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호

손대는 농수산물마다 ‘명품’탈바꿈 ‘식품 강국’견인차 노릇 톡톡

aT (농수산물유통공사) 윤장배 사장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7-30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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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만에 수출 40억달러 돌파
    • 아시아 대형 마트에서 한국산 인기
    • 세계적 식품브랜드 나오게 하겠다
    손대는 농수산물마다 ‘명품’탈바꿈 ‘식품 강국’견인차 노릇 톡톡

    윤장배 aT사장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 중으뜸은 아마 식(食)일 것이다. 식욕은 원시시대부터 있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식품(food)은 이러한 식욕을 충족시켜준다. 허태련씨는 저서 ‘식품과학’에서 “식품이란 인간이 생명현상의 유지와 성장을 위해 체외로부터 섭취하여 흡수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런 관점에서 식품은 ‘에너지’보다도 더 중요하다.

    사람은 식품을 의무감으로만 먹지는 않는다. ‘먹는 즐거움’은 일상적으로 누리는 최고의 행복 중 하나다. 그러기에 후진국의 경우 경제가 발전해 소득이 증가하면 가장 먼저 식료품 소비가 늘어난다.(매일경제 2009년 6월17일자 보도) 허태련씨에 따르면 어떠한 물질이 식품이 되기 위해선 여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그것은 향기, 색택, 조직감, 맛, 안전성, 영양가다. 영양가는 영양소(nutrients)로 불리기도 하는데 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 여섯 범주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식품은 지구상에서 수천, 수억 가지도 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되지만 농(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단 세 가지 원재료로 수렴된다. 가공식품은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원료로 해 이를 물리적 화학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정의되므로 결국 인간이 섭취하는 모든 식품의 근원은 농(축)산물과 수산물이라고 할 것이다. aT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이러한 농수산물이 산지에서 소비자에게로 원활히 유통되도록 지원하는 공기업이다. 현실적으로, 이 회사는 품질이 뛰어난 농수산물을 생산해 국내외 시장에서 많이 소비되도록 하는 일을 한다.

    식품은 최고의 상품

    식량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량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많은 나라는 자국 농업 보호에 심혈을 기울인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재화가 상품화되는 자본주의 시대, 식품도 하나의 상품 유형으로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해왔다. 전세계적으로 식품 시장의 규모는 연간 4조달러. 자동차 시장의 2.5배에 달한다. 또한 이 시장이 매년 3.2% 정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식품시장에서 주변부로만 맴돌았다. 우루과이라운드가 논의되던 1990년대 초반 한국 사회는 농업이 붕괴되고 수많은 농민이 실업자가 되어 거리로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김병택 현대증권 과장의 2008년 칼럼) 이때의 화두는 ‘수입 저지’였다. 지금도 ‘쌀 관세화’ 문제 등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농수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산 농수산 식품이 과거의 방어적 개념에서 전환해 세계시장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aT가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윤장배(59) aT 사장을 만났다. 이 회사가 입주해 있는 aT센터는 국제행사, 무역 비즈니스, 이벤트, 공연이 이뤄지는 농식품 전문 전시·컨벤션 건물로 그 옆으로는 우리나라 화훼산업의 메카인 화훼공판장이 펼쳐져 있다. 윤 사장은 “서울대 축산과를 다니다 그만두고 다른 대학 행정학과를 나왔다. 농업이 아닌 다른 쪽으로 진출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행정고시에 합격하자 정부에서 ‘전공이 그러니 할 수 없다’면서 농림수산부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유엔국제농업개발기금 파견, 농림부 국제농업국 국장, 대통령비서실 농어촌비서관 등을 거치면서 우루과이라운드, 한미FTA 쌀 협상을 담당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1월 aT 사장에 임명됐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를 재신임했다고 한다.

    “살길 찾자” “나가자”

    ▼ aT센터는 사장께서 1990년대 농림부에 근무할 때 기획해 건축한 것이라면서요?

