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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활성화 위한 비상대책기구 만들라

한국경제 회생을 위한 제언

  • 글: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

투자 활성화 위한 비상대책기구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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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모든 당사자의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노사정 탈퇴로 시간만 낭비하고 결국은 기존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편 법안 통과 지연으로 인해 개별기업 차원에서 주5일 근무제가 협상쟁점이 되는 바람에 노사문제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가 좋은 사례이다. 결국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국제적 기준에 맞는 노동법 개정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이런 불투명한 노사관계가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을 가속화시키고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불신 가중시킨 부동산정책

둘째, 일관성 없는 국책사업 추진이다. 환경단체의 반대 속에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수도권 외곽순환도로도 사패산 터널을 둘러싼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와는 반대로 위도 핵폐기장은 사전에 부안지역 주민의 여론수렴 없이 강행하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부안군수가 집단 린치를 당하는 등 공권력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셋째, 현 정부는 인수위를 출범시키면서 지방분권, 동북아 경제중심, 신행정수도 건설, 소득분배 개선 등 중장기 과제 14개를 선정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과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개념정리조차 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과제를 야심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을 모두 추진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 이전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총 17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한해 예산의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은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사안이다.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건설투자를 비롯하여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방향이 상당부분 달라진다. 다시 말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인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있다.



넷째, 부동산정책 역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켰다. 강남 재개발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권 주택가격은 불과 몇 달 사이에 두 배 이상 상승하였다. 그러나 강남 이외의 수도권 지역 주택 상승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강남 이외의 수도권 주택소유자, 특히 중산층 이상의 불만이 고조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든 주택 가격이 폭등하였던 1980년대 말과는 달리 현재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서민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자들은 예전처럼 투기지역 선정과 양도세 중과라는 전통적 정책을 답습하였다.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은 어떤 형태로든 구매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경제원론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올해 시행된 양도세 강화조치로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상승한 것은 세금의 전가에 따른 것이다.

FTA 비준 서둘러야

다섯째, 대외개방 문제이다. 대외무역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는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해외시장 확대가 필요하다. 대외개방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협정과 동시에, 많은 국가가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상정되어 있다.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반대 없이 통과시킨 칠레 하원과 달리 우리 국회에서는 동의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칠레 FTA는 그 실질적 내용 못지않게 상징성이 매우 크다. 우리가 최초로 맺게 되는 FTA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이미 작년에 FTA를 체결했으며 지난 8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과 칠레, 미국과 싱가포르간 FTA에 서명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05년까지는 전세계적으로 300여 개의 FTA가 발효될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FTA 체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만 고립된다면 우리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실제로 FTA 체결 지연으로 이미 대(對)칠레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칠레간 FTA가 발효되면서, 칠레가 수입선을 EU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재벌개혁을 둘러싼 논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각종 불공정거래와 재벌총수의 전근대적인 독단경영을 막기 위하여, 공정거래법과 금융관련 법안의 개정을 제시한 바 있다. 재벌의 금융지배를 막기 위한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계열금융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조기도입 등이다. 또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상호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제도는 유지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은 연장하기로 하였다.

현재 정부는 소송요건을 강화한 집단소송제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이 법안은 자산규모 1조원 미만의 기업은 소송대상에서 제외하고 집단소송 안건도 허위공시 등으로 범위를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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