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서울 아파트 값, 2008년까지 오른다!

평당 평균가, 1160만원에서 2060만원으로

  • 최명철 미래주택연구소장 ddadawon@yahoo.co.kr

    입력2005-09-28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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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 증가로 고급주택 수요 증가, 그러나 물량이 없다
    • 규제해도 오르고, 안 해도 오르는 재건축 아파트
    • 신도시, 개발과 입주 사이 공백기에 집 사라
    • 강남·잠실·반포 3대 강남권, 가파른 상승
    • 송파 신도시보다 판교 신도시가 더 오른다
    서울 아파트 값, 2008년까지 오른다!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반드시 뿌리뽑겠다.”

    최근 들어본 듯한 말인데, 실은 16년 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과세를 강화해 양도세율을 60%로 높였는데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이같이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 직후인 1989년 4월 노태우 정부는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불과 7개월 만에 분당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했다. 전광석화 같은 조치와 함께 아파트 당첨자와 계약자, 입주자가 동일인이 아니면 당첨을 무효화하고, 상습투기자 명단을 네 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그러나 아파트 값은 올랐다. 5개 신도시에서 아파트 2만6326가구를 동시 분양했지만 아파트 값은 1991년 4월까지 상승했다.

    이 얘기를 서두로 꺼낸 이유는 요즘 주택시장 동향이 아파트 값 파동을 겪던 1987~91년과 닮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풍부하고, 주택수요가 증가해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점, 투자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청약제도를 여러 차례 손질한 점이 그렇고, 아파트 분양권 전매금지 시점도 비슷하다. 수요가 집중된 강남지역을 대체할 주거지 개발을 서두른 것도 같다. 각종 주택가격 안정대책과 수도권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 1가구 2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양도세율을 60%로 높인 것도 빼닮았다.

    열 손가락으로도 다 꼽지 못할 만큼 많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책이 발표될 때 잠시 안정됐을 뿐이다. 정부의 주택정책을 믿고 아파트를 판 사람은 큰 손해를 봤고, 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던 사람은 가격이 올라 낭패를 봤다.



    지금은 어떤가. 비슷하다. 판교 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올해 2월부터 서울 강남, 경기도 분당, 용인의 아파트 값이 크게 올랐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 개발하는 판교 신도시가 오히려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채권입찰제 실시로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에, 강남과 분당지역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결국 정부는 일괄 분양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주택정책을 재검토해야 했고, 주택가격 안정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커졌다.

    신도시 효과 2009년 이후

    필자가 예상컨대 노무현 대통령이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밝힌 8·31 대책 역시 집값 잡는 ‘매’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 가격 상승을 막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판교 신도시 개발에 따른 기대심리로 분당과 용인지역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올랐듯이, 송파 신도시의 교통망 확충계획이 발표되면 혜택을 보게 되는 송파지역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강남과 분당지역 아파트 값이 연쇄적으로 오를 것이다.

    신도시 대책을 내놓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이렇다. 신도시 건설사업은 택지지구 지정 이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분양해 입주하기까지 대략 5~7년이 소요된다. 이때 주택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아파트 값이 오른다. 가격안정 효과는 분양시점이 아니라 입주시점에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몇 년 후에나 입주할 수 있는 분양물량보다 즉시 입주할 수 있는 주택물량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가격이 안정된다.

    보기를 들어보자.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59%로 가장 낮던 1987년, 서울 목동과 상계동에 5000가구가 넘는 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었지만, 잠재해 있던 주택수요가 증가하자 물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아파트 값이 치솟았다. 값이 오를 것이라는 불안심리로 주택수요가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공급(입주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자 아파트 값은 예상보다 더 많이 올랐다.

    정부는 서둘러 경기도 분당과 일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1990년에 아파트 50만1036가구를 포함해 75만378가구의 주택을 공급했지만 가격은 안정되지 않았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아파트 값이 진정된 시점은 분당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부터. 보통 한 가구가 이주하면 3~5가구가 연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살던 집이 매물로 나와 대기수요가 충족되면서 가격 하락국면에 접어든다. 따라서 신도시 건설에 따른 가격안정 효과는 판교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2009년 이후에 나타날 것이다.

    세금을 무겁게 매겨도 아파트 값은 오르게 돼 있다. 아파트 값이 오르면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기 위해 정부는 과세를 강화한다. 양도세율을 상향 조정하면 세금부담이 늘어나 매매차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양도세는 파는 사람에게 부과되기 때문에 늘어난 세금이 부담스러워 팔려고 하지 않을 경우,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자연히 호가도 오른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늘어난 세금보다 아파트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매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하면 늘어난 세금만큼 호가를 높여 매매가격에 얹기 때문에 매도자가 부담해야 할 양도세를 매수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도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양도세를 중과해 주택수요를 조절하려는 대책은 아파트 값을 일시적으로 안정시킬 뿐이다.

