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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가격인하 전쟁

이마트,‘삼겹살 전쟁’통해 온라인몰 제패 노린다

  • 김선미│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대형마트 가격인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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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고기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는 삼겹살이다. 그런데 삼겹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월 한 달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할인점들이 경쟁적으로 삼겹살을 납품가 절반 이하로 판매하는 할인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왜 할인점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삼겹살 가격을 깎아줬을까.
새해 벽두부터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는 ‘깜짝 발표’를 했다. 1월7일 “삼겹살, 즉석밥,우유, 달걀 등 12가지 생필품 가격을 기존보다 최대 36%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업계 2,3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부랴부랴 맞대응에 나섰다.

“평소 1주일 정도 진행되는 단기 가격할인 행사 때도 경쟁업체 광고 전단을 보고 제품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왔는걸요.”

이날 오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이처럼 ‘가격 담합’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면서 이마트가 가격을 내린 12가지 생필품에 대해 일단 가격부터 내리고 봤다. “이마트가 가격을 내렸는데, 어떻게 할 거냐”란 언론 매체들의 질문을 받느라 홍보팀은 홍보팀대로, 제조업체들과 급작스러운 가격 협상을 벌이느라 바이어는 바이어대로 허둥대며 진땀 빼는 모습이 역력했다.

흥미로운 건 업계 3위 롯데마트의 대응이었다. 1월14일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무조건 10원 이상 싸게 팔겠다”고 보도 자료를 냈다. 신세계와 롯데가 벌이는‘10원 전쟁’의 발단이다. 바로 다음날인 1월15일 이마트는 고구마, 오징어, 노트북 등 10개의 가격 인하 품목을 새롭게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이들 품목에 대해 정말로 10원 이상 싼 가격표를 붙였다. 업계에선 경영 전면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즉 재벌 2,3세끼리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 해석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마트 측은 “(우리가 가격을 내린다고) 경쟁업체들이 정면으로 맞대응할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라는 반응을 보였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이마트의 가격인하 품목에 대해 가격을 내리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 가격을 내릴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우린 아무렇게나 찍어 가격인하 제품을 정한 게 아니다”라면서 “협력회사와 장기간 논의한 끝에 결정했는데, 경쟁업체들이 같은 품목으로 쫓아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1월의 유통대전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전쟁은 날이 갈수록 격심해졌다. 돼지 삼겹살이 대표적이다. 마트별로 100g당 1500~1800원대이던 삼겹살 가격은 일부 점포에서는 100g당 590원(이마트 영등포점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 삼겹살 판매가는 국내 육가공 회사들이 이마트에 납품하는 가격(100g당 110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적어도 삼겹살만큼은 밑지고 파는 게 확실했다. 대형마트들은 “갈 데까지 가보자”며 정육 바이어들을 전국 방방곡곡에 보내 힘겹게 삼겹살 물량을 확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싼 가격의 삼겹살을 찾는 소비자가 몰려 대형마트 정육 코너에선 으레 삼겹살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느닷없는 삼겹살 열풍이었다.

삼겹살뿐이 아니었다. 국내 즉석밥 시장에서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식품업계 1위 CJ가 이마트와 손잡고 1차 가격인하 품목인 ‘CJ햇반 3+1’(210g 3개 들이에 추가로 1개를 껴주는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CJ는 1월19일부터 이 제품의 납품을 중단했다. 이마트 측은 “당초 6개월 가격인하를 계획했는데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CJ 측은 “비정상적으로 가격을 낮춰 제품을 계속 공급하는 건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이마트와 CJ는 급히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국내 대형마트 1위와 식품업계 1위의 ‘결별’을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CJ햇반의 가격인하 제품은 이날 이후 대형마트 진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마트의 다른 가격인하 품목을 생산하는 다른 제조업체들도 난색을 표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마트가 대량 구매를 약속하긴 했지만 무조건 가격을 낮추고보니 소비자가 품질을 의심해 곤혹스럽다는 주장이었다.

광기에 가깝게 치닫던 대형마트 가격 전쟁에서 가장 먼저 한발 물러선 것은 홈플러스였다. 홈플러스는 1월24일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 경쟁 이전 가격으로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선 홈플러스가 가격 경쟁을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홈플러스 측은 “포기가 아닌, 소비자를 위한 가격 환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대형마트 간 가격인하 경쟁이 공정거래와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며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지나친 가격 경쟁은 소비자가 원할 때 살 수 없는 물량 확보 문제와 품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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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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