    “우루과이라운드가 진행 중일 당시 농업수출 정책이 이렇다 할 게 없었어요.‘개방하면 농업이 다 무너진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했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된 후인 1994년 나는 우리 농업도 수출할 수 있다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앉아서 무너질 수는 없다’‘살길을 찾아야 한다’‘희망을 갖자’‘나가자’ 이런 메시지를 농민에게 주고 싶었어요. 당시 정부는 농업 수출을 정책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 출범과 동시에 수출종합대책도 처음으로 만들었고요. 나는 농업 수출의 상징으로 이런 건물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손대는 농수산물마다 ‘명품’탈바꿈 ‘식품 강국’견인차 노릇 톡톡

    서울 서초구 aT센터.

    ▼ 생각한 대로 된 건가요?

    “의지를 가지고 구상하고 예산을 따냈죠. 전시관 같은 것도 넣기로 하고. 다만 IMF 사태가 발생해 당초 계획보다 낮아진 15층이 됐습니다.”

    ▼ 일상생활과 밀집하게 결부되어 있어 평소에 잘 의식되지는 않지만, 국내 식품시장의 규모가 꽤 큰 편이죠?

    “농수산물과 외식 등 다 합쳐 연간 140조원 규모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규모죠. 그러나 전세계 식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낮아요.”

    ▼ 식품업계로선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겠군요?

    “선진국에선 세계적 식품 기업이 많아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글로벌 랭킹에 들어가는 기업이 없어요. 다른 산업 분야에선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이 있는데 말이죠. 국내 식품산업을 빨리 세계화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 다시 ‘나가자’ 구호가 필요하겠군요?

    “그렇죠.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 가능성은 충분하거든요. 내가 취임한 이후 aT가 식품산업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요. 현 정부에서도 내가 농림부 시절 농업 통상·수출이 전문이었고 의지도 있어 보여서 aT를 맡긴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aT 측은 윤 사장의 정책이 실질적으로 수출 증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수산물 수출 통계를 보면 재미있습니다. 1988년 최초로 30억달러를 넘어서죠. 그전에는 20억달러대였죠. 그러나 2007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30억달러대에 머무르게 됩니다. 윤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2008년 비로소 40억달러를 돌파해 45억달러를 기록하죠. 수출 촉진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걸 알 수 있죠.”

    파프리카, 딸기, 버섯 ‘인기’

    윤 사장은 “지난해엔 여러 상황이 겹쳐 48억달러 정도였지만 올핸 추세대로 하면 6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2011년 100억달러 돌파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aT가 주최한 BKF(바이 코리아 푸드) 국제 상담회엔 21개국에서 식품 전문 바이어 130여 명이 왔다고 한다. 그는 “한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고 했다.

    ▼ 국내외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는데….

    “업체들도 이제는 우리가 제시하는 비전에 관심을 가져요. 해외진출 의지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요. 열심히 노력한다면 실현 가능하다고 봐요.”

    ▼ 2008년 이후 해외로 잘 팔려나가는 품목도 생겨나고 있나요?

    “파프리카를 연간 5300만달러어치나 수출하고 있다면 잘 안 믿기죠? 그러나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딸기도 2000만달러어치가 외국으로 나가요. 상당한 규모죠. 꽃이라면 네덜란드가 유명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장미, 백합, 국화 등 화훼류를 일본 등지로 1억달러 가까이 수출하게 됐어요. 예전에 비해 40%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그 외 김치, 인삼 등 수출액이 1억달러에 육박하는 품목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게 막걸리예요. 수산물로는 김이나 활어 상태의 넙치가 잘 나가고 있고요.”

    ▼ 해외 시장에서 다른 나라 농산물에 밀리지 않나요.

    “팽이버섯은 베이징, 칭다오 등 중국 대도시의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새송이버섯은 유럽에도 수출되고 있고요. 특히 배, 사과, 딸기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어요. 딸기는 싱가포르에서 미국산을 밀어냈어요.”

