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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명사 11인이 말하는 나의 경제위기 극복기

부도난 다음날 내가 내게 출제한 문제는?

최윤희 행복디자이너·방송인

부도난 다음날 내가 내게 출제한 문제는?

부도난 다음날 내가 내게 출제한 문제는?
24년전 남편 사업이 부도나 가정이 그야말로 거지가 되어버렸다. 몇날 며칠을 엉엉 울기만 하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시험문제를 내주었다. 최윤희, 너 지금 심신이 지쳐 있으니까 주관식 문제는 너무 가혹하겠지? 내가 객관식 문제를 내줄게. 사지선다형. 하나만 찍어봐. 1- 이혼을 해 2- 가족동반 자살을 해 3- 묻지 마 인생, 타락을 해버려 4- 새 출발!

“엄마, 빨리 말해. 빨리 말해”

1번, 이혼을 하려니 ‘원 샷’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동사무소 가서, 구청 가서 서류 떼고 법원에 왔다갔다해야 했다. 아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그래서 1번은 통과통과~. 2번 가족동반 자살이 제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밖에서 놀고 있는 애들을 불렀는데, 애들 눈에 엄마는 보이지도 않았다. “엄마, 빨리 말해. 빨리 말해! 지금 밖에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 재밌어 죽겠는데! ” 재밌어 죽겠다는 애들을 차마 죽일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2번도 통과~. 다음 3번에 도전! 묻지 마 인생, 차라리 타락을 해버려라. 그러나! 특별한 매력이 있어야 남자들이 유혹에 넘어올 것이고 그래야 타락도 시작되는 것 아닌가. 셈본을 배웠기에 분수는 조금 아는 나. 3번은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것은 딱 하나, 4번 새 출발!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람 마음처럼 간사한 것도 없고 사람 마음처럼 위대한 것도 없다는 것. 죽었다 생각하고 다시 새롭게 살아보자고 결심하자 거짓말처럼 새로운 힘이 생겼다. 조금 전까지 새까만 블랙홀이던 내 가슴이 희망, 초록의 세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문광고 주부사원 모집을 찾았다.

마흔이 다 된 여자가 신입사원이 되었으니 누가 좋아했겠는가? 그때부터 구박과 설움으로 뒤범벅된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3대 정신(죽까정신-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맨딩정신-맨땅에 헤딩하기, 깡벌정신-깡다구 있게 벌떡 스탠드하기)을 비타민처럼 복용했다.

마음의 스위치는 ‘마법의 스위치’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징징 짜고 살면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나는 힘들 때마다 마법의 스위치를 찰칵찰칵 올렸다. 그래, 잘될 거야. 조금만 이겨내자! 그리고 무조건 수입의 30%는 저축했다. 아마 그때부터 나의 근검절약 정신은 생활화된 것 같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이제까지 한 번도 가계부를 써본 적이 없다는 것. 숫자를 적으면서 나 자신 더 초라해지기 싫었다. 그냥 머릿속에서 모든 입출금 계산을 끝냈다.

내가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1등공신은 ‘초(超)’긍정 사고방식이다. 요즘은 정말 힘들어서 긍정적인 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긍정적 사고에 초를 한 방울 살짝 뿌려서 초긍정이다. ‘없는 것’ 생각하면 하루도 못 산다. ‘있는 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두 팔, 두 다리, 두 눈, 그리고 가족이 있잖은가? 경제부도는 ‘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다. 가족들이 하나로 마음만 뭉친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사랑 부도, 희망 부도가 가장 무서운 것이다.

“귀하는 거지가 됨으로써…”

희망과 절망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일란성 쌍둥이~. 제로지점까지 추락했던 24년 전, 그래도 희망과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의 행복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지금도 남편에게 감사장을 수여한다. “귀하는 거지가 됨으로써 인간 최윤희의 인생을 완전 뒤집어주었으므로 그 공을 높이 치하하여 이 상을 드림!”

그 절망, 그 아픔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으랴! 된장, 청국장이 왜 몸에 좋겠는가? 인정사정없이 푹푹 썩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슬픔을 이겨낸 사람이 발효돼 향기가 나는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 안에는 모든 것을 다 이겨낼 수 있는 무한 에너지가 숨어 있다. ‘약한 자는 고통 앞에 눈물 흘리지만 강한 자는 오히려 빛난다!’는 괴테의 시도 있잖은가! 가장 필요한 것은 역경지수다. 제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해도 ‘얍!’하고 다시 솟아오를 수만 있다면~. 눈부신 태양은 우리를 향해 윙크할 것이다.

신동아 2008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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