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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적자 민자고속도로 1년간 보전금만 2800억 원

민자 사업의 현실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만년 적자 민자고속도로 1년간 보전금만 28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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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자 1호 인천공항고속도로…예측 대비 통행량은 절반 불과
  • ● 민자 사업자 처벌? “2008년 이후부터…”
  • ● 평균 건설단가 높이고 하도급업체 후려치기로 ‘가욋돈’
  • ● 2000년 이후 체결 민자역사 6곳 중 1곳만 문 열어
  • ● “경영상 비밀” 정보 공개 꺼리는 국토해양부
만년 적자 민자고속도로 1년간 보전금만 2800억 원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임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서울시의 반발과 여론 악화로 결국 메트로9호선은 5월 9일 “요금 인상안을 보류하겠다”며 사과했지만 같은 날 메트로9호선이 서울시를 상대로 ‘운임 인상을 서울시가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내, 요금 인상 논란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 논란의 핵심은 메트로9호선이 민간 투자 자본으로 만들어진 데 있다. 2002년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을 민간 투자를 받아 건설하기로 계획했다. 당시 서울시는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정부 및 시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지하철 9호선은 2009년 개통 이후 예상 이용 인원을 채우지 못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이에 서울시는 2009년부터 3년간 협약 당시 체결한 최소수입운영보장제(MRG)에 따라 메트로9호선에 710억 원 이상을 배상했다. 그럼에도 메트로9호선 측은 “누적 적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며 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29개 적자 민자 사업에 보전금으로 투입된 세금은 총 2조2000억 원. 감사원은 또 지금 추세라면 2040년까지 18조8000억 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투자 활성화’와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으로 시행된 민간 투자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가? 현재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 9곳과 한국철도공사가 추진한 민자역사 19곳의 실시협약서 등을 분석한 결과 모든 민자 사업에서 예측량 부풀리기와 마구잡이 사업자 선정으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된 것이 드러났다.

부산울산고속도로 통행량, 예측량의 절반 못미처

만년 적자 민자고속도로 1년간 보전금만 2800억 원

2004년 인천공항고속도로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현재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는 9곳.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 등이다. 하지만 이들 9곳 민자고속도로 모두 현재 교통량이 협약 당시 예측한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량은 예측량 대비 54% 수준(2011년 기준)이고, 부산울산고속도로(48.9%), 대구부산고속도로(55.2%) 등도 통행량이 예측량의 절반 남짓이다.

통행량이 예측량보다 적어도 운영사는 손실을 보지 않는다. 이들 민자고속도로 9곳은 모두 정부와 최소수입운영보장제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예측 수요에 비해 실제 통행량이 적어 운영사가 적자를 보면, 정부가 전년도 통행량을 기준으로 추정 수입의 80~90%를 보전해주는 것. 정부가 지난해 9개 민자고속도로에 지급한 운영손실보전금은 2800여억 원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자 사업 1호’ 인천공항고속도로다. 국토해양부는 2000년 12월 신공항하이웨이㈜와 ‘민간투자시설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협약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2000년 12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총 30년 운영기간 중 20년 동안 실제 교통량이 협약상 예측 교통량보다 미달돼 민자 사업자의 운영수입이 감소하는 경우, 추정 운영수입의 80%를 정부가 보전하기로 약속했다. 이 때문에 국토해양부는 2001년부터 10년간 신공항하이웨이 측에 9076억 원을 보전해줬다.

예상보다 이용객이 적은 만큼 실제 이 도로를 관리 운영하는 도로보수비, 인건비 등 비용도 절감됐지만 통행량 감소로 인한 운영상 이득은 민간 운영사 몫이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2001년부터 9년간 실제 운영비용은 1조1971억 원으로 2000년 실시협약 당시 추정했던 비용(1조3881억 원)보다 1910억 원 적게 발생했다.

민자고속도로의 실제 통행량이 예상보다 적은 것은 협약 체결 당시 예측량이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사업자는 협정 전에 수요 예측치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한 교수는 “민간 사업자로서는 최소수입운영보장제가 명시돼 있으므로 수요를 많이 추정하면 그만큼 보상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협약 체결 당시 ‘민간에서 투자할 정도로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할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부풀린 예측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았다. 또한 실제 보전금 지급은 협약 체결로부터 최소 5년 이후니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간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국가 재정으로 건설하는 고속도로는 입찰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한다. 최저가 낙찰제로 진행되는 가격경쟁입찰의 경우 당초 사업자가 제시한 공사비의 55~60%에서 결정되고 턴키·대안입찰의 경우도 85~95% 선에서 공사비가 형성된다. 하지만 9곳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정부가 민자 사업제안자가 작성 제시한 사업비를 검증 없이 바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민자고속도로의 공사비는 재정 고속도로에 비해 공사비가 높게 책정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민자고속도로 4곳의 1㎞당 평균 건설단가는 220.1억 원으로 대전진주고속도로 등 재정 고속도로 5곳의 평균(157.1억원)보다 40% 이상 높았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실제 민자는 14%에 불과

또한 일반 국책 사업의 경우 한 사업자가 단독 입찰할 경우 자동 유찰되지만 민자 사업은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즉 민자 사업에 뛰어드는 민간 시공자는 정부와 협상만 잘하면 높은 공사비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 정부가 공사비가 부풀려지도록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민자 사업권을 따낸 업체는 직접 시공을 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공사를 하도급업체에 맡긴다. 대구부산고속도로의 경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등은 시공을 중소 건설업체에 맡겼는데 이 과정에서 ‘하도급업체 후려치기’를 통해 별도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부산고속도로 공사비 명세서에 따르면 협약 당시 토사운반 작업의 원가는 ㎥당 3300원으로 잡혔지만, 실제 하도급업체에는 ㎥당 2900원만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시공사는 직접공사비에서만 4200억 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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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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