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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 인간 이해하는 ‘행동경제학’이 정책 효율성 높인다”

경제자문단 출신 교수의 제언

  • 이장혁 |고려대 교수·경영학 janglee@korea.ac.kr|

“비합리적 인간 이해하는 ‘행동경제학’이 정책 효율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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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류 경제학을 기반으로 한 기존 경제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는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주류 경제학의 한계 때문이다.
  • 이를 보완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의사 결정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이다.
  •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선거운동 단계부터 행동경제학 전문가를 자문단으로 영입해,
  • 행동경제학을 정책 수립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 ‘행동경제학의 불모지’, 한국은 어떻게 변모해야 할 것인가.
“비합리적 인간 이해하는 ‘행동경제학’이 정책 효율성 높인다”

무엇을 구매할까? 인간은 때론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소비를 결심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면서, ‘경제정책의 효과와 효율을 높이려면 기존 주류 경제학 패러다임을 보완하는 행동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행동경제학이란 불완전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규명하는 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소비자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행동경제학의 정책 적용 방안에 대해 보다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기를 바라며, 비전공자 입장에서 그 중요성을 논하고자 한다.

먼저 다음의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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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김씨와 이씨는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면적의 벼 재배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동네에 국책사업 관련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들은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하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책정된 토지 수용 보상금을 받게 됐다. 김씨는 큰 불만 없이 보상금을 받고 이주해 다른 곳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씨는 보상 금액이 너무 적다고 불만을 표시한 후 ‘예외적으로 더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통지를 받자 빨간 띠를 두르고 투쟁의 길로 접어든다.

사례 2 TV를 새로 살 계획인 박씨는 매장 방문 전 180만원짜리 42인치 LED(발광다이오드) TV와 240만원짜리 47인치 LED TV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다른 요건보다 가격을 가장 중시했던 그는 매장 입구에 500만원 상당의 55인치 LED TV가 전시된 것을 보고, 그만 47인치 TV를 구매한다.

사례 3 서씨는 전형적인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투자를 할 때는 위험 분산을 위해 특정 종목 주식을 직거래하는 것보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 구매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서씨는 기금과 운용비용을 제외하면 기대 수익이 마이너스인 복권을 매주 즐겨 산다.

앞서 소개한 세 가지 경우에 해당되는 사람을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기대 효용 이론(expected utility theory)’에 근간을 둔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경제적 인간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의사 결정을 하는 인간을 뜻한다. 그렇다면 두 가지 유형 중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형은 무엇일까?

당연히 앞의 사례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첫 번째 사례에서 이씨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왜 그가 ‘보상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인지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김씨는 자작농이 아니라 소작을 주던 토지 소유주였기 때문에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한 보상 금액을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반면 이씨는 40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어온 자작농이었다. 농사일이 어렵다지만, 그는 농사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세 명의 자식을 모두 잘 교육하고 결혼까지 시켰다. 이씨에게 이 농지는 40년 이상의 추억이 담긴 의미 깊은 땅이기 때문에, 그는 보상금액이 웬만큼 높지 않고는 굳이 평생을 같이한 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새로운 이주지와 대체 농지 역시 이씨의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같은 경제적 가치를 가진 농지이지만 개인의 상황에 따라 이들이 평가하는 농지의 가치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집행하는 토지 보상 제도는 60 평생을 촌부(村夫)로 살아온 이씨를 하루아침에 투사로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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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혁 |고려대 교수·경영학 jang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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