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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유통 공룡’ 롯데, 전방위 공격경영으로 올인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상처 입은 ‘유통 공룡’ 롯데, 전방위 공격경영으로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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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해외 업무가 바빠 귀국할 수 없다”던 신 부회장이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일본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 훈련장에서 이승엽 선수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이 TV에 방영되자 검찰이 격분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롯데호텔 신동인 사장이 검찰에 소환됐을 때는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직접 참석해 조사했을 정도라는 것. “정치권에 건넨 자금 액수가 크지 않아도 죄질이 나쁘면 총수도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는 안 중수부장의 발언이 롯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를 오가는 신격호 회장을 보좌해 한국롯데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은 2000년 10월 ‘롯데 윤리강령’ 선포식에서 전 계열사의 윤리강령 실천을 총괄하는 ‘윤리위원장’에 취임하며 그룹 경영의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선포한 윤리강령에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대목도 있다. 전 계열사 사장을 모아놓고 경영권 승계를 가시화하던 현장에서 한 약속을 저버린 셈이니 이래저래 볼썽사납게 됐다.

탄탄한 자금력

롯데그룹은 5대 재벌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그 속사정은 베일에 가려 있다. 어지간해선 기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내부 변화나 신규 사업 계획이 사전에 노출되는 일은 드물다. 증권사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롯데는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탐방을 내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전화만 걸어도 빨리 못 끊어서 안달이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 정도 덩치의 그룹이면 ‘스타 CEO’ 몇사람도 나올 법 하건만, 오너가 그러하듯 전문경영인들도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다. 아파트 판촉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고객 앞에 내세웠던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 정도가 예외적인 인물이다.

기업 지배구조도 투명하지 않다. 롯데그룹 35개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는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삼강·호남석유화학 4개뿐이다. 이들 상장사도 발행주식 수가 적은데다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들의 보유 지분이 많아 주식 거래량은 극히 미미하다. 거래량 부족으로 증권거래소로부터 경고를 받으면 유통물량을 늘리기보다는 특수관계인들의 내부자 거래로 무마했다. 주가 관리에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롯데그룹에선 롯데호텔이 지주회사격이다. 롯데호텔은 롯데건설 지분 47.5%를 보유한 것을 비롯, 롯데상사(30.5%), 롯데산업(36.6%), 호남석유화학(13.6%), 롯데쇼핑(13.5%) 등 주요 계열사의 지배적 주주로 계열사 간의 연결고리 노릇을 하고 있다. 롯데호텔 지분은 일본롯데 관련회사들이 100%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롯데의 지배구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의 얼굴인 롯데쇼핑의 경우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21.74%, 장남인 일본롯데 신동주(辛東主·50) 부사장이 이보다 0.01%포인트 적은 21.73%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가족 기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롯데가 기업 상장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은 굳이 공시와 같은 번거로운 의무를 감수해가며 기업을 공개하지 않아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일본롯데라는 든든한 자금줄이 버티고 있다. 일본에서 일찌감치 사업에 성공한 신격호 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한국 투자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번 돈을 한국에 재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1963년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을 만난 뒤 “박정희에 대한 신뢰감에서 모국 투자를 결심했다”는 신 회장은 1970년대 초 외자 유치를 갈망하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한미음료(롯데칠성음료), 삼강산업(롯데삼강), 반도호텔(롯데호텔)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1979년 롯데백화점 본점을 개점하면서부터는 유통전문 그룹으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는데, 탄탄한 자금력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이때부터다. 유통업에서는 초기에 상권을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목좋은 부지를 사들이고 대형 매장을 지어올려야 한다. 그러니 자금 동원력이 승부를 좌우한다. 경쟁사인 신세계, 미도파 등이 두 자리수 고금리 자금을 어렵사리 끌어다 쓸 때 롯데는 필요할 때마다 일본에서 알토란 같은 저리 자금을 들여와 쏟아부었기에 정상 등극은 시간문제였다.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롯데의 유통부문 투자는 주로 백화점에 집중됐는데, 그 결과 오늘날 롯데의 백화점 시장점유율은 42%에 달해 2위 현대(21%)와 3위 신세계(12%)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많은 구도가 고착됐다.

‘될 것만 키운다’

신격호 회장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고 씌어진 액자가 걸려 있다. 겉치레를 삼가고 실질을 추구한다는 좌우명이다. 무분별한 사업진출, 과잉경쟁, 무리한 차입경영을 경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안한다’ ‘될 것만 키운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지 않으면 다른 것을 넘보지 않는다’는 철저한 보수 경영 원칙을 고수해왔다. 한국에서 40년 가까이 사업을 벌여왔지만, 지금껏 유통·식품·관광부문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또한 신 회장은 “몸에서 열이 나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까지 위태롭다. 기업에게 차입금은 우리 몸의 열과 같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는 논리를 설파해왔다. 그룹 전체 계열사의 절반인 17개 계열사는 지금도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을 만큼 재무구조가 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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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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