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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쇼퍼홀릭

모피, 그 거부할 수 없는 매력

  • 김민경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lden@donga.com

모피, 그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모피, 그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매년 이탈리아 밀라노 F/W(가을/겨울) 패션쇼장에서는 ‘PETA(동물의 인도적 처우를 주장하는 사람들)’ 회원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대표적인 모피 브랜드인 펜디나 가죽 브랜드인 A. 테스토니 본사에는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겨울엔 모피가 전세계 패션 트렌드가 되면서 반(反)모피주의 시위보다는 호사스러운 모피 컬렉션이 훨씬 더 시선을 끄는 듯하다. 펜디나 퓨어리 같은 모피 브랜드에는 1억원을 호가하는 세이블이나 친칠라 코트가 있고, 동대문시장에선 3만원대 토끼털 코트가 불티나게 팔린다. 고가의 모피 아이템을 선보이는 펜디코리아는 한국시장 매출이 매년 200%씩 늘고 있다.

올해 모피 패션의 특징은 최대한 ‘애니멀’다운, 즉 야성적인 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밍크의 장털(긴털)을 깎거나 뽑아 부피감을 줄임으로써 마치 벨벳처럼 보이는 모피가 유행했지만, 이제는 볼륨감을 과장하는 추세다. 단색 밍크보다는 얼룩덜룩한 산고양이나 털이 긴 담비가 인기고, 동물의 꼬리를 레이스처럼 주렁주렁 매달기도 한다. 밍크나 송아지털 가죽을 레오파드처럼 위장한 모피나 직물도 인기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뚱뚱해 보인다는 말을 집안에 삼재(三災)가 들었다는 말보다 더 무서워하는 여성들이 ‘가필드’ 스타일로 거리를 활보하다니 말이다.

좋은 모피나 가죽을 ‘채취’(업계에선 이런 단어를 쓴다)하려면, 동물들이 흙바닥에서 뒹굴거나 다른 동물들과 싸워 상처를 입기 전, 즉 어릴 때 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태어난 지 한 달 이내 것을 채취하고, 때론 뱃속의 새끼로부터 얻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모피 애호가는 야만적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엘리자베스 여왕도 모피를 입는다. 왜 그럴까. 인간의 피부는 흉내낼 수 없는 모피의 보온성, 원시적인 소재가 주는 섹시함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모피는 희귀하다. 대량 사육되는 밍크보다 산고양이나 친칠라가 더 인기 있는 것도 극소수만이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피의 인기는 여성의 사회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0년대 들어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자 여성들은 ‘유한 마담’의 상징이던 모피를 거부했다. 대신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들은 새끼양의 등털에서 채취한 최고급 캐시미어를 입었다. 그러다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여성이 많아지면서 값비싼 모피는 여성 자신의 사회적 능력을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일부 디자이너 등은 모피와 동물 가죽 사용에 반대한다. 그러나 이런 모피반대주의자들조차 천연 모피를 흉내낸 ‘인조털’ 패션을 선보인다. 동물보호주의자가 동물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털로 옷을 만드는 건 살짝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만큼 모피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장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신동아 2007년 2월 호

김민경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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