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추 적

1000만달러 소송 휘말린 한국타이어, 불법 외환거래·배임·주가조작 의혹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1000만달러 소송 휘말린 한국타이어, 불법 외환거래·배임·주가조작 의혹

1/6
  • 대주주의 불법 역외펀드 설립·운영, 대주주의 주식옵션 이면계약과 이에 대한 회사의 이행보증, 주식 불공정 거래, 해외 자금 은닉….
  • 국내 굴지의 타이어 메이커인 한국타이어가 국내외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행정소송에 휘말리면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이 직무를 유기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000만달러 소송 휘말린 한국타이어, 불법 외환거래·배임·주가조작 의혹
국내 1위, 세계 7위의 타이어 메이커인 (주)한국타이어가 미국에서 1000만달러짜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고, 국내에서도 관련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에 연루되는 등 ‘복합 소송’에 휘말려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중미 케이만군도에 적(籍)을 둔 페닌술라 애셋 매니지먼트사(社)는 한국타이어 대주주가 불법으로 역외펀드를 설립, 운영하면서 계약 위반으로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100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미국 텍사스주 타란트 카운티 법원에 제기했다.

페닌술라 애셋 매니지먼트의 실질적 운영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국제금융 전문가인 P씨(텍사스주 댈러스시 거주)는 이어 지난 4월 한국타이어의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자료를 공개하라며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고,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일부 자료만 공개하자 이번에는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P씨는 또 지난해 12월 한국타이어 감사보고서에 대한 금감위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 조치가 미흡했다며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 의결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여러 모로 시선을 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인이 자본금 한푼 없이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 이른바 ‘검은머리 역외펀드’를 만들어 거액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수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식옵션 이면계약, 대주주의 이면계약 이행을 보증하기 위한 기업의 약속어음 발행,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한 역외펀드 채권 매입 등 고도의 금융기법이 다양하게 활용됐다. 주식 불공정 거래와 시세 조작 의혹도 불거졌다.

역외펀드의 설립과 운영, 청산, 펀드 자산의 기업 재무제표 계상에 이르기까지 6년 여에 걸쳐 진행된 정교한 ‘머니게임’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들며 관찰자의 인내력을 시험한다. 그 과정에서 금융감독기관이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있다 할 것이다.

역외펀드 만들어 주식 매수

우선 P씨의 설명을 토대로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자. 워낙 복잡한 금융기법이 사용된 만큼 ∼를 참조하며 흐름을 좇아가야 거래구조를 이해하기 편하다. 소송의 한쪽 당사자인 P씨의 설명인 만큼 일부 내용은 한국타이어나 금융감독원의 주장과 다르다. 이처럼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따로 살펴보기로 한다.

1996년 8월 한국타이어측은 조세 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자하마(Jahama)’ ‘제이드(Jade)’ ‘오션(Ocean)’ 등 3개의 역외펀드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각 0.1센트. 그나마 납입되지 않는 명목 자본금이었다. 자하마와 제이드는 한국타이어의 신용도를 빌려 3년 만기의 달러화 채권 약 4100만달러(당시 한화 약 300억원)를 제일은행 등 한국계 금융기관에게 발행했다(의 ①). 자하마와 제이드는 이렇게 끌어들인 자금으로 일본 기업 요코하마 고무가 보유해온 한국타이어 주식 76만주(상장주식의 13.2%)를 1주당 약 4만원(액면분할 이전 기준)에 매수했다(의 ②).

한편 자하마와 제이드는 이들 주식 전량을 달러 채권 만기까지 1주당 약 5만원에 한국타이어 최대주주(조양래 회장)가 매수하게 하는 콜옵션 및 풋옵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의 ③). 이후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채권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단가에 주식을 팔 권리를 확보, 이를 달러 채권을 매수하는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개인인 대주주의 약속만 믿고 거액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한국타이어는 주가 하락시 대주주의 주식 매수 이행을 보증해주면서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주식 매수 대금에 상당하는 외화 약속어음을 발행했다(의 ④). P씨는 “③이 불법 외환거래이기에 매수 대금 지급시 환전승인이 거부될 수도 있어 미리 약속어음을 발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대주주의 불법 외환거래를 회사가 입보해준 배임행위라는 것.

자하마·제이드 채권 만기를 10개월 앞둔 1998년 12월에는 또다른 역외펀드인 오션이 한국장기신용은행에 5년 만기 달러 채권 2000만달러를 발행했다(의 ①上). P씨에 따르면 외환위기 시점이던 당시 한국타이어 주가가 요코하마 고무로부터 인수한 가격의 절반인 2000원대로 폭락하자 해외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성, 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다시 채권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오션은 달러 채권 발행자금으로 자하마 달러 채권을 조기 상환할 목적으로 자하마와 콜옵션 계약을 체결, 자하마가 보유한 주식이 상승할 경우 상승분에 대한 권리의 대가인 옵션 프리미엄으로 자하마에 자금을 전달했다(의 ②).
1/6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목록 닫기

1000만달러 소송 휘말린 한국타이어, 불법 외환거래·배임·주가조작 의혹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