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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실세’ 황영기 KB국민지주 회장 내정자

우리은행장 시절 ‘독단 경영’으로 8000억원대 투자 손실

  • 윤영호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금융권 실세’ 황영기 KB국민지주 회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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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장 시절 선진 투자은행 ‘봉’ 노릇”
  • ●“외형 경쟁 주도, 우리은행 수익성 갉아먹었다”
  •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악연 내막
  •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한때 라이벌 관계
  • ●‘삼성 2인자’ 후계 경쟁에서 밀려 우리금융 회장 쟁취?
  • ●‘국제신사’인가, ‘정치적 줄타기’ 귀재인가
‘금융권 실세’ 황영기 KB국민지주 회장 내정자

2005년 9월29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삼일교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왼쪽 사진 왼쪽)과 황영기 우리은행장. 삼일교는 우리은행이 건설해 서울시에 기증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건물에는 황영기 회장 내정자를 반대하는 국민은행 노조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오른쪽).

지난해 3월30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5층 강당.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주총 진행을 마감한 후 쓸쓸히 본점 건물을 떠났다. 당시 언론은 “그가 3년 임기 동안 탁월한 실적을 올렸음에도 연임하지 못한 것은 대주주인 정부에 밉보인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황 회장에게 다분히 호의적인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기업은행 강권석 행장은 국책은행장으로선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했다(강 행장은 지난해 11월 말 지병으로 타계했다). 반면 황 전 회장은 연임을 위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응했으나 주변의 예상을 깨고 최종 후보 3인에도 들지 못했다. 최종 면접을 볼 기회조차 박탈당했던 셈이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올 6월 초, 한 외국계 은행 대표는 헤드헌터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9월 새로 출범하는 KB국민지주 회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내용이었기 때문.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당연히 KB국민지주 회장도 겸할 줄 알았던 그로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였다. “강 행장을 이길 만한 사람으로 추천해달라”는 요청은 그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는 고민 끝에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추천했다. 그의 추천대로 황 전 회장은 7월 초 국민은행 지주회사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됐다. 우리금융에서 밀려난 지 1년3개월여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물론 ‘내정자’란 꼬리표를 떼기 위해선 몇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15%를 넘으면 지주사 추진이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지주사 전환 반대 주주들은 8월26일부터 9월4일까지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더라도 은행의 건전성과 자본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15%를 상한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가격은 6만3293원. 투자자 입장에선 지주사 전환 이후 주가가 장기적으로 이 수준을 넘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황영기 지주사 회장 내정자를 비롯해 강정원 행장 등이 7월 이후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은행 노조의 ‘낙하산 인사’ 주장도 그에겐 부담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지주회사 회장 후보 추천위 위원들은 “엄정한 심사를 거쳐 회장으로 선임했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 논란은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후보추천위가 강정원 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하지 않은 것만 봐도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짐작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황영기 회장 내정자의 관계를 잘 아는 사람들도 ‘낙하산 인사’ 논란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금융 공기업도 아닌 KB국민지주 회장 인사는 정부가 관여할 수 없기도 하지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황 회장 내정자는 전 위원장의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 두 사람 사이가 칼바람이 불 정도로 냉랭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도덕성, 경영 능력 낙제”

두 사람이 이처럼 틀어진 것은 황 회장 내정자 책임이 크다는 평가. 황 회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 1기 경영진(전 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역임)을 무시하는 언행을 보였기 때문이다. 황 회장 내정자는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1기 경영진을 향해 “도대체 해놓은 게 뭐야”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어찌됐든 국민은행 노조는 8월5일 황영기 회장 내정자를 선임한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내는 등 반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참여연대는 “황 회장 내정자는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에 실패하는 등 도덕성, 신뢰성, 경영능력 모두 의심이 간다”고 비판한다.

황 회장 내정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게 삼성 비자금 연루 의혹. 황영기 행장 시절 우리은행은 전 삼성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 계좌를 개설해줬다. 이로 인해 황 회장 내정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그는 또 삼성생명 전무이사 시절 삼성자동차 등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1999년 12월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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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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