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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쇼퍼홀릭’

‘퍼스널 쇼퍼’가 되고 싶다

  • 김민경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퍼스널 쇼퍼’가 되고 싶다

‘퍼스널 쇼퍼’가 되고 싶다
지금 누가 내게 “나중에 뭐 될래?” 하고 물으면 “퍼스널 쇼퍼!”라고 대답할 거다. 직업상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대부분 사무실 문을 닫고 나오며 “알고 보니, 이 일도 괴롭겠어”란 결론을 내린다. 예를 들면 변호사, 광고기획자나 재무분석가, 홍보대행사 사장, 사진작가, 레스토랑 주인, 자동차 판매왕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퍼스널 쇼퍼’는 알면 알수록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다.

퍼스널 쇼퍼란 백화점이나 부티크에서 고객의 취향과 필요에 맞는 상품을 골라주는 ‘맞춤형 쇼핑 도우미’다. VIP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백화점이 퍼스널 쇼퍼와 퍼스널 쇼퍼룸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치품 브랜드들은 퍼스널 쇼퍼룸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아는 사람만 입구를 아는 퍼스널 쇼퍼룸에는 화려한 가구, 대가들의 오리지널 작품, 에스프레소와 시폰 케이크가 있고, 고객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거대한 거울과 샹들리에가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은 뭐든지 주문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쇼핑할 수 있다. 취재와 개인적인 친분 덕분에 여러 퍼스널 쇼퍼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 백화점에서 퍼스널 쇼퍼 체험기를 의뢰해온 덕분에 무척 친절한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는 잘 빠진 ‘인피니티’를 타보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퍼스널 쇼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눈높이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소박한 인상이 좋다. 여우처럼 예쁘고 젊은 퍼스널 쇼퍼가 자신에게나 어울릴 만한 옷을 권하면 누가 돈을 내고 싶겠는가. 혀를 굴리면서 ‘이걸 모르시나?’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퍼스널 쇼퍼도 탈락이다. 대신 한번 신뢰를 얻으면, 고객들은 퍼스널 쇼퍼가 적어주는 리스트에 무조건 사인을 한다. 보석이나 모피가 포함되면 퍼스널 쇼퍼가 하루 수억원 매출을 기록하기도 한다고 한다.

퍼스널 쇼퍼라고 왜 ‘고충’이 없을까. 예를 들면, 퍼스널 쇼퍼에겐 스타일리스트로서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퍼스널 쇼퍼는 시간을 주체 못하는 사장님, 사모님들과 ‘놀아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퍼스널 쇼퍼룸에서 서너 시간 남편, 동창, 사돈 험담에 돈 자랑, 자식 자랑, 강아지 자랑까지 다 들어주고 나면 ‘어제 드라마에 황신혜가 들고 나온 가방 빨간색, 파란색 하나씩 가져와’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러면 난 말한다. “그게 뭐 어때서? 쇼핑이 그런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쇼핑은 즐거운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고, 휴식이며 일상이다. 퍼스널 쇼퍼는 고객의 인생을 파악해야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법이다. 퍼스널 쇼퍼는 그 구멍을 보석으로 메울 것인지, 악어백으로 짜깁기를 할지 결정해주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좋은 퍼스널 쇼퍼가 될 것 같은데, 아직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은 없다.

신동아 2006년 8월 호

김민경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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