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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살 뻗친 건설교통부 항공정책

대한항공 제재조치,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

  • 조용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woogija@donga.com

망신살 뻗친 건설교통부 항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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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항공시장이 얼어붙었고 특히 대한항공이 받은 신규 노선들은 수요가 극히 적었다. 더욱이 국가간 항공회담에서 노선권이 확보됐다 해도 취항하려면 양국 항공사가 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대한항공의 중국측 파트너인 남방항공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노선권을 받은 지 1년 넘게 취항하지 못한 것.

그러자 건교부는 1999년 12월 내부지침인 ‘국제항공 정책방향’을 내세워 구이린 우한 쿤밍 등 7개 노선권을 몰수했다. 그중 구이린 노선은 아시아나에 넘겨줬다.

이에 대한항공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7월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대한항공이) 7개 노선을 받고도 취항하지 않은 것은 대한항공의 귀책사유로 돌릴 수 없고, 노선배정 뒤 1년 내에 취항하지 않으면 노선권을 반려해야 한다는 규정도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해 법적 효력이 없다”며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구이린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가 이미 취항해 있고 제소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노선의 몰수도 위법한 조치였음을 분명히 밝혔다.

대한항공은 소송이 진행중이던 2001년 7월 아시아나에 넘어간 구이린을 제외한 6개 노선에 대해 노선면허 없이 정기 전세기를 운항할 수 있도록 건교부의 허가를 받아 쿤밍, 우한, 텐진(天津), 대구-칭다오(淸島) 4개 노선을 운항해왔다.

“화물노선 면허취소 근거 없다”



대법원 판결이 있고 나서 10여일 후인 지난해 12월8일. 노 대통령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해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이날, 법원은 대한항공에 또 하나의 선물을 안겼다.

서울고법 특별6부(부장판사·이동흡)는 건교부가 1999년 중국 상하이 공항 화물기 추락사고의 책임을 물어 상하이 화물노선 면허를 취소한 데 대해 대한항공이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건교부가 면허 취소 사유로 삼은 승무원들의 중과실로 화물기가 추락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2003년 8월의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노선면허 취소는 특정 항공사를 돕기 위한 공권력 남용으로 공정한 법의 심판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과잉 징계와 행정권 남용으로 선발 국적 항공사의 발목을 잡아 특정 항공사를 보살펴온 건교 행정에 철퇴를 내린 것”이라고 건교부를 강력 비판했다.

당초 건교부는 상하이 공항 화물기 추락사고 조사결과를 중국당국으로부터 넘겨받아 2001년 6월 대한항공의 상하이 화물노선 면허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면허 취소의 근거는 항공법 129조. 이 조항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하거나 항공 종사자의 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 의무를 게을리함으로써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때’에 면허 취소나 6개월 이내 기간 동안 사업 전부나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1년 11월 건교부가 면허 취소 방침을 확정한 직후 대한항공은 곧바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2003년 8월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사고 조사 결과 기체결함은 없었지만 승무원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건교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크고 국가 위신이 추락한 만큼 면허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는 것. 게다가 항공법에 규정된 면허 취소 사유에도 합당할 뿐 아니라 노선 중단에 따른 항공사의 손실보다 국가가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건교부의 잇단 무리수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대한항공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건교부의 당시 조치는 다분히 ‘정치적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한항공이 건교부 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대목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노선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이나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는 확증이 없다는 점이다. 승무원의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 등에 의해 발생한 사고였다는 것.

건교부가 처분의 근거로 삼은 중국민항총국의 조사보고서도 사고원인을 밝힐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인 비행기록장치(FDR·Flight Data Recorder)가 완전히 파손된 데다, 조종실의 음성기록장치(CVR·Cockpit Voice Recorder)에 녹음된 내용도 일부만 복원돼 불충분한 자료를 기초로 작성됐다는 것이 대한항공측의 주장이다. 비행분석, CVR 분석 등에 오류가 있고 항공기 기계결함 등에 대한 정밀 분석없이 이뤄진 조사결과에 불과한 만큼 이를 근거로 한 면허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는 것.

특히 사고 당시 시행중이던 항공법 시행규칙에는 건교부의 면허 취소 처분 근거가 된 항공법 129조와 관련해 구체적인 처분 기준과 절차 규정이 없었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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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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