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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짱’ 모르면 ‘왕따’ 되는 IT 트렌드

실리콘밸리의 ‘삼무(三無)’

  • 류현정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실리콘밸리의 ‘삼무(三無)’

실리콘밸리의 ‘삼무(三無)’
미국 관광 중이고 마침 샌프란시스코 근처라면 실리콘밸리 방문을 추천한다. 요란한 볼거리가 넘치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실리콘밸리를 20∼30분간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샌프란시스코 남동부 계곡 지대에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인텔, 컴퓨터 업체 HP 본사를 비롯해 개발사가 즐비하다. ‘구글라이제이션(세상은 구글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구글 본사와 전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의 70%를 장악한 애플 건물도 보인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본사를 관통하려면 자동차로도 10분은 족히 걸린다. 소리 없는 기술 전쟁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1970년대의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떠오르는 것은 밭과 과수원뿐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첨단 기술 연구단지로 거듭나면서 이곳은 이제 미국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동네,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동네로 손꼽힌다.

실리콘밸리를 취재하면서 필자는 이곳에 없는 세 가지를 발견했다. 실리콘밸리의 삼무(三無) 중 첫째는 ‘실리콘밸리에 실리콘이 없다’는 것. 1980년대 후반부터 반도체 공장이 하나둘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 기술만 실리콘밸리에 남아 있다. 실리콘이 없다는 말은 미국 ‘제조업 공동화’의 방증이다.

또 실리콘밸리에는 백인 개발자가 없다. 실리콘밸리 IT업체 엔지니어의 80%가 아시아계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인도계가 장악(60%)하고 있으며, 하드웨어는 중국계가 좌지우지(50%)한다. 특히 인도인의 부상은 무섭다. 인도에서 몇 달치 월급을 꼬박 모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인도인이 적지 않은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실력자로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백인이 독점해온 간부급 자리를 인도인이 꿰찬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인도인이 미국의 인력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면 IT 업계의 리더를 자처하는 우리의 모습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도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에 이은 ‘엔지니어 공동화’ 현상이라나.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에는 ‘배울 것이 없다’는 극단적인 분석이 있다. 앞으로 기술 화두는 ‘컨버전스(융합)’인데 초고속 인터넷, 와이브로(무선인터넷), 모바일 등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에서 먼저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역동적이다. 신화적인 기업이 계속 탄생한다. ‘실리콘밸리가 없다’는 말은 곧 끊임없는 혁신으로 자기 파괴와 창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검색업체 구글의 행보는 IT 업계의 최대 화두인데, 스탠퍼드 대학은 구글 덕분에 대박을 터뜨렸다.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사진)이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대학이 창업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스탠퍼드와 버클리 대학에서 나오는 우수한 인적 자원의 선순환 등 역동적인 생명력의 원천이 꺼지지 않는 한 실리콘밸리는 또 다른 IT 역사를 만들어낼 것이다.

신동아 2006년 5월 호

류현정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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