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미국 최대 한인 부동산 그룹 CEO 남문기

“한국인이 시장, 시의원, 관료, 시민인 ‘뉴스타시티’ 만든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6-03-29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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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2년 300달러 들고 渡美…연 매출 30억달러 기업 일궈
    • “싱글맘들 전문직으로 독립시켰으니 盧 정부는 나한테 상 줘야”
    • “한국 부동산 내게 맡기면 3년 안에 안정시킬 자신”
    • “정부 규제로 떠도는 부동산 자금, 미국 유입돼도 나쁠 것 없다”
    • “한국인이 미국 땅값 올렸다는 건 오보(誤報)”
    미국 최대 한인 부동산 그룹 CEO 남문기
    3월7일 오전. 뉴스타부동산그룹 남문기(南文基·53) 회장이 묵고 있는 남산 타워호텔을 찾았다. 1504호.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찾는 이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가 지금껏 어떻게 고객을 대해왔는지 짐작이 간다.

    남 회장은 남색 재킷에 흰색 와이셔츠, 빨간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20여 년 전부터 이렇게 맞춰 입는다고 한다. 깔끔하고 한결같은 복장으로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고, 빨간 넥타이로 첫 만남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남 회장은 29세 되던 1982년 1월, 단돈 300달러를 들고 미국에 건너가 거대한 부동산 그룹의 CEO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8년 캘리포니아 주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뉴스타부동산은 현재 LA, 워싱턴, 뉴욕 등 미국 곳곳에 50여 개 지사를 둔 대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30억달러(약 3조원). 뉴스타부동산그룹 지붕 아래 1300여 명의 에이전트가 있다.

    미국에서 그의 첫 직업은 청소부였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건국대 행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택은행을 2년 남짓 다녔지만, 그러한 배경은 미국에서 자리잡는 데 별 도움이 안 됐다. 결국 그는 ‘메인테넌스(maintenance)’ 회사에 들어갔다. 메인테넌스란 건물 내·외관 청소를 비롯해 페인팅, 타일 왁스, 카펫 샴푸, 전기 수리, 정원 관리 등 빌딩이나 주택이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일. 우리의 청소용역업체를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부동산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4년 남짓 일한 첫 직장에서 그는 인생을 바꿀 두 가지 열쇠를 얻었다. ‘어떤 일이든 재미를 앞세워 무아경에 빠질 정도로 열심히 하면 일등은 떼어 논 당상’이라는 깨달음과, 부동산업에 뛰어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

    미국에서는 새 건물(집)을 구입해 들어가는 경우, 부동산 거래가 완전히 성사되면 열에 아홉은 메인테넌스 회사에 청소, 페인팅, 카펫이나 마룻바닥, 정원 손질 등을 맡긴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야 메인테넌스업도 호황을 누린다. 부동산업의 영향을 받는 건 비단 메인테넌스업만이 아니다. 융자를 제공하는 은행, 융자알선회사, 감정회사, 보험회사, 심지어 해충방제회사까지 부동산 거래의 영향을 받는다. 4년간 그러한 사정을 꿰뚫은 그가 보기에 부동산업은 ‘미국 경제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였다.

    그는 부동산 에이전트 자격증을 획득한 후 미국 대형 부동산회사의 프랜차이즈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9개월 만인 1988년 9월25일, ‘Realty World New Star’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열었다. 직원 3명을 둔, 또 다른 대형 부동산 회사의 작은 프랜차이즈가 뉴스타부동산그룹의 모태다.

    그로부터 다시 20여 년이 흐른 지금,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뉴스타부동산그룹 본부 건물이 있다. 뉴스타부동산 본사와 LA지사, 뉴스타부동산학교·뉴스타 장학재단 등 20여 개 계열사가 두 개의 빌딩에 나눠져 있다. 뉴스타부동산그룹은 지난해 처음 한국에 진출했다. 강남 신사동, 목동, 상도동, 한남동 등에 16개 지점을 열었다.

