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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대 건축사의 강남 마천루 설계전쟁

포스틸, 동부금융센터, 푸르덴셜… 독창성의 KPF vs ASEM, GS강남타워, 타워팰리스Ⅲ… 경험의 SOM

  • 박영건 (주)범건축 대표건축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ykern@baum.co.kr

세계 양대 건축사의 강남 마천루 설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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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일대를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비유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구 1000만이 넘는 거대 도시의 중심업무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로서 현대사회의 특징인 문화와 상업의 기능을 고루 갖췄고 고층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뉴욕은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함께 비비고 살아서 ‘용광로(Melting Pot)’라고도 부르지만 ‘마천루의 도시’라고도 한다. ‘마천루(摩天樓, Skyscraper)’는 ‘하늘을 문질러대며 흠집을 내는 건축물’이라는 의미로 19세기 말부터 미국의 대도시에 등장하기 시작한 고층건물을 지칭하는 단어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일본인이 한자로 풀어 만든 신조어로 추측된다.

맨해튼에는 유명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있고, 9·11테러로 붕괴됐지만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도 있었다. 102층 높이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건설하는 데 14개월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거나, 1930년대 초반에 전세계를 휩쓴 대공황기에 건설되어 준공 후 10년 가까이 비어 있어서 별명이 ‘엠프티(Empty)스테이트빌딩’이었으며, 비행기가 충돌했어도 끄떡없었고, ‘킹콩’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같은 100편이 넘는 영화의 배경이 됐으며, 요즘도 뉴욕을 찾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최상층에 있는 전망대를 방문한다는 등 이 건물과 관련된 화제는 뉴요커들에겐 전설이 됐다.

외국 건축가들의 작품전시장

인구면에서 손꼽히는 국제도시인 서울의 테헤란로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견줄 만한 랜드마크 건물이 없었다. 빌딩의 꼭대기마다 ‘곤돌라’라고 하는 청소용 장비가 설치되어 있어서 “마치 함포를 갖춘 전함(Warship)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 같다”고 어느 외국인이 빈정댈 때에도 딱히 할말은 없었다.



1980년대 이후 대기업들은 그룹 내에 건축사 사무소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를 교두보 삼아 사주(社主)의 취향에 부응하는 ‘건축의 명품’을 장만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했고, 서소문 중앙일보사옥과 광화문 교보빌딩 등의 설계에 외국 건축가가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호황을 맞고 있었으나 미국은 불경기의 늪에 빠져 있는 형편이어서 유명, 무명의 미국 건축가들이 한국의 건축설계시장에 진출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바람이 불면서 국제적으로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데, 건축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문호가 개방된 국제설계경기를 통해 주요 프로젝트의 설계자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한국의 경제1번지라고 할 만한 테헤란로 일대는 요즘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외국 설계회사에 건축 디자인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 건축가의 작품 전시장으로 자리잡아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앞으로 테헤란로를 지배하게 될 건축가를 미리 점쳐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테헤란로 일대 주요 건물의 디자인에 관여한 외국 건축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초동 삼성그룹빌딩 : KPF(미국) ▲강남교보빌딩 : Mario Botta(스위스) ▲메리츠타워 : Keating · Kang(미국) ▲푸르덴셜생명빌딩 : KPF(미국) ▲한솔빌딩 : HOK(미국) ▲포스틸사옥 : KPF(미국) ▲스타타워 : Kevin Rouche(미국)▲ GS강남타워 : SOM(미국) ▲타워팰리스Ⅲ : SOM(미국) ▲동부금융센터 : KPF(미국) ▲한국무역센터타워 : NIkken Sekei(일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 Charles Cober(미국) ▲ASEM 컨벤션센터 : SOM(미국) ▲COEX 인터컨티넨털호텔 : SOM(미국) ▲ASEM 타워 : SOM(미국) ▲현대산업개발 본사빌딩 : Daniel Libeskind(미국) ▲잠실 롯데월드 : Kurokawa Kisho(일본) ▲잠실롯데월드Ⅱ : SOM(미국)

미국의 설계회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KPF와 SOM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고층건물의 역사는 엘리베이터가 발명된 19세기 말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며, 주로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미국의 대도시에서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20세기 말까지 고층건물의 건설과 관련한 기술이 미국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건축설계회사가 경험이 가장 많은 것은 당연하다.

세계 양대 건축사의 강남 마천루 설계전쟁

KPF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우리나라 건축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KPF가 설계한 건물들. 왼쪽부터 포스틸, 동부금융센터, 푸르덴셜생명 빌딩. KPF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차별화

아직까지 한국의 설계시장에서 절대강자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당분간 국내 설계회사는 물론 외국계 설계회사 간에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성과에 비춰볼 때 KPF와 SOM 가운데 한 회사가 이 지역의 선두주자로 부상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건축설계 분야에서는 과거에 수행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마케팅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외국 건축가가 한국시장에서 성공하느냐 여부는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를 건물 디자인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 과정에서 건축주를 설득해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원안대로 채택되도록 유도하는 것, 그리고 국내 파트너 건축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뤄 이를 실시설계에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 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설교통부 장관이 면허를 내준 국내 건축사가 설립한 건축사사무소를 통해서만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외국 건축가가 관여해 건물을 디자인하는 경우라도 국내 건축사사무소와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 설계에 관한 법적인 책임은 전적으로 국내 건축사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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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건 (주)범건축 대표건축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ykern@ba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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