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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뻗친 건설교통부 항공정책

대한항공 제재조치,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

  • 조용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woogija@donga.com

망신살 뻗친 건설교통부 항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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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J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전세기 교체, 노선권 배분 놓고 티격태격
  • ● 대한항공, 2002년부터 인·허가권 쥔 건교부에 초강수 법적 대응
  • ● 법원, 2001년 이후 세 차례 대한항공 손 들어줘
  • ● 모호한 규정, 기업 경쟁력만 약화
망신살 뻗친 건설교통부 항공정책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한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과 건설교통부와의 소송에서 잇단 승소로 대한항공은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지난해12월29일 서울시내 P호텔.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달 8일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기습방문’이 성공한 데 대해 청와대측이 대한항공 관계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식사를 마친 뒤 청와대 경내를 방문해 녹지원까지 둘러보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오찬에는 청와대측에서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최고 실세로 불리는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과 윤병세 정책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항공측에서는 이종희 총괄사장과 대통령 특별전세기 기장, 부기장과 남녀 승무원 40여명이 참석해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대한항공 특별전세기를 이용해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고, 청와대측이 이에 대한 답례로 식사를 대접하고…. 일련의 ‘사건’들은 김대중 정부 5년간 온갖 ‘박해’를 받았다고 느끼는 대한항공으로선 실로 감격적인 일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한항공에겐 청와대의 이런 ‘정치적 해빙(解氷)’보다 지난해 말 법원에서 잇따라 취해진 ‘정치적 해빙’이 한층 더 의미 있어 보인다. 지난 정권에서 대한항공에 취해진 각종 제한과 규제 조치가 근거 없음을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DJ 정부와의 질긴 악연

국내 항공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대한항공은 1998년 DJ 정부 출범 이후 시련의 길을 걸었다. 물론 이 시련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다. 역대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대한항공이 만년 야당이던 DJ 정부의 인사들과는 그다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했던 것. 대한항공의 모그룹인 한진그룹의 고 조중훈 전 회장은 DJ측 인사들과는 뿌리깊은 악연을 맺고 있었다.

1973년 DJ 납치사건 때 일본 정치인들을 접촉해 일본정부가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문제 삼지 않게끔 막후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조 전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 대선에서 DJ의 영원한 라이벌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반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DJ의 핵심 측근들은 집권 전부터 대한항공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악연은 DJ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특별전세기의 ‘교체’로 나타났다. 당시만 해도 역대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맡는 게 당연시돼왔다. 그러나 1998년 11월 DJ 정부는 공개입찰 형식을 빌려 아시아나항공에 기회를 넘겨줬다. 이 사건은 이후 5년간 이어질 시련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물론 이런 시련의 원인을 ‘정치적’인 데서만 찾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한항공도 부실 경영과 잦은 사고로 시련을 자초한 면이 크다는 것. 그러나 반강제적인 경영진 퇴진,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이은 노선권 배분 차별은 항공사로선 치명적인 조치였다.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의 각종 규제와 제한으로 구석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빈 것은 DJ의 권력누수 현상이 가시화하던 2002년경. 항공산업의 각종 인·허가권을 쥔 건교부를 상대로 대한항공이 법적 대응이란 초강수를 둔 것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대한항공으로서는 더 물러설 곳이 없었다.

건교부는 1999년 12월 대한항공의 중국 구이린(桂林), 우한(武漢), 쿤밍(昆明) 등 7개 노선권을 몰수했다. 노선권을 받은 뒤 1년간 취항하지 않았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다. 대한항공은 건교부의 처분이 위법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마침내 대한항공의 승리로 끝났다.

“중국 노선권 몰수는 재량권 남용”

대법원 2부(주심·김용담 대법관)는 지난해 11월26일 “서울-구이린 노선을 제외한 서울-우한 등 6개 노선에 대한 건교부의 노선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건교부가 노선권 몰수의 근거로 내세운 ‘노선권 배분 후 1년 내 취항해야 한다’는 지침은 상위법에 근거가 없는 내부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해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대한항공이 이들 중국 노선권을 배분받은 것은 1998년 1월. 외환위기 직후여서 국제선 승객이 급감한 시기였다. 대한항공으로선 도저히 ‘1년 이내’에 취항할 수 없었고, 이런 사정을 건교부에도 미리 알렸다. 그런데도 건교부는 내부지침을 근거로 노선면허 취소를 강행했던 것. 대법원은 건교부의 조치가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라 판단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수익성이 높은 광저우(廣州) 창춘(長春) 등을 우선순위로 신청했다. 그러나 이 노선들은 모두 아시아나에 돌아갔고 대한항공에는 후순위로 신청한 구이린, 우한, 쿤밍, 우르무치 등이 배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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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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