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잇몸약 시장 개척한 33년 전통의 브랜드

동국제약 인사돌

  • 김희연 | 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입력2011-06-23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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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몸약’ 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 잇몸이 ‘붓고 시리고 피날 때’ 찾게 되는 약이 바로 동국제약의 ‘인사돌’이다.
    • 동국제약은 몰라도 인사돌은 알 만큼 높은 인지도를 과시하는
    • 대한민국 대표 잇몸약의 브랜드 스토리를 훑어보았다.
    잇몸약 시장 개척한 33년 전통의 브랜드
    “나이 들수록 잇몸이 중요하니까.”

    ‘국민 배우’ ‘대한민국 대표 아버지’인 탤런트 최불암씨가 특유의 ‘파’ 하는 웃음을 지으며 편안한 모습으로 화면을 채운다. 잇몸약 인사돌의 광고다. 동국제약 인사돌은 ‘써보면 써볼수록’ ‘잇몸 속까지 제대로’ 등 다양한 광고 문구를 써왔지만, 최근 들어 ‘대한민국 잇몸약’이라는 간단한 말로 브랜드를 깔끔하게 정의하고 있다. 노년기에 이르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이순재씨와 최불암씨를 연속으로 메인 모델에 기용한 것도 33년 동안 잇몸약 시장 1위를 지켜왔다는 자신감의 표출일 것이다.

    인사돌은 대한민국 최고의 잇몸약이면서 최초의 잇몸약으로 인식된다. 동국제약은 1978년 프랑스 라로슈 나바론사에서 인사돌을 수입해 국내에 소개했다. 뒤이어 1987년부터는 자체 생산을 하고 있다. 33년 동안 제품의 성분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인사돌은 잇몸병 치료제라는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개척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일등 브랜드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예전에는 잇몸병을 하나의 병이라기보다 치통의 하나로 봤어요. 잇몸에 문제가 있으면 치통약을 사 먹었죠.”

    대한민국 대표 잇몸약



    인사돌 도입 초창기에 영업을 담당했던 동국제약 직원들은 인사돌이라는 브랜드, 동국제약이라는 회사, 잇몸병이라는 생소한 병이라는 세 가지를 알려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약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효능을 제대로 알리기도 버거운데, 그 앞에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우리 잇몸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연조직인 치은, 치아와 잇몸을 결합시키는 치주인대, 치아를 잡아주는 잇몸뼈인 치조골, 치주인대를 치근에 부착시키는 백악질로 구성된다. 이런 조직들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잇몸질환이다. 치은에 생기면 치은염, 치은염이 나머지에까지 퍼지면 치주염이다. 인사돌은 치조골 형성을 돕는 한편 항염 작용을 촉진한다. 잇몸질환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퍼진 지금에 들어도 머리 아픈 얘기인데, 30년 전의 일반 소비자에게는 얼마나 생소하게 들렸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30여 년이 지나 경쟁자들이 있는 지금에도 동국제약은 한정된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보다는 잇몸병 치료 시장 자체를 넓히는 정책을 쓰고 있다. 동국제약 대표이사 이영욱 사장은 인사돌을 단순히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팔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감기 다음으로 가장 많이 앓는 병이 바로 잇몸병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73.9%가 다양한 치주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잇몸병을 앓는 환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 건강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인사돌을 만듭니다.”