    미국 한인 사회에 ‘300달러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나이’로 널리 알려진 그는 최근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책을 펴냈다. ‘미국 땅을 울린 한 마디, 잘 하겠습니다’란 제목은 그의 미국 이민 생활 25년을 한 줄로 요약하는 말이다. 그는 20여 년 전, 미국 부동산업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홍보 작업에 집중했는데, 그때 사용한 문구가 ‘잘 하겠습니다’다.

    뉴스타부동산은 처음 사무실을 내고부터 지금까지 계속 상승세를 탔다. 해가 갈수록 상승폭이 커졌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년 사이에는 지점 숫자가 배로 늘었다.

    -지속적인 성장의 요인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브랜드를 알리는 데 성공한 덕분이죠. 지금은 미국 어딜 가도 절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인해달라는 사람도 적지 않죠. 그게 다 광고 덕분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겠습니까, 낯이 익고 이름을 들어본 사람에게 맡기겠습니까. 부동산 에이전트로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지금까지 광고비를 아끼지 않고 있어요.

    -광고를 어떻게 했습니까.

    “한인 교포사회 신문에 얼굴 사진과 이름을 내고, 버스 정류장 대형 유리창과 벤치에도 제 사진과 이름이 새겨진 광고를 붙였어요.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장소와 구조물이면 가리지 않았지요. 골프장에 갈 때도 이름을 새겨넣은 골프티를 잔뜩 만들어 가서 티 박스마다 흘려놓고 왔어요. 골프 치러 온 사람들이 처음 한두 개 발견했을 때는 ‘칠칠치 못해 흘리고 갔구나’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게 계속해서 반복되면, 다음 티 박스에도 제 이름이 새겨진 티가 있을까 궁금해하게 되고, 홀 전체를 돌고 나면 제 이름을 분명히 기억하게 될 거란 계산이었어요.

    대형 빌보드에도 얼굴과 이름을 광고하고요. 빌보드에 제품이 아닌 사람 얼굴과 이름을 넣어 광고한 건 아마 제가 처음일 거예요. 그렇게 한 덕분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나 남문기란 사람 압니다’하는 얘기를 하죠.”

    혜성처럼 나타난 뉴스타

    -광고비로 나가는 돈이 적지 않겠어요.

    “에이전트를 시작한 첫 달에 광고비로 쓴 돈이 8000달러예요. 4년간 청소해서 모은 재산의 5분의 1을 쏟아부었죠. 지금도 광고비로 한 달에 65만∼75만달러를 쓰고 있어요.”

    공격적인 광고는 단시간에 그를 ‘혜성처럼 나타난’ ‘샛별(New Star)’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광고에만 의존했던 건 아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미국에선 집을 팔 때 ‘오픈하우스’라는 걸 한다.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 집을 공개하는 것. 오픈하우스를 하는 날, 매각 의뢰를 받은 에이전트는 통상 주택에서 반경 1마일 이내, 사람들이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곳에 표지판을 세워 매물로 나온 집을 공개한다고 알린다.

    남들이 반경 1마일 안에 표지판을 꽂을 때 그는 2마일까지 넓혔다. 다른 에이전트가 2마일로 넓히면 그는 3마일까지 표지판을 꽂았다. 어떤 에이전트가 오픈하우스 한 번 하는데, 표지판을 30개나 꽂았더라 하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는 100개 이상의 표지판을 꽂았다. 표지판을 한 개라도 더 꽂아야 한 사람이라도 더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찾아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표지판을 부지런히 꽂고 나면 오픈하우스 할 집의 잔디를 깎고 물을 줬다. ‘전직’을 살려 집안의 묵은 때를 벗기고, 말끔히 새 단장해놓은 적도 여러 번이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고, 성실함을 인정받으면서 고객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덕분에 에이전트가 된 지 1년이 채 안 돼 독립해 나올 수 있었다.

    -뉴스타부동산을 이용하는 고객은 대부분 한국인인가요.

    “부동산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의 비율은 미국인과 한국인이 50대 50, 사려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죠. 에이전트도 거의 한국인이고요.”

