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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의 How to start-up ⑥

“모임 홍보하고 싶은 사람들 여기 모여라”

온오프믹스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모임 홍보하고 싶은 사람들 여기 모여라”

“모임 홍보하고 싶은 사람들 여기 모여라”

온오프믹스 사이트. 한 달에 350여 개 행사가 올라온다.

Ted 강연부터 청춘콘서트까지. 21세기 지식 정보 시대를 맞아 포럼 문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포럼, 모임이라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 각종 행사나 모임을 주선해주는 인터넷 사이트 ‘온오프믹스’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오프믹스’ 사이트(www. onoffmix.com)에 들어가면 현재 회원을 모집 중인 수많은 행사를 볼 수 있다. ‘이미지메이킹’ ‘자바스크립트 만들기’ ‘페이스북 마케팅’ 등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모임부터 ‘발렌타인 수제 초콜릿 만들기’ ‘가수 나비에게 보컬트레이닝 받기’ ‘홍대 기타 마스터 모임’ 등 취미를 위한 모임, 나아가 ‘30대 도시남녀 12쌍 미팅파티’처럼 눈길이 확 가는 모임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이 사이트를 통해 모임의 내용을 확인하고 참가 신청을 할 수 있고, 같은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알 수 있다. 한 달 평균 350여 개 행사가 등록되고 대부분 행사가 기간 안에 마감된다. 현재 이 사이트의 회원은 14만 명 정도.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은 27세 벤처 10년차 양준철 대표다.

양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으로 유명했다. 17세에 10대 친구들과 ‘T2DN(Teen of the Design Develop Network)’이라는 이름의 웹에이전시 벤처를 만들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일산 청담정보통신고 교장을 직접 찾아가 “수업에 유동적으로 참여하고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벤처 사업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 학교에 진학했을 정도.

그가 이처럼 일찍 창업에 눈을 뜨게 된 건 부모님의 사업 실패 때문이었다. 중1 때 부모님이 운영하던 철제가구 전문점이 부도가 났다. 5년 이상 운영하며 단골도 많았지만 바로 옆에 풍부한 자본력을 가진 경쟁사가 등장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채무자가 집에 찾아오는 지경에 이르렀고, 양 대표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아버지댁에 가서 살게 됐다. 어린 나이였지만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의 사업이 왜 실패했을까를 진단했다. 그 결과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은데 창업했고 △좋은 파트너가 없었고 △경험이 부족했다는 세 가지 원인을 찾았다.

2년간 부모님의 생사도 모르고 지내던 그는 점점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프로그램을 짜고 PC통신으로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초기 PC통신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무료로 프로그래밍 과외를 해줬다. 친구들에게 1만~5만 원씩 받고 컴퓨터 수리를 해줬다. 돈 대신 자전거, 워크맨 등을 받아 팔기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 학비를 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EBS 교육방송에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비교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빌 게이츠는 유복했고 하버드 출신에 창업자금도 다 집에서 마련해줬어요. 반면 스티브 잡스는 양부모 손에 커서 지원은커녕 수업도 도강으로 들었잖아요.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저 사람은 부모도 없는데 저렇게 성공했다. 나는 어찌됐든 부모님이 계시니까 스티브 잡스보다는 낫다. 나도 스티브 잡스처럼 세계적인 기업을 세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버지의 사업 실패 보며 전략 세워

“모임 홍보하고 싶은 사람들 여기 모여라”
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회사에 들어갔다. ‘일반 대학에 가서 여자친구 사귀고 술 먹는 데 시간 허비하느니 하루라도 빨리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 때문. 7년 동안 다음커뮤니케이션, 나무커뮤니케이션, 네오위즈, 첫눈 등 7개 회사에서 근무했다. 이직이 잦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더 이상 배울 게 없다 싶으면 떠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생활을 통해 업계 동향, 지식뿐 아니라 ‘인생 사는 법’을 배웠다.

“당시 업계 1위의 잘나가는 IT업체에 스카우트돼 계약직으로 입사했는데 입사 3개월 만에 잘렸어요. ‘회의 때 건의사항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어요. ‘사회생활 해본 사람이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는 핀잔도 듣고요. 결국 그 회사는 업계 2위에 역전당하고 10년째 고군분투 중이죠.”

