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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캐나다 교포가 한국 노동계에 던지는 고언

“전부 아니면 무(無),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투쟁하는가!”

  • 글: 이성근 캐나다 앨버타주 거주 교포

한 캐나다 교포가 한국 노동계에 던지는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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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캐나다 시민권자인 우리 아이들이지만,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떳떳하게 살아가라며 “한국은 땅도 좁고 지하자원도 부족하고 가난한 나라여도 우수한 두뇌와 근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좋은 상품을 만들어 전세계에 수출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려주곤 했다. 이곳 캐나다에서도 한국에서 수입한 상품을 컨테이너에 싣고 가는 열차 행렬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광경을 볼 수 없다는 게 막내의 얘기였다. 또한 이곳 백화점의 옷가게, 신발 코너에서 ‘Made in Korea’가 사라진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실종된 ‘Made in Korea’

캐나다에서도 여기저기 오가는 길에 종종 노조원들이 파업하는 광경을 볼 수 있고, TV뉴스에서도 노조의 파업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질과 형태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이곳의 노조원들은 직장 앞에서 피켓(급조한 것으로, 폐상자를 잘라서 만든 뒤 피켓의 앞뒤를 끈으로 연결해 몸에 매단다)을 들고 인근의 행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왔다갔다할 뿐이다. 세계 어느 나라 노조가 붉은 머리띠에 붉은 조끼를 맞춰 입고 만장기와 플래카드, 현수막을 펄럭이면서 몇천, 몇만 명이 대로를 점거해 교통을 마비시키고 국민을 불편하게 하면서 공권력에 맞서 폭력을 행사하는가.

‘결사투쟁’ ‘필승’ 등 섬뜩할 만큼 전투적인 구호를 외치며 ‘전부 아니면 무(無)’라고 막무가내로 투쟁하는 대상이 왜 당신들의 직장이고 고용주여야 하는가. 수많은 회사가 치솟는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고 제3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는 지금, 당신들의 극한투쟁으로 회사와 공장들이 정말 다 떠나고 나면, 그리하여 5년 아니 10년 후에 모든 기술을 전수한 제3국들이 한국을 앞질러버리면 대체 어쩔 것인가. 그때의 우리 꼴을 한번 상상해보라.



나는 총력투쟁을 부르짖는 한국의 노조원들에게 감히 묻는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직장을 이탈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가.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주변 노숙자들을 돌아보고 깊이 생각해보라. 월 100만원도 못 벌어 어린것들에게 점심을 굶기고 한겨울에 연탄 한 장 못 때서 추위로 밤을 지새는 극빈자들의 처지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라. 차라리 그들이라면 거리로 나서 국가를 향해 생존권을 호소하고 절규하는 게 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신들은 아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주인공인 당신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 정말로 안 된다.

신동아 200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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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성근 캐나다 앨버타주 거주 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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