    -광고 등에 쓰이는 초기 투자비용이 에이전트에게 부담이 될 것 같은데요.

    “뉴스타 에이전트 중에는 싱글맘이 많아요. 싱글맘이 독립하도록 일조했다는 점에선 대한민국 정부가 제게 상을 줘도 될 정도죠(웃음). 제가 성공하고, 제 밑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길이 막막한 싱글맘들이 에이전트가 되겠다고 찾아옵니다. 그러면 제가 아파트 구입이며 광고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줘요. 결과는 반반이에요. 반은 살아남고, 반은 도태되죠.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2년 안에 도태된 사람들에게 투자한 비용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줍니다. 결과적으로 제게 이득인 거죠. 그런 투자가 제겐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에요.”

    車 번호판 ‘NEW★CEO’

    -찾아와서 사정한다고 모두 채용하는 건 아니죠?

    “웬만하면 다 기회를 줍니다. 어차피 경쟁에서 살아남는 건 자기 몫이니까 기회마저 안 주는 건 너무 냉혹하죠.”

    -그래도 최소한의 자격 기준은 있겠죠.

    “제 말을 잘 듣는 거죠(웃음). 복장 통일해야 하고, 머리를 단정하게 손질해야 하고….”

    그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직원들에게 왼쪽 가슴에 뉴스타 로고가 새겨진 흰색 셔츠에 남색 재킷, 빨간색 넥타이로 복장을 통일하도록 권유해왔다. 머리는 남녀 모두 짧게 손질해야 한다. 회사 로고가 부착된 깔끔한 복장은 전문직 종사자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행동거지 하나도 조심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친절을 습관화하는 장치도 된다.

    남 회장은 가방, 휴대전화, 컴퓨터 등 외부인에게 노출되는 거의 모든 소품에 뉴스타 로고를 붙이고 다닌다. 미국에서 타고 다니는 자동차 번호판도 ‘NEW★CEO’라고 한다. 미국은 주정부 자동차국에 일정액의 사용료를 내면 본인이 원하는 맞춤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뉴스타부동산 직원 상당수는 ‘NEW★’로 시작되는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지 않고는 어딜 가나 눈에 확 띄는 번호판을 달지 못할 것이다. 남 회장은 뉴스타부동산이 미주 한인사회의 부동산업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어떤 분이 저를 두고 ‘부동산 에이전트를 직업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제가 처음 부동산 에이전트가 됐을 때만 해도 부동산 중개업은 전문화되지 않은 직종이었어요. 그야말로 복덕방 수준을 면치 못했죠. 할일 없는 사람이나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부동산업자라는 걸 결코 자랑스러워하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한인사회에서 부동산 에이전트가 최고의 직업으로 꼽혀요.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돈도 많이 버니까요. 한인사회뿐 아니라 미국 전체 부동산 에이전트의 복장이 뉴스타 식으로 바뀌어가는 것만 봐도 흐뭇하죠.”

    미국의 부동산 거래 방식

    그는 “뉴스타부동산의 성장으로 부동산업자들만 부자가 된 게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 관여하는 20여 개 직종이 함께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건의 부동산 거래가 성사되는 데는 20개 이상의 직업이 연관된다.

    미국에서 100% 현금을 지불하고 집을 사는 일은 거의 없다. 현금이 있어도 다른 데에 쓰고 대개 은행에서 적당한 자금을 대출받아 구입한다. 집에 걸린 융자 문제, 기타 담보 문제 때문에 제도적으로 개인과 개인 간에 부동산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 반드시 자격증을 가진 중개업자에게 집을 팔아달라고 해야 한다.