    제2의 개발 시작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 정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먹혀들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1987년 2/4분기부터 2003년 2/4분기까지 17년 동안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주택가격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억제 대책은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값이 오르는 또 다른 요인은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하는 주거욕구다. 요즘 강남의 변화상은 하루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획일적으로 지어진 낡은 아파트가 고층아파트로 재건축되고, 상업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다. 1992년에 수서지구 아파트가 분양되며 강남 개발이 일단락됐는데 이젠 재건축을 통해 ‘제2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30년 주기로 이뤄지는 재건축 사이클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사실 강남지역의 기존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통제된 탓에 싸게 분양받을 수 있었지만 품질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런데 분양가격이 자율화된 1998년 이후 아파트의 겉과 속이 확 달라졌다. 주차장을 지하에 만들고 차량으로 붐비던 지상에 테마공원을 조성해 주거환경이 쾌적해졌다. 일례로 지난해 삼성동 아이파크에 입주한 주민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누구나 고급 마감재와 기능적으로 설계된 내부평면, 그리고 녹지공간이 넓게 조성된 아파트다운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한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강변에 아파트가 들어선 1970년 이후 아파트를 분양받아 몇 년 살다가 값이 오르면 팔고, 상대적으로 싸고 투자가치가 높은 신흥 인기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하는 풍속도가 연출됐다. 주(住)테크를 하기 위해서다. 집도 넓혀 가고 시세차익도 챙길 수 있으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었다. 이러한 주거이동은 4~5년을 주기로 이뤄졌다. 동부이촌동에서 여의도로, 여의도에서 강남으로, 강남에서 수도권 신도시로 옮겨가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1987년 강남지역에서 주택공급이 끊기자 아파트 값이 올랐다. 정부는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 대책을 내놓았다. 강남과 가까운 분당 신도시에 중대형 아파트를 많이 공급해 ‘제2의 강남’으로 개발했다. 그러자 살고 있는 집이 좁다고 느끼던 강남 주민들이 분당 신도시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1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31평형 강남 아파트를 팔면 9300만원에 분양된 분당 시범단지 53평형으로 넓혀가고도 5700만원이 남아 집을 넓혀 가려는 교체수요가 증가했다.

    그런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입주할 때까지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계속 올랐다. 1991년에 신도시 입주로 강남지역을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 주거이동이 이뤄졌다. 신도시로 이주할 사람들의 집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강남에서 거주하려는 대기수요가 충족되자 치솟던 아파트 값이 하락했다. 1987년부터 줄곧 오르던 아파트 값이 1991년에 하락했는데 이는 과세를 강화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신도시 아파트를 싸게 공급해 대규모 주거이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강남지역 일부 주민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동부 센트레빌, 삼성동 아이파크, 용산 한강자이 아파트로 이동했다. 품질이 좋고 투자가치가 높은 새 아파트로 주거지를 옮기고 싶은 욕구가 아파트 값을 끌어올려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는 현재 평당 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수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고소득 가구의 증가가 눈에 띈다. 필연적으로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월 평균소득이 300만원이 넘어 자기능력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고소득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1993년에는 7%에 불과했지만 1996년 18%, 2000년에는 22%로 높아졌다. 소득수준이 향상되면 선진국이 그랬듯이 집을 넓혀 가려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재건축 아파트 죽이기

