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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8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下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무명의 가치株에 주목하라!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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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패턴 분석이론은 거짓말

심지어 그는 난수표에서 뽑은 수를 기반으로 그래프를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식시장에서 가격 그래프를 뽑은 후, 이를 증권분석가들에게 제시하고 어느 것이 진짜 주식시장의 그래프인지 고르라는 실험까지 벌였다. 그랬더니 전문가 그룹은 그가 무작위로 뽑은 그래프들을 주식시세 그래프라고 뽑았다. 이는 주식 가격 그래프와 이를 토대로 기술적 분석을 제공한 전문가들의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한 실험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실험은 결과물의 폭발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런 주장은 이후 해리 로버트(Harry Robert)가 워킹의 가설을 동전 던지기 실험으로 다시 한번 증명해 보임으로써 이론으로 확정됐다. 시장이 부인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격 패턴은 무질서하고 무작위적이며, 향후 가격을 예측하는 데 전혀 쓸모가 없음’을 주장한 로버트의 논문은 현재 기술적 분석가들이 황금률로 사용하는 ‘헤드 앤 숄더, 네크라인(Head & Shoulder, Neck Line)’과 같은 개념들을 탄생시켰다.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주식 가격 패턴분석 관련 용어들은 로버트가 그린 동전 던지기의 시계열 그래프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런 가격패턴 분석이론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인물은 따로 있다. 천체물리학자 오스본(osborne)이 바로 그다. 오스본은 주가의 무작위운동이 분자의 운동, 즉 ‘브라운 운동’과 같다는 사실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했다. 물리학자인 그는 주식시장에 하등의 관심이 없었지만 주식시장의 주가패턴이 무작위적, 즉 ‘랜덤 워크’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가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사실은 ‘주가는 무작위적이며, 가격 패턴으로 오늘 이후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주가가 결정되는 순간은 매도자의 하락 의견과 매수자의 상승 의견이 충돌할 때만 이루어진다. 이 두 의견이 충돌하지 않을 경우 가격은 매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매도자와 매수자 중 누가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는 다음날 주가만이 판정해줄 수 있다.”



이때 매도자와 매수자의 기대수익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으므로, 결국 투기꾼들의 기대수익은 ‘0’이 된다. 그는 “주가의 변동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고, 브라운 운동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한편, ‘주가 변동은 시간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프랑스의 수학자 루이 바슐리에의 주장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한 달간의 주가변동이 3%일 때, 열 달간의 주가변동은 30%가 아닌, 10% 남짓에 불과하다는, 즉 ‘시간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下

2008년 6월 미 증시가 폭락하자 거래소의 직원이 고민에 빠져 있다.

대박기술과 비법은 없다

코울스, 워킹, 로버트, 오스본의 실험 이후 시장에는 투기거래에 대한 4가지 결론이 확립됐는데, 그 첫째는 투기성 거래자가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이들을 이기려면 그는 다른 사람이 절대 모르는 정보를 독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시장의 정보를 잘못 이해한 바보가 많아야 그에 비례해 차티스트들(가격패턴 분석가)이 포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것도 스스로가 대단한 현자(賢者)라는 전제에서만 그렇다. 다시 말해 정보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지만 그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해석할 수 있는 투기성 거래자가 있다면, 그가 내는 이익의 크기는 곧 그 정보를 거꾸로 해석하거나 늦게 해석하는 바보의 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셋째는 이때 그가 바보들에 비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 정보가 새나가면 바보의 수는 줄 것이고 그의 수익은 바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결론은 주가 추세는 시장에 대한 불완전 정보를 순차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고 정상적이라면 현재의 주가에는 모든 정보가 완전하게 반영돼 있어야 하고, 다음에 나타날 새로운 정보로 인해 주가는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기술적 분석 진영의 입장대로 주가가 진짜 추세를 형성하고 그 추세가 한번 형성돼 오랫동안 유지되는 존재라면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는 데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정보가 빠른 순서대로 주식을 사게 되며 가격 추세는 이들의 진입속도에 따라 만들어진다. 현재의 주가에는 모든 정보가 반영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기술 분석 진영의 주장이 참이 되려면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결정적,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기술적 분석가들의 주장은 ‘시장은 효율적이다(모든 정보는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이가 바로 경제학자 알렉산더(Alexander)로, 그는 주가를 분석하고 통계작업을 하면서 ‘경계면(Barrier)’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 주가가 5% 이상 오르면 사고, 5% 이상 내리면 파는 방식으로 결과를 확인했다. 추세가 형성되면 고점 매수하고, 반대의 추세가 형성되면 저점 매도하는 추세매매를 한 다음 이를 시뮬레이션화한 것이다. 그랬더니 역시 결과는 ‘의미 없음’으로 내려졌다. 이쯤 되면 추세, 혹은 패턴으로 주식을 예측하고 매매하는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수없이 많은 학자가 이런 사실을 증명했음에도, 그로부터 50~60년이 지난 오늘까지 차트에 줄을 그어가며 ‘대박기술이니, 비법이니’하며 혹세무민하는 분석가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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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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