    이때 소유권자는 주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중개업자에게 상세히 알려준다. 집에 도둑이 든 일이 있는지, 건축할 때 보온재로 석면을 썼는지, 심지어 인체에 해롭다고 결론이 난 수십년 전의 페인트가 어디에 칠해져 있는지 등 주택의 품질에 관련된 사항이라면 상세히 밝혀야 한다. 그러면 에이전트는 이 자료와 주택 감정평가사의 감정, 주변 시세, 향후 전망 등 여러 조건을 따져 가격을 산정하고, 홍보에 들어간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에스크로(escrow) 회사가 개입한다. 에스크로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제3자 처지에서 공정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개인이나 기관을 가리킨다. 매매에 관련된 보증금이나 그것에 해당하는 재산과 서류 등을 계약조건이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보관한다.

    집을 팔 사람과 살 사람, 중개업자 세 사람이면 계약이 성사되는 한국의 부동산 거래는 미국에 비하면 참으로 단순한 편이다. 그런데 남 회장은 바로 그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인은 집을 팔 때 에이전트에게 ‘얼마에 팔아줄래?’ 하고 묻는데, 한국인은 ‘얼마 이상은 꼭 받아야 한다’고 말해요. 중개업자를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고, 수수료도 웃돈이라고 생각하죠. 또 미국은 부동산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일부에게만 공개돼 있어요. 그러니 부동산 값이 합리적으로 책정될 수 없죠.”

    미국 최대 한인 부동산 그룹 CEO 남문기

    직원들과 함께 150여 명의 교포 학생을 후원해온 남문기 회장은 장학생 수를 200~300명으로 늘리고, 실버타운을 만드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그는 미국에서 인정받은 실력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갖고 있다.

    -뉴스타부동산이 한국에서도 성공할 거라고 자신합니까.

    “그럼요. 한국의 고객층이 훨씬 두텁다고 생각해요. 다만 현 정부하에선 어려울 수도 있겠죠. 지금 정부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부동산 소유자가 많다는 걸 알아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요?

    “규제를 많이 하는 편이죠. 그 규제에 변동이 많고요. 8·31 부동산 정책처럼 부동산 시장을 너무 묶어놓으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나아가 한국 경기 전체가 침체될 수도 있어요. 부동산이 전체 경제의 리더라는 걸 간과하면 안 되죠.”

    -정부는 서울 강남 집값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르고, 정부는 그걸 짓누르려 하고…. 그건 정부가 개입할 성격이 아니라고 봐요. 나라 전체를 관장해야 할 정부가 그 작은 땅덩어리를 갖고 안달복달하면서 정책을 만드는 건 문제 있죠. 정부는 강남 이외의 지역에 도로나 잘 닦아주면 돼요. 다른 데 더 좋은 지역이 생기면 사람들이 그곳으로 옮겨갈 게 당연하죠. 전적으로 수요공급 원칙에 맡기고, 수요가 다른 쪽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물꼬만 터주면 되는데, 강남에서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을 자꾸 뜯어말리니까 또 붙고, 또 붙고 하는 거죠.”

    전매계약의 우수성

    그는 과감히 “월급 안 줘도 좋으니 한 3년만 내게 맡겨주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당장 제가 어떤 계획이나 정책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다년간의 부동산 에이전트 경험과 그룹 리더로서의 자질, 그리고 미국의 선진 부동산 기법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있죠. 부동산 시장을 보는 감각도 있고요. 그것으로 충분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개혁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은 뭐라고 봅니까.

    “부동산 거래에서 신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야죠. 집을 살 때 직장은 안정적인지, 예금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서 신용이 좋은 사람은 가진 돈이 별로 없어도 낮은 이자율로 집을 가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다음엔 전문가에게 의지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를 만들어야죠. 한국 사람들은 중개수수료를 웃돈이라 생각하고 자꾸 깎으려 하잖아요. 모기지론도 좀더 대중화하고, 에스크로도 도입하고요.”