본래 온오프믹스의 창업자는 따로 있다. 2007년 당시 양 대표는 막 문을 연 온오프믹스의 회원으로, 사업모델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양 대표가 군복무를 대신해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하던 2008년, 온오프믹스 공동창업자 한 명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때 온오프믹스 창업자들이 양 대표를 찾아 인수를 제안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벤처를 해온 그의 경험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해 4월 양 대표는 온오프믹스를 정식 인수했다. 그리고 2년간 온오프믹스의 재탄생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2011년 5월 회원수 4만 명 수준이던 온오프믹스는 청춘콘서트를 계기로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과 ‘시골의사’ 박경철 씨가 전국 26개 지역을 돌며 강연하는 청춘콘서트의 참가자를 모집하는 일을 온오프믹스가 맡은 것. 온오프믹스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료로 청춘콘서트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매회 4000~5000명 이상 폭발적으로 신청했다.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여러 차례. 청춘콘서트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온오프믹스 가입자도 많아지고, 온오프믹스를 통해 모임을 홍보하려는 고객도 늘어났다. 양 대표는 “젊은 친구들에게 좋은 강연도 소개하고 온오프믹스 사이트도 홍보한 윈-윈 사례”라며 뿌듯해했다.

온오프믹스가 보통 유료 행사를 소개할 때는 6% 남짓한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에 상위 노출, 뉴스레터 홍보 등 추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아직 서비스가 100% 완성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영업은 하지 않고 있지만 SKT, 인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친숙한 대기업, 단체들도 온오프믹스를 통해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09년 3월 SKT의 티스토어 론칭 사업발표회 때 1500명을 모집하는 데 하루 만에 마감이 돼 화제가 됐다. 당시 온오프믹스의 회원은 3만 명에 불과했다. 양 대표는 “대기업의 입장에서도 기업 내 행사에 인원을 모집하려면 직무와 상관 없는 직원들만 고생하는데 그 일을 저렴한 비용에 온오프믹스가 다 해결해주니 서로에게 좋다”고 말했다.

청춘콘서트 1회당 4000명 몰려들어

대기업 행사 참여도 좋지만, 양 대표가 꿈꾸는 온오프믹스의 역할은, 능력 있지만 홍보 수단이 없는 1인 기업을 소개하는 일이다.

“은퇴한 금융 전문가, 꽃꽂이 전문가 등 콘텐츠가 있지만 지식을 나눌 방법이 없었던 분들이 다 1인 기업으로 강연을 열고, 그 강연을 온오프믹스를 통해 쉽게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는 사람들 역시 학원을 찾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고요. 이를 위해서 온오프믹스는 강사를 발굴하고 1인 기업가로 데뷔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분들이 정말 1인 기업가로 성장하면 온오프믹스의 관계사가 돼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강연을 할 수 있는 거죠.”

2011년 온오프믹스가 올린 매출은 총 6억 원. 단 한 건의 투자도 받지 않고 이뤄낸 성과다. 가장 잘나가는 벤처 중 하나지만 온오프믹스의 사무실은 소박하기만 하다.

15평 남짓한 낡은 사무실에 8명이 옹기종기 앉아 있고 사장실에 그럴싸한 탁자 하나 없다. 현관에는 간판도 없이 명함 한 장 달랑 테이프로 붙여뒀다. 젊은 나이지만 벌써 경력 10년 차인 양 대표의 ‘경영 철학’이 담긴 부분이다.

“모임 홍보하고 싶은 사람들 여기 모여라”
“제가 고등학생으로 창업했을 당시 많은 젊은 창업자 동료들이 있었어요. 그중 지금까지 남은 사람은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와 저밖에 없습니다. 당시 투자받은 돈으로 차 사고 화려한 사무실 꾸미고, 영업한답시고 비싼 술집에서 술 마시고 유명인들이랑 어울리던 친구들은 대부분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저는 사무실을 운영하면서도 절대 필요 없는 데는 돈을 안 써요. 화려하지 않지만 내실 있고,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가 바로 제가 만들고 싶은 회사입니다.”

신동아 2012년 3월 호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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