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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주소

인플레·소득격차 심각, 유통 활성화 겨냥한 금융개혁 단행할 듯

  • 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7·1 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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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

‘7·1 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주소

북한은 올해 신년 사설을 통해 농업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했으나 비료의 생산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결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공업총생산은 2002년에 12%, 2003년에 10% 증가했다. 그러나 생산 증가를 이끈 부문이 대체로 중공업일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주민의 수요와 직결되는 경공업과 농업의 생산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간 불균형 성장이 초래된 것은 선군(先軍)정치 이후 북한이 채택한 ‘국방공업 우선, 농업과 경공업의 동시 발전’이라는 공식 경제노선에 따라 중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국방공업이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균형 성장의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북핵위기’로 긴장이 고조된 안보상황과 체제유지에 급급한 불안정한 정치여건에 있다. 북한으로서는 체제의 보위가 급선무인 만큼 민수(民需)경제에 부담이 되는 국방경제의 축소와 민수경제로의 전환을 쉽게 결정할 수 없으며, 대외개방 역시 무척이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은 단기적으로 지속적 공급 불안정으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소득원이 없는 사무직과 일반 노동자들의 고통 또한 점차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혁과 과감한 개방을 통해 산업간 불균형 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나 쉽사리 이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데 북한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7·1조치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는 비단 제도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 주민의 가치관 변화다. 이미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 국가 능력의 약화로 장마당이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물질적 관심사가 증가하면서 전통적 의미의 사회주의적 가치관이 약화되는 조짐이 보였다. 7·1조치는 주민의 변화된 가치관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는 의미도 띠고 있다.

북한 주민의 가치관 변화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국가 능력의 약화로 국가 차원의 공급이 줄어들거나 붕괴되면서 주민들의 자구능력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가치관의 변화다. 북한 주민은 이미 장마당을 통한 이윤 획득과 비사회주의적 일탈 행위를 통해 배고픔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에 대한 의존적 성향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주관적인 의지라기보다 주변 여건의 객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개인주의 가치관 확산

둘째, 개인 노동에 따른 소득 인정과 실리로 포장된 이윤 실현의 정당성, 분권과 자율성의 강화, 시장 기능의 활성화 등으로 개인의 이윤관념이 강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개인의 능력에 따라 ‘번 수입’의 개념이 도입되고 시장이 활성화됨으로써 개인 이익의 관념이 생겨나고 여기에 덧붙여 상품-화폐 관계가 활성화되면서 소유, 가치, 거래, 이윤 같은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강화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셋째, 사회적으로 소득격차가 발생하고 구매력 차이도 생겨남으로써 주민사이의 계층 분리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과거에 ‘장사 행위’에 대해 갖던 거부감이나 부정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과거의 당성(黨性)이나 정치성에서 점차 경제적인 요소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결국 집단주의적 가치관의 약화와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대 현상은 개혁사회주의 체제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는 공통 현상이다.

북한에서 발견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은 1998년 헌법에서 규정한 이윤, 수익성의 개념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이윤 실현, 소유와 사용에 대한 개념 변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공론장(public sphere)을 형성해 북한의 체제변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7·1조치는 상품-화폐 기능의 중시, 시장의 도입, 분권과 자율성의 강화 등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 조치 이후 여러 분야에서 추가적인 개혁을 단행한 사실이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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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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