    그는 “철저하게 교육받은 뉴스타 에이전트들이 부동산 중개업소의 영업 관행도 바꿔놓겠다”고 자신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판을 확 바꿀 자신이 있어요. 우선 에이전트들에게 윤리교육을 철저히 하고, 고객들에게 ‘전매(專賣·exclusive)계약’의 우수성을 알릴 겁니다. 집을 팔려고 할 때 에이전트 3∼4명에게 동시에 매각 의뢰를 하면 누구도 열심히 팔지 않아요. 에이전트로선 내가 열심히 홍보했는데, 정작 다른 에이전트와 거래하면 어쩌나 하고 의심하는 거죠. 반면 능력 있는 에이전트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최선을 다해 홍보하고, 좋은 값에 팔아주겠죠. 고객이 유능한 에이전트에게 독점으로 집을 맡기기 시작하면, 가만히 앉아 고객을 맞던 에이전트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서비스 질을 높이고, 거래 방식을 투명화할 겁니다. 그러면 부동산 시장도 안정을 찾겠죠.”

    -미국에선 부동산 중개수수료로 주택의 경우 매매 가격의 6%를 받는다죠. 토지나 비즈니스용 빌딩의 경우는 10∼12%까지 받고요. 한국의 중개 수수료율은 미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데, 미국식으로 공을 들여서 수지가 맞을까요.

    “지금은 고객을 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거래 가격이 다르니까, 예를 들어 5억원의 가치가 있는 집을 3억이면 잘 받는 거라고 우겨서 사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고, 중개수수료와 별도의 대가를 받아 챙기는 식의 나쁜 관행이 일부 남아 있어서 중개수수료가 낮은 거라고 봐요. 중개업자가 그런 식으로 뒷돈을 받아 챙기는 일이 없어진다면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중개 수수료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도덕성 평가하는 시험

    -쉽지 않을 텐데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에이전트가 많아지면 가능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한국의 부동산 중개사 시험이 바뀌어야 해요. 미국에선 부동산 중개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한 3개월 공부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보통 1년 이상 걸린다죠. 한국 부동산 시험이 미국보다 훨씬 어려운데, 실질적으로 에이전트에겐 민법 몇 조가 어떻고 하는 것보다 도덕성이 중요해요. 미국은 자격증 획득이 수월해도 자격증 없는 사람은 절대 부동산 거래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데, 한국은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사무실을 열면 그 밑에 실장이다 뭐다 해서 자격도 없는 사람이 부동산 거래에 관여하는 일이 흔하잖아요. 시험문제만 어렵고, 관리는 전혀 안 되는 게 문제죠.”

    -시험으로 도덕성을 검증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미국 부동산 중개사 시험을 예로 들어줄 수 있나요.

    “가령 이런 식이에요. 고객이 이러저러한 법률적인 문제를 물었을 때 뭐라고 답해야 하나 하는 문제는 ‘변호사를 찾아가라고 한다’가 정답이에요. 복잡한 세금 문제를 늘어놓고 고객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고 물으면 ‘공인회계사를 찾아가라고 한다’가 정답이고요. 자기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알고, 다른 사람의 전문 분야를 확실하게 인정해주라는 의미죠. 세법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가 고객에게 재산상의 손실을 끼칠 수 있잖아요.”

    -5월에 있을 LA 한인회장선거에 출마했는데, 그것으로 그칠 분이 아닌 것 같군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죠. 그러나 한국에서 정치할 계산으로 한인회장선거에 출마한 건 아닙니다. 확실한 건, 전 LA가 좋고, 부동산업, 뉴스타, 우리 직원들이 좋아요. 제가 뉴스타를 떠나서 뭘 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죠. 뉴스타를 확실하게 키우고 싶어요.”

    -미국에서 정치를 할 생각은 없습니까.

    “학창시절, 정치학 교수로부터 정치인 한 사람 키우는 게, 경제인 200명 키우는 것보다 낫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대학교까지 마친 사람이 미국에서 정치를 하려는 생각은 어리석은 거죠. 일단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질 못하잖아요. 정치인이 말을 못 알아듣고, 의사를 잘못 전달하면 문제가 많죠. 이민 1.5세대나 2세대 중에서 한인 정치인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예요.”

    한국이나 미국에서의 정계 진출에 대해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일관했지만, 남 회장은 시장도, 시의원도, 관료도, 시민도 모두 한인인 ‘뉴스타시티’를 구상하고 있다.

