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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주소

인플레·소득격차 심각, 유통 활성화 겨냥한 금융개혁 단행할 듯

  • 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7·1 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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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조치를 통해 북한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치·사상적 인센티브보다 물질적 인센티브를 더욱 강조한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개혁의 일반적 공통점은 개혁 과정에서 정치통제가 약화되고 그 자리를 대신하여 물질적 통제 및 유인(誘因)이 강화되는 데 있다. 7·1조치를 통해 북한 역시 이러한 경로를 따르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이번 개혁조치는 과거의 ‘비제도적’ 개혁과 비교해 ‘제도적’ 개혁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 즉 과거의 부분적인 개혁 조치가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7·1조치는 제도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북한 역사에서 제도의 변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 사회주의 개혁 시기, 1960년대 경제관리체계의 변화 시기에도 제도 변화가 시도되었다. 1970∼80년대에 이르러서도 북한은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그러나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제도 변화야말로 단순한 효율성의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제의 운영 원리를 바꾼다는 면에서 ‘개혁’의 범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과 불균형 성장



7·1조치가 시행된 지 3년이 흐른 지금 이의 성패를 논하기는 다소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결과에 기초해 7·1조치의 성과를 분명하게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

현재 북한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소득격차의 확대로 인해 새로운 문제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1 조치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공급의 정상화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적 현실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공급을 정상화하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공급을 정상화하기 위해 여러 방식을 다각도로 모색할 수밖에 없었으며, 7·1조치 이후 나타난 무역의 활성화, 북·중 경제협력의 강화 등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상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쌀의 경우 7·1조치 이후 국가가 1kg당 40원에 수매해(벼의 경우 29원) 44원에 판매해왔다. 그러나 현재 국정 판매소에서는 45원 가량에 팔리는 반면, 시장에서는 130∼150원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급이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가격이 국정가격보다 훨씬 더 높게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물품의 가격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평양 외의 지역에서 가격차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계절적 영향을 고려하면 지난 겨울 동안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났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에 북한의 물가가 크게 올라 곡물은 5∼8배, 육류는 4∼7배, 의류·가전제품은 2∼7배 상승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공급의 부족이다. 그러나 공급 부족만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공급 부족의 이면에 담긴 주민의 구매력 상승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에서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돼지고기가 1억달러 규모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1999년 이후 북한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시장의 도입과 노동 인센티브 강화 등에 힘입어 주민의 구매력이 상승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민의 구매력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의 구매력 증대 현상은 평양의 통일거리 시장이 영업시간을 연장한 데서도 확인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평양 같은 대도시에 국한된 것일 수 있다. 실제로 농촌은 말할 것도 없고 소규모 도시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아예 상점이 문을 닫은 경우도 많다고 알려졌다.

북한 주민의 구매력이 증대한 배경에는 변화된 임금체계가 자리잡고 있다. 즉 7·1조치 이후 북한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18배 가량 올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동농장에서는 정보당 1t만 더 생산해도 금액으로 따지면 2만9000원 가량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실제 일부 협동농장에서는 농민 1인당 소득이 10만원을 넘기도 한다.

그렇다고 북한 노동자가 모두 이처럼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의 경우 여전히 정액제로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실질 소득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물가 인상이 이들에게 경제적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거의 모든 단위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면서 물건을 생산하지 못하는 사무직이나 일반 사무원에게 인플레이션은 소득 격차 못지않은 구매력의 차이를 불러오는 요인이 됐다.

주민 구매력의 수준뿐 아니라 북한 경제의 불균형 성장도 공급 부족에 일정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북한의 내부 문서를 보면 7·1조치 이후 생산량이 1.2∼1.5배 늘어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량 증대가 어떤 부문에 의해 주도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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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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