    인사돌과 동국제약, 잇몸병 치료제를 확실하게 알린 것은 TV 광고다. 동국제약은 1985년 첫 TV광고를 내보냈다. 모델은 송해씨였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지’라는 광고 문구가 그야말로 히트했다. 광고 방영 후 한 달 매출액이 30~40% 상승했고, 약국을 찾은 손님들은 ‘송해 약’을 달라고 했다.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거쳐 치아 건강까지 돌볼 수 있는 여유와 고령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높아진 잇몸병에 대한 관심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지만, 특히 TV 광고의 효과가 대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라는 속담에 빗댄 광고 문구는 새삼스레 잇몸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붓고 시리고 피가 나는 것은 이가 아니라 잇몸이라는 사실을 전 국민이 광고 하나로 깨닫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돌은 TV 광고를 계속해나갔고 한동안 독고영재, 이덕화, 유인촌 등 중견 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웠다. 인지도가 높고 선이 굵은 남자 배우들을 기용한 광고 전략은 제품의 신뢰도를 쌓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던 2001년에 인사돌의 광고가 방향을 바꾼다. 이미 잇몸병과 인사돌에 대한 인지도가 충분히 높아진 시기였다. 그러나 인지도가 바로 선호도라고 속단할 수 없었고, 초창기와는 달리 경쟁자도 생겨났다. 동국제약 광고홍보부 구본진 부장은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인사돌에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후발주자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동시에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과제였습니다. 이제는 증상을 알리는 단순한 수준에서 벗어나야 할 만큼 인사돌이 갖는 위상이 높아졌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지

    잇몸약 시장 개척한 33년 전통의 브랜드

    최불암이 모델인 인사돌 광고.

    새로운 TV 광고 캠페인에는 인기 연예인이 다수 출연한다. 성별과 연령별로 대표 연예인들을 떼로 출연시키는 것이 인사돌 광고에서 일종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TV를 보는 시청자라면 여러 명의 연예인이 나오는 화면을 흘깃 보기만 해도 인사돌 광고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광고 모델로는 때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출연진이 나온다. ‘상도’ ‘내 사랑 누굴까’ ‘대장금’ 등 그해 시청률 최고의 드라마 출연진이 인사돌의 모델이었다. 모델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혹은 시청자를 향해 “잇몸 속까지 제대로!” “써본 사람은 다 알아요.” “써보면 써볼수록” 등의 말을 건네는 장면들이 시청자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의 이름이나 효능을 강조해야 하는 의약품 광고들은 대개 코믹하거나 딱딱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어떤 형식이든 약품의 이름이나 효능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국제약에서도 다른 제품에서는 ‘새 살이 솔솔, 마데카솔’ ‘입병엔 오라~ 오라메디’ 등의 카피를 써왔다. 반면 인사돌의 광고는 1위 브랜드답게 잇몸병 치료제라는 기능을 알리는 것에서부터,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단계를 지나 국민의 잇몸건강을 책임진다는 공익적 성격으로까지 진화해왔다.

    2011년 들어 동국제약은 제품 광고에만 치중하지 않고 공익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인사돌의 TV 광고는 “치과도 잘 다니시죠?”라는 물음을 던진다. 제품을 먹으라는 메시지 이전에 치과 검진과 잇몸 관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치주 질환에 시달리는 노년층 인구가 늘어날수록 예방, 검진, 치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국제약의 김희섭 전무는 1위 브랜드로서 책임을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잇몸병 시장을 개척한 것도 인사돌이고, 아직까지 그 시장을 이끌어가는 것도 인사돌입니다. 앞으로 인사돌은 양적인 성장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민이 사랑해주신 만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며, 그 속에서 성장해 나아갈 계획입니다.”

    광고 캠페인 이전에 인사돌 정제의 크기와 포장도 달라졌다. 먹기 쉽게끔 한 알의 크기를 줄이는 한편 상자의 표면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기, 스마트폰을 위한 QR코드, 인사돌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홀로그램을 집어넣었다. 동국제약 측은 “고객 만족을 위한 변화지만, 식물에서 추출한 생약성분과 치조골을 재건해 잇몸 기초를 단단하게 해주는 효능은 그대로”라고 강조하고 있다.

    좋은 브랜드, 특히 오랫동안 좋은 브랜드로 남으려면 당연히 좋은 제품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소비자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다른 제품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남아야 한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동국제약 인사돌이 계속해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지 스토리의 나머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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