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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조금 금지법, ‘일몰’이냐 ‘일출’이냐

“넌 주고싶고 난 받고싶은데, 누가 말려?”

  • 이나리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byeme@donga.com

휴대전화 보조금 금지법, ‘일몰’이냐 ‘일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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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3월 만료 예정인 ‘휴대전화 보조금 금지법’.정보통신부는 “다 풀었다간 큰일 난다”며 규제 연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회, 소비자단체, 공정거래위원회 모두 “말 안 된다” 고개 흔들고. 정통부의 고립은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 조직 보호 논리인가.
휴대전화 보조금 금지법, ‘일몰’이냐 ‘일출’이냐
휴대전화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 소비자단체, SK텔레콤(이하 SKT) KTF LG텔레콤(이하 LGT) 등 서비스 사업자, 국회의원들이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규제개혁위원회까지 나서, 한치 양보 없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논점은 하나, 보조금 지급 금지를 계속 유지하느냐 마느냐이다.

주무부처인 정통부의 안(案)은 이미 나와 있다. ‘특정 서비스 회사 3년 이상 가입자’에 한해서 2006년 3월부터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규제가 상당히 느슨해진 듯 보인다. ‘전면금지’했던 것을 일부나마 푸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정반대다.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조항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2006년 3월 일몰(자연 폐지)을 상정한 한시법이었다. 그에 대해 정통부가 ‘일부만 풀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연장에 해당한다. 정통부 안대로라면 전체 소비자의 약 60%가 보조금 지급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생명이 다해가는 법을 왜 정통부는 굳이 되살려내려는 걸까. 그것도 공정위, 규제개혁위원회,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이하 과기정위) 소속 상당수 의원 등 ‘막강 세력’의 거듭된 반대를 뚫고. 소비자단체들의 시선도 싸늘해, “정통부는 소비자 권익은 안중에 없고 사업자 이익만 챙기는 부처”라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정통부 정책 결정과정에도 참여하는 한 대학교수는 “새 법안의 본질은 정통부를 정점으로, 통신사업자들을 하부구조로 하는 일종의 ‘관제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을 결코 놓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보조금 지급, 지금도 다 하는 일”

물론 정통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 법안은 보조금 지급 완전 자유화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일종의 완충장치일 뿐, 보조금 정책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또한 일부 규제를 계속해나가는 편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이익이며 통신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진실에 더 가까운 걸까.

원래 보조금은 비정상적이거나 불법적인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 보조금을 가장 유력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를 통해 얻는 미래 기대이익이 현재 비용보다 클 때 이 보조금을 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1997년 PCS 사업자들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로 고객 확보가 지상명제가 되면서 비로소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시작됐다. 그 덕분일까, 시장은 날로 커졌고 매출액도 급증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신이 났다. 1997~2000년 내수 시장 수요 폭발에 힘입어 제조업체들은 해외진출 확대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 막 무르익어가는 이동통신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사업자들의 보조금 경쟁이 도를 넘으면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가 엊그제인데 낭비가 지나치다 ▲돈 많은 선발 사업자(SKT) 외에는 부담이 너무 커 경영부실이 우려된다 ▲단말기 제조 기술 국산화율이 낮아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등. 결국 정통부가 나서 전기통신사업법에 ‘2003년 3월~2006년 2월 보조금 지급 금지’를 명문화하기에 이르렀다. 법을 어기면 시장점유율에 따라 차등 적용한 과징금을 내도록 했다.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한 것은 공정위, 시민단체 등이 ‘시장경쟁 저해, 소비자 선택권 제한’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했기 때문이다.

보조금 금지는 여러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KTF, LGT의 수익성 개선에 일정 정도 힘이 되고 단말기 수요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면. 그러나 모든 규제가 그렇듯 ‘그늘’도 있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보조금이 금지된 2000년 6월~2004년 9월 서비스시장 매출 손실액은 약 4조5000억원, 단말기 시장 매출 손실액은 약 3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법으로 금지했고, 걸리면 무지막지한 벌금(누적 과징금 약 1547억원)까지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지급은 근절되기는커녕 대부분의 대리점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KTF의 한 임원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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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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