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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는 ‘노무현 2기’ 경제정책

질적 성장이 유일한 대안… 그러나 노조가 문제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는 ‘노무현 2기’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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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高유가와 중국 쇼크, 미국 금리 등 3대 악재 속에 노무현 정부 2기가 출범한다. 내수는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고 기업들은 투자할 맛이 안 난다며 불평인데 여당과 정부에선 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서로 ‘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노무현 정부 2기 출범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와 우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는 ‘노무현 2기’ 경제정책

외국인 투자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정치적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 6개월 뒤인 지난해 9월.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한국지사는 ‘독선이냐 실용이냐? - 한국경제의 선택(Dogmatic or Pragmatic? - Key for Valuation Multipl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정부가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는 실용적 정책(Pragmatic)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한국 시장의 가치는 몇 배로 뛰겠지만 나름의 원리원칙(Dogmatic)만을 고수할 경우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당시 이 보고서는 ‘친(親)노조’냐 ‘친(親)기업’이냐, ‘분배’냐 ‘성장’이냐를 놓고 정부 내에서조차 논란을 거듭하고 있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을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제1당을 차지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 업무에 복귀하는 등 정치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노무현 정부 2기의 경제정책이 또다시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논쟁의 양상은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물론 국회내 여당의 수적 열세로 인해 ‘의욕’만 갖고 있었던 당시에 비해 노무현 정부 2기에는 여당 의석이 국회 과반수를 넘김에 따라 ‘실현 가능성’까지 함께 갖추었다는 것은 달라진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한 의구심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12일, 당시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였던 리서치센터 박천웅 상무에게 노무현 정부 2기의 경제정책 전망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 상무는 얼마전 총선 이후 외국계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민주노동당을 방문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새로운 정치지형 아래서 노무현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나갈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하루빨리 일관되고 가시적인 정책 방향이 나와야 합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정지 중에 실시된 4·15 총선 이후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전환을 암시하는 언급은 외국인 투자자가 아닌 정부 내부에서 먼저 제기되었다.

정부내 관료그룹을 대표할 뿐 아니라 대표적인 대외개방론자로 분류되는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확보하고 민노당이 원내진출을 했다고 해서 정부 정책이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왼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한 실장의 ‘직설화법’은 이내 정부 내에서도 눈총을 받았다. 며칠 뒤 국정홍보처가 직접 나서서 각 장관들에게 “참여정부의 정책을 설명할 때 ‘좌파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단 열린우리당이 논란 끝에 ‘실용적 개혁노선’으로 당의 정체성을 정리하고 청와대가 경영 마인드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강조해온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로 사실상 내정하면서 노무현 정부 2기의 경제운용 전략은 1기 때와 큰 변함 없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이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동영 의장이 영입해 총선 당시 민생경제특별본부장을 맡았던 정덕구 비례대표 당선자(전 산업자원부 장관) 같은 경우는 장관 재직 당시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사무소’라는 이름의 주한 외국기업인 애로사항 접수창구를 처음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게다가 정 의장과 정세균 당시 정책위 의장, 정덕구 당선자 등은 총선 직전 이 사무소 관계자들을 만나 ‘외국인 투자여건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약속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내각 경제팀을 봐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 청와대에서는 관료 출신의 박봉흠 정책실장과 권오규 정책수석이 여전히 경제 현안을 챙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근무 경험을 가진 조윤제 경제보좌관 역시 외국인 투자가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책 조언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헌재’에 대한 시장의 신뢰

내각에서는 이헌재 부총리를 비롯해 이희범 산자부 장관, 강동석 건교부 장관,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두 안정 성향의 관료 출신들로 짜여져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정’ 성향의 경제 라인업에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4월말 홍콩 런던 뉴욕을 돌며 개최한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일관되게 ‘열린우리당의 정책노선은 중도개혁 성향으로 정부의 개혁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화답하듯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이헌재 부총리는 외국인들에게 시장친화적 정책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따라서 향후 개각에서 현 경제팀이 교체된다면 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재계에서 노무현 정부 2기의 경제정책 운용이 분배와 사회복지 정책 위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한 외국기업인들의 애로사항 접수창구인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사무소 김완순 소장은 “아직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전제하면서도 “총선 이후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총선 이전에는 ‘열린우리당의 노선이 약간 왼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는데 당 지도부가 실용주의 노선을 들고 나오면서 이같은 우려가 불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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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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