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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기자의 지속가능성 談論

외교부 첫 CSR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

외교부 첫 CSR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

외교부 첫 CSR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

서울 G20 정상회의.

11월 치러진 서울 G20 정상회의 전후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혹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말이 자주 쓰였다. 확인해보니 이것이 주로 재정적인 의미에서 사용됐다. 정상합의문에는 ‘대외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 평가 프로세스를 향상시킬 것’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선 각국의 환율, 부채, 경상수지 균형 등과 관련된 건전성 정도로 이해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정상들끼리의 말놀음이 아니라 시민들도 친숙하게 받아들이려면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걸 보여줬다면 시민들도 정상회의를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진정으로 ‘나의 행사’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이란 말에는 ‘창의적 막연함’이 있다. 누구나 제 처지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쓰인 의미보다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정의는 1987년 유엔 브룬틀란트 보고서에서 왔다. 즉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말한다.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틀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있다. 기업이 영리활동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까지 추구하며 환경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에 기울이는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때마침 11월1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5년간의 연구 끝에 CSR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26000 지침서를 공식 발간했다. 이는 조직 지배구조,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운영 관행, 소비자 이슈, 공동체의 참여와 발전 등 7대 핵심주제를 담고 있다. 앞으로 이 기준이 해외 각국에서 평가 및 인증제도로 다양하게 활용되면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에 신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래 CSR은 누가 강제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인 활동이지만 요즘엔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게 하나의 흐름이다. 영국에선 지난 노동당 정부에서 CSR 장관까지 뒀다. 나이젤 그리피스 전 영국 CSR 장관은 “CSR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유럽의회나 유엔에서도 이를 균형 있는 세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내년 예산에 10억원 편성

늦은 감은 있지만 청와대에서도 CSR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흥미롭게도 외교통상부가 2011년 예산 편성에서 처음으로 10억원의 CSR 항목을 넣었다. 전세계적으로 CSR 영역이 중요해지자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과 현지 정부·기업·소비자·관련단체 간 CSR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한 덴마크대사관·캐나다대사관이 각각 ‘CSR 주간’을 갖고 자국 기업들의 CSR 활동을 소개한 것처럼 외교부도 해외에서 CSR 한국주간 행사를 열거나 공관별 ‘모범 사례 보고서’ 등을 펴낼 계획이다.

외교부 첫 CSR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
외교부의 첫 CSR 예산이 기획재정부에 의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깎이고, 국회에서도 ‘대기업에 돈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것이 의미 있는 출발임에는 틀림없다. 외교부든 지식경제부든 CSR 담당과가 생기거나 CSR 장관 자리가 만들어지는 등의 큰 변화가 오기를 기대한다. 기왕의 녹색성장위원회도 CSR에 관한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CSR이니 지속가능성이니 하는 말들은 낯설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이를 살아 있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데보라 메이어슨과 모린 스컬 리가 말한 것처럼 조직 내부에서 기존 문화와 아주 다른 대의를 내세우면서도 조화롭게 혁신을 이끄는 ‘조용한 혁명가들(tempered radicals)’이 필요한 때다.

신동아 2010년 12월 호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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