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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이색 여행기 2題

재야 경제학자 최용식의 홍콩 경제 유람기

아파트 한 채에 1000억원! 고향 떠난 부자들이 돌아온다!

  •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ecnms21@hanmail.net

재야 경제학자 최용식의 홍콩 경제 유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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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으로의 반환 직후 하강곡선을 그리던 홍콩 경제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엔 7.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홍콩은 인구 700만의 조그만 도시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에 달하는 부자동네. 그곳을 한 경제학자가 다녀왔다. 8박9일 발품을 팔며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그가 새롭게 발견한 홍콩의 활력, 성장의 비결, 그에 비춰 본 한국 경제의 현실.
재야 경제학자 최용식의 홍콩 경제 유람기
떠나고 싶었다. 잠시라도 쉬고 싶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한번쯤은 깨고 싶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딱히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데, 새벽 3∼4시에 일어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낮에는 숫자로 가득한 각종 통계를 들여다보고, 멍한 눈으로 새로운 글감을 찾아 하루 종일 헤매는 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오랜 습관이 내 처지를 자꾸 비웃는 것 같은 고약한 느낌도 내던져버리고 싶었다. 존재감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목표가 사라졌다는 것이 새로운 출발을 강요했다.

“내가 할일은 끝났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소중한 꿈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계 경제학도가 경제학을 배우러 대한민국에 오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뛰어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꿈을 담은 책을 최근에 발간했는데, ‘대한민국 생존의 경제학’과 ‘일본 경제 뛰어넘기 프로젝트, 꿈은 이뤄진다’가 그것이다. 책을 탈고한 뒤의 해방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하늘이 나를 이 땅에 보낸 책무를 이제는 다했다”며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내가 나서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면 좋으련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기회를 주는 것도 하늘이 할일이 아니던가. 솔직히 고백하면 노무현 정부의 탄생에 병적으로 몰입했던 데는 그 기회를 잡아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큰소리로 외쳐도 듣지 않는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제경쟁력과 가장 높은 성장잠재력, 그리고 과거 어느 때보다 유리한 경제여건을 물려받은 노무현 정부가 역대 정권 중 최악의 경제성적을 기록하는 것도 어쩌면 하늘의 섭리가 아닐는지.

그래 떠나자. 잠시라도 떠나 있어보자. 내가 미처 해내지 못한 일은 제자들과 후학들이 해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홍콩으로 가보자. 젊을 적에 흔히 들었던 ‘홍콩 간다’는 속어대로 한번쯤 정신을 풀어놓고 여행의 즐거움에 취해보자. 마침 선배 한 분이 그것을 권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 뒤에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세 시간 여정의 비행기에 올랐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려니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눈을 감고 잠시 회상에 잠겼더니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을 둔 아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아내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 잘 다녀오라고 환송인사를 해주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얼굴에 주름이 깊이 패가는 것이 내 잘못인 것만 같다. 꿈 많던 소녀는 어느 사이엔가 반백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굉음소리가 회상의 나래를 잠시 접게 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텅 빈 하늘이 다시 추억에 젖게 했고, 결국은 내 평생의 업보인 양 경제학의 문제로 돌아갔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무너뜨려?

나는 40년 가까운 세월 경제학과 질긴 인연을 맺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과학적으로 해체하고야 말겠다는 젊은 시절의 치기가 이런 악연을 만들었다. 사실, 자본주의는 그 과학적인 기초가 신고전파 경제학이고, 사회주의는 마르크스 경제학이다. 이것만 과학적으로 해체하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고, 그러면 민족분단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젊은이의 눈에는 그것이 너무 쉬워 보였다. 자본주의 경제학은 소비와 교환의 시각으로, 사회주의 경제학은 생산과 분배의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는 것부터가 중대한 오류로 보였다. 경제란 생산과 소비와 교환과 분배가 함께 일어나는 존재인데, 그중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여 이론이 구축됐다면 이것은 결정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소경 코끼리 만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비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교환은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므로 경제는 마냥 베푸는 존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자유방임주의는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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