    손대는 농수산물마다 ‘명품’탈바꿈 ‘식품 강국’견인차 노릇 톡톡
    윤 사장은 농수산물 수출이 늘어난 원인으로 협의회 구성, 품질관리 강화 등을 꼽는다. 과거 농수산물 수출업자들은 제 살 깎기 과당경쟁으로 출혈수출을 감수했으나 aT 가 협의회 구성을 유도하면서부터 수출경쟁력이 크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 농수산물 수출업체 수는 어느 정도였나요?

    “2800여 개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업체 규모는 작은 편이었어요. 연 수출액 50만달러 이하가 70%. 더구나 해외시장에서 같은 품목 업체들끼리 자주 가격경쟁을 벌이고 서로 광고 내면서 나눠먹기 하니 이익이 잘 나지 않죠. 도저히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 싶어 2008년부터 협의회를 만들기로 한 거죠.”

    ▼ 어떤 방식으로 했나요?

    “전략적으로 수출상품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16개 품목을 정해 각 품목별로 협의회를 둔 거죠.”

    배석한 성기홍 홍보팀장에 따르면 16개 품목은 김치, 인삼, 파프리카, 배, 유자차, 버섯, 전통주, 막걸리, 양란, 단감, 김, 쌀, 채소종자, 사과, 밤, 식품기업이었다. 막걸리는 처음에는 전통주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해외에서 반응이 좋아 별도로 떼어내었다고 한다. 식품기업은 1000만달러 이상 수출하는 25개 기업으로 CJ, 농심, 대상, 대상FNF, 동원산업, 동원F·B, 롯데주류BG, 매일유업, 빙그레, 사조씨에스, 삼양식품, 삼진글로벌넷(가공식품), 샘표식품, 신라교역(참치 명태), 오뚜기, 오케이에프(유자차 음료), 일화(인삼 음료), 크라운제과, 풀무원, 하이트-진로, 한국야쿠르트, 한국인삼공사(홍삼), 해태제과, 사조해표, 웅진식품이다. 이어지는 윤 사장과의 대화.

    “한국산에 프리미엄 얹어줘요”

    ▼ 협의회 구성은 누가 주도했나요.

    “업체들이 먼저 나서지 않으니 우리가 주도해 만들고 업체들이 들어와 활동하도록 했죠. 두 달에 한 번씩 회의하는 것도 우리가 적극 주선했어요.”

    ▼ 효과는 있었나요?

    “규모화, 조직화가 중요하다는 우리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요. 같은 품목 업체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상품의 품질, 규격을 표준화하고 공동으로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어요.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협력 기준도 만들어 준수해나갑니다. 서로 신뢰가 쌓이고 사이가 좋아지자 몇몇 업체는 해외시장에서 충돌하는 부분에서 오히려 힘을 모으자며 공동으로 수출회사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팽이버섯 품목의 경우 일곱 개 회사가 KMC라는 법인을 설립해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중국수출 물량의 96%를 차지해요. 파프리카 품목에서 러브파프라는 회사가, 새송이버섯 품목에서 머쉬엠이라는 회사가 공동출자로 생겨났어요. 이 같은 품목별 협의회의 활성화, 수출창구의 대형화는 수출실적 증대로 직결되고 있어요.”

    ▼ 식품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수출업체였을 텐데 여기도 협의회가 필요했나요.

    “그럼요. 예전엔 국내 대형 식품회사는 수출에 적극적이지 않았어요. 농심이 라면을 많이 수출해 1억달러 이상 벌어들이긴 했지만 대부분 내수시장 위주로 경영했죠. CJ가 최대 식품기업인데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안 되는 걸로 알려졌고요. 우리가 수출업체에 ‘국내 수요만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선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테니 밖으로 나가자’고 열심히 설득했어요.”

    ▼ 대기업도 호응하던가요?

    “지난해부터 움직이더라고요. 수출전담 임원을 따로 두는 곳도 있고 경영방향이 ‘수출 혁신’ 쪽으로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와요. 한 기업은 중국에서 고량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전력을 쏟고 있어요. 우리는 수출업체에 해외시장 개척 컨설팅을 해주고 바이어를 연결해주고 마케팅을 지원해줍니다.”

