투자, 두루넷 인수 등을 위해서는 2조~3조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LG는 그만한 자금력이 없다. 외자유치 또한 데이콤 합병·경영권 유지 등을 조건으로 내건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가 이것저것 모아 대형사업자가 된 후, 부실화에 따른 국가경제 부담을 명분으로 정부에 과도한 정책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LG측은 “SK텔레콤, 삼성전자 등의 설득을 위해서도 나름대로 노력했다. SK텔레콤에는 유·무선 번들링에서 불이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삼성전자에는 좋은 값에 보유 주식을 살 뜻이 있음을 전달했다. 삼성의 경우 먼저 매수를 제안해 놓고 이사회에서 거부해 버렸다. 그래도 우리는 표결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질 줄 알았다. 명분, 국익, 하나로통신의 이익에 모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이왕 5000억원을 투자할 작정이라면 우선 3000억원 정도를 들여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식의 과감한 투자가 선행됐어야 한다. 아니면 주식시장에서 1.5~2%의 지분만 더 확보했어도 유상증자안은 무난히 통과됐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LG가 너무 싼 값에 하나로통신을 가져가려 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한 통신사의 전직 CEO는 “LG는 ‘워스트 케이스’를 기준 삼아야 한다는 비즈니스의 기본상식을 간과했다. 삼성은 그룹 간 경쟁의식 때문에, SK텔레콤은 유무선 통합사업자 등장에 대한 경계의식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은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각오로 뛰어들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LG의 하나로통신 인수전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LG는 새로이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외자유치-유상증자에 이은 ‘3라운드’는 다시 외자유치 건이다. LG의 ‘반란’은 하나로통신에 외자 아닌 대안도 있을 수 있음을 공표한 점에서 유치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자유치는 하나로통신이 ‘중립’을 지키기를 바라는 SK텔레콤이나 KT의 이해에도 부합한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AIG측에 “향후 유무선 번들링 상품을 판매함에 있어, 하나로통신이 독립경영을 유지해야만 LG뿐 아니라 SK텔레콤과의 제휴도 가능해진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다. 경영권 확보를 노리는 LG와는 전혀 다른 관점이다. SK텔레콤은 AIG를 비롯한 외자의 ‘1대 주주(LG) 우선매수권 불인정’에도 이해를 같이 한다. 훗날 외자가 지분을 정리하려 할 경우 LG는, 관례상 당연히 1대 주주인 자사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외자측은 더 높은 가격을 쳐줄 매수자를 찾기 위해, SK텔레콤은 하나로통신의 주인이 될 길을 열어두기 위해 ‘불인정’을 선호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LG는 제대로 맥을 짚어낼 수 있을 것인가. 총수의 ‘결단’과 치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동아 200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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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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