    “4∼5년 전부터 계획해왔는데, 10년 안에 완성할 거예요. 미국에는 개인이 도시를 만든 경우가 흔해요. 남부 캘리포니아의 어바인(Irvine)이 바로 그런 곳이죠. 제임스 어바인(James Irvine) 가문이 땅 전체를 사들여 도시를 세웠어요. 먼저 뉴스타 실버타운을 만들어서 그게 성공하면 뉴스타시티로 확장할 겁니다. 한국도 미국도 노인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70∼80년 고생하다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저라고 그렇게 안 되리란 보장이 없죠. 같은 세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어요.”

    “해외 부동산 취득, 국부 유출 아니다”

    그의 ‘뉴스타시티’ 계획은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땅을 사면, 그건 한국 땅이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그는 뉴스타부동산 한국지사를 통해 한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를 적극 도울 계획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해외 현지에서 살 집을 구입하는 경우 100만달러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외환관리 정책을 수정한 건 반가운 일”이라며 “한국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국부(國富)유출’이라는 식으로 비쳐져왔는데, 8·31 부동산 대책으로 지향점을 잃은 한국 내 부동산 투자 자금이 남부 캘리포니아에 유입된다고 나쁠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 부동산 값을 올려놓았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2004년에 한국의 한 신문에서 ‘해외 자본유출 막을 길 없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어요. 요지는 남부 캘리포니아 LA 일대의 집값을 한국인이 올린다는 건데, 오보(誤報)였어요. 우선 한국인의 부동산 거래는 남부 캘리포니아 부동산 시장 가격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요. 세탁소 같은 상가는 대부분 한국인들끼리 사고팔기 때문에 한국인이 값을 올려놓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죠.

    그리고 한국인이 미국에 부동산을 소유하는 게 왜 국부 유출입니까. 유학생이 미국에 와서 살 집을 10만달러에 구입했다가 돌아갈 때 30만달러를 받고 팔면 이익 아닌가요? 또 저희 집에 드나드는 미국인이라곤 수도검침원뿐인데, 이 집을 한국 집이라고 봐야 합니까, 미국 집이라고 봐야 합니까. LA 한인타운에 살면서 미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지금 미국에 가서 영어 한 마디 안 쓰고 살 수도 있죠. 우리나라, 남의 나라 구분하지 말고, 미국이나 한국이나 한국 사람이 살면 다 같은 한국이라고 봐주면 좋겠어요.”

    -어쨌든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부동산에 집착하는 건 사실이잖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부동산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건 미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전세계 사람들이 다 그럴 거예요. 미국에서도 주택 200채를 분양한다고 하면, 2000∼3000명씩 몰립니다. 맥도날드나 로빈슨 메이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부동산 가치가 상승해서 돈을 많이 벌었죠.”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첫째 과감해야 하는데, 과감하기 위해선 전문지식이 확실한 사람을 만나야 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인지 확실하게 조사해야죠.”

    돈 많지 않은 경영인

    남 회장은 “돈이 별로 많지 않은 경영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돈이 아주 없으면 아무도 따라오지 않고, 돈이 너무 많으면 건방져지기 때문이란다. 장학사업, 실버타운 조성 등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많이 쓰면서 살겠다는 이야기다.

    -1남1녀를 두셨는데,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을 건가요?

    “자식에게 재산 물려줄 생각은 오래 전부터 없었어요. 전 재산을 모교에 기부할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LA 한인타운에 반납하는 게 가치 있겠다 싶어요.”

    -노후에 한국에 들어올 생각은요?

    “임전무퇴죠. 앞으로 미국을 한국으로 만들 거예요. 1960년대, 서울에서 고향인 경북 의성에 가려고 보통 열차를 타면 아침 10시반에 출발해 저녁 8시 반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한국까지 10시간 밖에 안 걸리잖아요. 미국은 아직 ‘기회의 땅’이에요. 1000만명의 동포가 미국으로 이주하도록 도와서 한국인이 모여 사는 도시를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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