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환율방어 포기해야 제2의 외환위기 막는다

재야 경제학자 최용식의 역발상 경고!

  •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cnms21@hanmail.net

환율방어 포기해야 제2의 외환위기 막는다

1/7
  • 환율방어로 부담하는 이자만 매년 13조원
  • ‘외환시장 안전판’ 기금 바닥…도박성 강한 거래까지 동원해 방어
  • ‘환율상승=수출경쟁력 강화’는 헛된 믿음
  • 해외로 자본 유출돼 10년 불황 맞은 일본과 유사
  • 적극적 원화강세 정책으로 기업체질 강화해야
환율방어 포기해야 제2의 외환위기 막는다
1996년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Lessons Unlearnt(배우지 못한 교훈)’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는 한국 경제에 외환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최초의 직접 경고였다(필자는 이보다 앞서 1995년 하반기부터 경제위기를 경고했다). 한국은 1980년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 차관을 들여온 바 있다. 외화가 없어 석유를 사지 못할 지경이었으나 정권이 언론을 통제한 탓에 국민은 모르고 지나갔다. 이렇듯 외환위기를 경험했는데도 다시 겪게 될 것으로 예측되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옛 교훈으로부터 배운 게 없다는 모욕적인 표현을 써가며 지적한 것이다.

외화 유출 범인을 찾아라!

그렇다면 두 번이나 겪은 이 ‘불행한 역사’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일까. 아니다.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불행한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물론 형태는 다르다. 역사는 스스로 변신하는 생명력을 가졌다. 불행한 역사는 그 양상을 살짝 바꿔가면서 우리의 방심을 노린다.

우리는 얼마나 철저하게 반성했을까. 이 물음에는 부정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전개과정이 어떠한지, 얼마나 무서운 경제 질병인지 경제전문가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외환위기는 언젠가는 또 반복된다. 실제로 그 징조는 점점 농후해지고 있다. 다만 그 양상이 과거와 달라 몰라볼 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 정권교체기의 일이다. 어느 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술렁거렸다. 외화가 대규모로 유출된 것이 확실하며, 이것이 외환위기를 일으킨 결정적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그 범인만 잡으면 폭발 직전이던 국민감정을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우리 경제의 기초(펀더멘털)는 양호한 편이었다. 잠재성장률은 비교적 높았고, 재정 또한 튼튼한 축에 들었다. 외환위기 이전의 국제적인 평가도 나쁘지 않았으며, 국제수지 적자가 230억달러에 달하던 1996년에도 외자 도입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1996년 국제수지 적자는 전년도보다 3분의 1까지 줄었다. 누구나 외환위기를 겪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외환을 해외로 빼돌린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1997년 경상수지는 82억달러 적자였고 자본수지는 13억달러 흑자였으므로, 외환보유고는 69억달러만 줄어야 했다(82-13=69). 그러나 실제로는 그 두 배에 가까운 128억달러가 줄었다. 적어도 59억달러가 연기처럼 사라진 셈이다. 1996년 자본수지는 24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외국으로부터의 차입이어서 이것까지 합산하면 300억달러가 사라진 셈이다. 인수위원회가 술렁거릴 만했다.

그러나 이것은 외환시장을 몰라도 한참 몰라서 나온 이야기였다. 사실 그 많은 외화자산은 거의 다 환율을 방어하느라 소진된 것이었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자.

과거와 완전히 다른 위기

우리나라 국제수지는 1994년부터 급속히 악화됐고, 이때부터 환율도 자연스럽게 올라야 했다. 그래야 국제수지를 호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권은 환율을 결사적으로 방어했다. 한 해 국제수지 적자가 230억달러로 치솟아 외환보유고와 거의 맞먹던 1996년에도 원화가치는 4.2%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정권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한때 종금사(종합금융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해외에서 이자가 싼 자금을 들여와 이자가 비싼 국내에서 돈놀이를 했으니 앉아서 큰돈을 벌었다. 종금사 설립은 거대한 이권(利權)이었고, 김영삼 정권은 무더기로 종금사 허가를 내줬다. 그 와중에 정치자금이 오고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환율이 상승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종금사는 환차손(換差損)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달러당 800원에 10억달러를 들여왔다면 총 8000억원을 돈놀이해서 해외이자와 국내이자의 차이만큼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환율이 1000원으로 오른다면, 원금은 8억달러로 줄어든다. 환차손이 원금의 20%에 달해, 이자차익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허가받은 종금사는 대부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당시 정권은 결사적으로 환율을 방어했다.
1/7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cnms21@hanmail.net
목록 닫기

환율방어 포기해야 제2의 외환위기 막는다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