    손대는 농수산물마다 ‘명품’탈바꿈 ‘식품 강국’견인차 노릇 톡톡

    2009년 9월 이탈리아 볼로냐 건강식품 박람회. 한식코너에서 관람객들이 한국전통음료를 마시고 있다. (작은사진) aT가 해외시장에 론칭한 고품질 한국산 농수산물 브랜드인 ‘휘모리’의 로고.

    ▼ 그러나 농수산물 수출에선 뭐니뭐니 해도 맛이나 신선도, 안전성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품질관리가 굉장히 중요하고 우리는 이 점에 노력을 배가하고 있어요. 국내 산지에서 일본 등지의 소비지까지(door to door) 냉장유통체제(cold chain system)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소량 주문에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12피트 수출 컨테이너를 도입했어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 일본 등 해외까지 먼 거리인데 그 방식으로 국내에서와 같은 신선도가 유지될까요?

    “수출 농산물은 유리온실과 같은 시설농업으로 재배해야 합니다. 수확하면 바로 예냉해 냉장 컨테이너에 넣습니다. 그 상태로 페리 같은 배로 일본에 보냅니다. 도착한 농산물은 전국으로 흩어져 다음날 아침이면 도쿄시내의 시장에 나오도록 하고 있어요. 국내의 산지에서 도매시장 거쳐 소비자에게 가는 것과 별 차이가 안 나요. 이 정도로 일본, 중국은 가까워졌어요. 국경이라는 장벽은 있지만 국내 유통과의 차이를 없애고 품질을 유지하는 수출 인프라를 갖춘 거죠.”

    윤 사장은 냉장유통체제의 수준은 농업대국인 중국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했다. 수출상품은 유통과정의 훼손을 줄이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수확될 당시의 품질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선 농산물 우수관리 인증(GAP) 지원, 수출농산물 안전지킴이 육성, 수출농산물 검역 지원 사업 등이 운영되고 있다.

    윤 사장은 “철저한 위생 관리,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있고 그런 곳에서 나온 제품만 수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장을 짓겠다면 도와준다”고 했다. 유통공사는 농수산물 수출에 연간 5000억여 원을 지원하고 있다.

    ▼ 중국에서 종종 터지는 대형 불량식품 사건이 우리 수출품에서 발생한다면 큰일이겠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세심하게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소비자의 까다로운 기준도 수출상품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특히 농산물의 크기를 일정하게 하고 흠집이나 하자가 있는 것을 골라내어 고품질을 유지하는 ‘선별 과정’은 중국산보다 탁월합니다.”

    ▼ 저가의 중국산에 맞서 품질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가격 때문에 크게 밀릴 거라고 생각하죠. 팔아먹을 게 있을까 걱정도 하고요. 그러나 그렇게 불리한 위치는 아닙니다. 해외시장 곳곳에서 선전 중입니다. 내가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중국을 몇 차례 가봤는데 한국산에 대한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져 있더라고요. 중국 소비자도 한국산과 중국산에 차이를 둘 정도예요. 당연히 한국산에 프리미엄을 더 두죠. 식품 사고가 몇 차례 터지면서 중국 소비자는 특히 안전성 면에서 한국산을 높이 쳐요.”

    ▼ 그래도 가격이 비싸다면….

    “중국 국민도 소득이 높아져서 중산층은 조금 비싼 건 별로 안 따져요. ‘한국 식품이 품질관리가 잘 되어 있고 맛도 있다’는 소문이 나고 있죠.”