    그러나 서울의 수급 상황은 이 같은 변화에 역행하고 있다. 주로 소형 아파트를 공급해온 탓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서울의 아파트 현황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0년까지 공급한 아파트의 대부분은 29평 이하 소형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29평 이하 소형 아파트가 1990년에 35만2023가구에서 2000년에는 82만723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에서 29평 이하 소형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1985년에 67%였지만 2000년에는 84%로 확대됐다. 반면 29평 이상 중대형 아파트는 1990년에 15만478가구에서 2000년에는 15만4187가구로 조사돼 거의 변화가 없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겨우 3709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를 보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 정부는 2003년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의 소형주택 의무공급비율을 20%에서 60%로 확대했다. 이것도 모자라 지난 5월에는 아예 건축 연면적의 50% 이상을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짓도록 했다. 명백한 이중 규제인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고밀도지구 중층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규제도 강화해 당분간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증가되기 어렵다.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아파트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재건축은 강남에서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강남 주민의 주거이동 욕구를 충족해주는 것은 재건축뿐이었다. 이를 통해 소형에서 중대형으로, 낡은 아파트에서 품질이 좋은 새 아파트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건축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주변 아파트 값 상승을 견인하자 정부가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안전진단 통과기준과 재건축 허용 연한을 강화했고, 소형 평형 의무공급비율을 확대해 사업성을 낮췄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 지분의 전매도 금지했다. 그리고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을 환수했다. 정부는 재건축 용적률을 높이면서 개발이익을 임대아파트로 환수하면 공급이 확대되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재건축에 대한 규제는 양면성이 있다. 완화하면 사업성이 높아져 아파트 값이 오르고, 강화하면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물량이 감소해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규제를 강화하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해 투자가치가 낮아지는데 아파트 값은 사업성이 낮아진 만큼 하락하지 않는다. 재건축 공급물량 감소로 신축 아파트 수요가 증가해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마치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것과 같다. 규제를 강화해 투자수요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주택공급이 감소하기 때문에 아파트 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주택공급을 확대하지 않고 수요를 조절해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 탄력성을 떨어뜨려 가격상승을 장기화할 뿐이다.

    근거 약한 거품가격론

    금리를 인상해도 아파트 값이 오른다. 그간의 예를 보면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의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인상되어 주택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보다 높아지면 금융비용이 부담스러워 다른 투자 상품을 선택한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강하고 예상수익률이 인상된 금리보다 높다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욱이 금리 인상폭이 작다면 금융비용 부담과 투자심리 위축효과가 크지 않아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파트 값 파동을 겪었던 1987~91년에 3년 만기 회사채 금리가 12%에서 18%로 높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파트 값이 올랐다.

    강남 아파트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재건축 용적률을 높이고, 소형 평형 의무공급 비율을 낮춰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서울은 택지가 바닥났기 때문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용적률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품질이 좋은 새 아파트로 주거이동이 이뤄져야 하고,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증가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주택거래허가제를 실시한다거나 탄력세율을 적용해 양도세율을 82.5%까지 높인다고 해도 아파트 값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량과 가격동향으로 주택경기를 진단하는 ‘벌집 순환모형’을 통해 앞으로 주택경기가 침체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예측했다. 그러나 현실은 매번 다르게 움직였다. 가격과 거래량으로 미래 주택 가격을 예측하는 ‘벌집 순환모형’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이론이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발표하는 한국에선 맞지 않는다. 예컨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자연히 거래량은 준다. 일시적인 현상을 근거로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혹세무민’하는 행위다.

    서울 아파트 값, 2008년까지 오른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1단지 재건축 모델 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이 단지 모형을 보고 있다.

    또한 부동산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값이 오를 때마다 주관적으로 ‘거품가격’이라고 확대 해석했다. 정말 그럴까. 아파트 값 파동을 겪은 1987~91년과 비교해보자. 국민은행이 조사한 것에 따르면, 1987년 8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평균 상승률)는 130% 올랐다. 반면 2001년 1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70% 상승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많이 오른 것이 아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7년 동안 주요 국가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아일랜드가 187%, 스페인 149%, 영국 139%, 호주 112%, 미국은 65%가 올랐다(일본은 24% 하락). 한국은 같은 기간 21% 올라 비교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주거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야 하는데 오히려 주거 환경이 좋은 선진국의 주택가격이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주택가격에 정가(定價)는 없다.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주택가격이 오른다. 품질이 좋고 투자가치가 높은 새 아파트로 옮기려는 교체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소득이 증가해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공급이 부족하다면 아파트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기간에 수급 불균형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 값은 2008년까지 오를 것이다.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강남의 기존 아파트 대부분이 입주한 지 20년이 넘어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넘친다. 그리고 주거환경이 좋은 강남지역에서 살려는 대기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새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 공급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대기수요가 뒷받침되므로 분양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주변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친다. 뒤이어 주변 아파트 값이 오르면 사업성이 높아진 재건축 아파트 값이 또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개발할 택지가 별로 없는 서울에서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비중은 40~50%에 이른다.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안정돼야 서울 전체 아파트 값이 안정되는데 재건축 규제강화로 공급물량이 감소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리고 재건축 추진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사업추진이 늦어져 공급부족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둘째, 서울의 주택공급 실적이 2002년 이후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02년에 15만9767가구를 공급했는데 2003년 11만5755가구, 2004년 5만8122가구로 공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7월까지 1만9872가구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주택공급 실적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는 재건축 안전진단기준을 강화하고 추진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등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2002년에 15만9767가구의 주택을 공급했지만 주택유형을 살펴보면 다세대주택이 10만418가구로 전체 공급물량의 63%를 차지했다. 양은 증가했지만 질이 낮아졌다.