    2년 전까지 수출국은 일본, 미국, 아세안, 중국 순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중국은 2위로 뛰어올랐다. 대(對) 중국 수출액도 전년대비 40%나 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도시 시민들은 대형 마트에서 농수산물을 주로 구매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각국에 수출되는 상당수 농수산물도 해당 국가의 대형 마트로 입점하고 있다고 한다. 윤 사장은 “일본으로 수출되는 김치의 경우 교민 마켓이나 도매시장, 소매점으로 출하되는데 최근엔 그렇게 해선 수출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자스코 등 대형 유통업체와 직거래해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손대는 농수산물마다 ‘명품’탈바꿈 ‘식품 강국’견인차 노릇 톡톡

    지난 3월2일 일본 도쿄식품박람회 한국관에서 한식 관계자들이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알티마트, 까르프,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에 한국산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윤 사장은 “상하이 알티마트엔 한국식품 코너가 별도로 있다. 냉장고 문을 열면 한국산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이 꽉 들어 있는 게 보인다. 이제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한국산 우유의 경우 상하이 대형마트까지 도착하는 데 3일 걸리던 것이 지금은 훨씬 더 단축됐어요. 분유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올해 구제역이 발생하는 바람에 한국산 유제품, 육류, 육가공품의 중국 수출이 전면 중단됐죠. 안타까운 일이죠. 우리나라는 구제역 종결을 선언하고 국제수역사무국(OIE)에 통보한 상태인데요. 국제수역사무국에서 인정해주면 수출을 재개할 수 있어요. 올해 안에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aT는 “최근 한식 세계화 사업에도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계에 한식당이 1만여 개 있다고 하는데 같은 메뉴라도 식당마다 재료와 맛이 천차만별이고 대체로 비싼 편이라고 한다. 윤 사장이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면서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한식당협의회’. 그는 “모여서 같이 의논해보라”고 설득해 미국 뉴욕, 일본 도쿄, 중국 옌볜 등 세 곳에 한식당협의회를 구성했다고 한다.

    한식 세계화 첫발 떼다

    ▼ 한식당협의회가 식당 업주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나요?

    “뉴욕에 400~500개의 한식당이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60여 개 업소가 가입했어요. 자발적으로 회비 내고 있고 필요한 건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해요. 식재료 중에는 한국에서 가져와야 하는 것도 꽤 있는데 식당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구매 요청하고 우리가 연결해주면 원가를 줄일 수 있죠. 도쿄엔 한식당이 1000개도 넘을 것 같은데 여기도 한국산 식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에요. 메뉴도 너무 다양하고요. 협의회 구성 이후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나오고 있어요.”

    ▼ 한식 요리 메뉴가 사실 너무 많잖아요.

    “그러니까 한식 세계화가 고달픈 거죠. 세계화할 수 있는 한식 메뉴를 정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를 했어요. 산고 끝에 100개 정도가 선정되었는데 100개 가지고 안 될 것 같아 400개를 추천했고 그중 200개를 뽑았어요. 메뉴의 영문 표기법도 통일했고 ‘이 정도는 꼭 들어가야 한다’는 식재료도 정했어요. 조리법과 음식에 얽힌 스토리도 담아서 한식 세계화를 위한 매뉴얼을 완성했죠.”

    ▼ 일식이나 중국요리, 인도요리처럼 한식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지기 위해선 표준화 과정이 필요하겠군요.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해외 한식당에 일제히 배포했습니다. 인터넷에도 띄워놓았고요. 앞으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LA, 일본 오사카에서도 한식당협의회를 구성해나갈 계획입니다.

    윤 사장은 취임 후 공모에 의해 능력을 사고파는 잡-마켓(job-market) 인사제도, 상시 퇴출프로그램, 경영계약제, 성과형 연봉제를 시행했고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소지 조항을 삭제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aT는 2008~09년 정부 경영평가 A등급, 고객만족도 2위, 공공기관 청렴도 1위, 노사관계 선진화 우수기관,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장 워크숍의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2009년엔 1943억원의 총수익과 8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자동차시장보다 더 큰 식품시장은 세계 인구의 증가, 세계 경제의 성장 등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은 이 시장에서 존재가 미미했다. 윤 사장은 “국내 식품산업의 규모도 더 커지고 네슬레, 크래프트, 코카콜라 같은 세계적 식품브랜드가 나올 때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aT는 그 산파역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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