    양은 증가, 질은 저하

    셋째, 인구증가율이 낮아졌지만 35~64세의 중·장년층 인구비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장년층 인구비중은 1970년에 전체 인구의 22.7%였으나, 1985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해 2000년에는 37.5%로 높아졌다. 34세 이하의 청년층에 비해 35~64세의 중·장년층은 부(富)의 축적기간이 길어 주택 구매력이 높고, 투자의욕도 강해 주택수요가 가장 왕성한 연령층이다. 그리고 딸린 식구가 많아 주택 소유욕이 크고, 교통이 편리한 곳보다 주거환경이 좋은 곳을 선호한다. 따라서 중·장년층 인구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주택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전체 공정의 80% 이상 진척된 후 일반 분양하도록 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서울은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에 후(後)분양제를 시행해야 한다. 전체 공정이 80% 이상 진척되려면 2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가 2~3년 동안 공급되지 않는 공백기가 생긴다. 이때 값이 오른다. 후분양제 적용을 받는 재건축단지 중 사업추진이 빠른 반포 주공 2, 3단지가 2008년 하반기에야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제는 선(先)분양제에 비해 분양시점을 늦추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입주 및 공급물량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합원 지분 전매가 제한된 상태에서 분양시점이 늦춰져 2~3년 동안 청약 및 매입기회가 차단되면 수요자들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서울에서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 가운데 60~80%가 재건축 물량이다. 후분양제 시행으로 신축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넘치는 강남지역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2~3년 동안 공급되지 않는다면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디가 얼마나 오를 것인가. 아파트 가격은 도로, 전철, 학교, 공원 등 주거환경의 쾌적성과 만족도, 그리고 집단심리에 의해 매겨진다. 아파트 값 상승은 지역 대표성이 있고, 단지규모가 크고, 입지조건이 좋은 새 아파트가 주도한다. 재건축아파트는 대부분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에서 신축되기 때문에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다. 특히 낡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지역은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넘치기 때문에 재건축아파트의 자산가치가 높다. 그리고 소형보다 희소가치가 있는 중대형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높다. 이런 점에서 강남(개포·대치·도곡), 잠실(주공·장미아파트 등), 반포 3대 강남권역은 가장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5차 아파트 파동 진행 중

    그 다음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곳은 일산지역이다. 이유는 파주 신도시의 후광효과 때문. 올해 말 파주 신도시 일부인 운정지구가 분양될 계획이었으나 여건이 안 돼 내년으로 연기됐다. 그러나 내년부터 분양되기 시작하면 일산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판교 신도시의 분양가가 높아져 분당이 올랐듯, 일산도 이 같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역이 10% 오른다면 일산은 5%, 한강이남 지역은 3~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 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강북지역은 상승률(강남이 10%라면, 2% 상승)이 가장 낮을 것이다. 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밀도로 지역을 개발하면 주거환경이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강남권역에서 송파구 가락지구는 신도시 개발로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송파 신도시에 5만 가구가 들어서면 15만명을 수용해야 하는데, 필연적으로 증가하는 교통량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망이 확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가격은 올라간다.

    송파 신도시와 판교 신도시를 비교한다면, 판교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판교는 경부개발축(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개발되는 지역)에 있기 때문에, 개발재료가 풍부해 투자가치가 높다.

    주택수요가 증가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파동을 겪는다. 아파트 값 파동은 모두 예고 없이 찾아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음의 상처가 아물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집단건망증’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1970년 이후 우리는 네 번의 파동을 겪었다. 그리고 현재 ‘5차 파동’이 진행 중이다.

    공통된 점은 아파트 값이 수요자의 구매력이 한계에 이르는 심리적인 가격저항선, 즉 상한선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아파트 값은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 투자심리가 위축돼 잠시 안정되다가 다시 오르는 계단식 상승세를 보인다. 그러다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거침없이 오른다. 계단식으로 오르는 상승국면과 거침없이 오르는 파동국면을 거쳐 가격상한선까지 오르게 된다. 2008년까지 서울시 전체 아파트 평균 평당 가격은 2060만원까지 올라갈 것이다. 현재는 1160만원 수준이다.

    아파트를 사려면 지금 사라. 팔려면 2008년 이후에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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