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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타고 싶다” 80% 실제 구입자는 2년간 10명 안 돼

설익은 정책이 전기차 산업 망친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전기차 타고 싶다” 80% 실제 구입자는 2년간 10명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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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서울시 전기차 도입 목표 2년 사이 2만 대 축소
  • ● “전기차 구입 보조금은 공공부문에만”
  • ● 수요 확대 가로막는 충전 인프라
  • ● 배터리 혁신, 친환경 발전 등 장기 전략 세워야
“전기차 타고 싶다” 80% 실제 구입자는 2년간 10명 안 돼

기아자동차의 레이 전기차.

“2014년까지 전기자동차 1만 대를 도입하겠다.”

6월 13일 서울시가 발표한 ‘대기 중 질소산화물 저감 대책’의 일부다.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는 전기자동차(전기차) 수를 늘려 도심의 공기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1만 대’라는 규모. 서울시는 지난해 7월 27일 ‘전기차 마스터플랜 2014’를 내놓으면서 “2014년까지 서울시내에 전기자동차 3만 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11개월 만에 슬그머니 목표치를 2만 대 줄인 것이다. 배경 설명은 없다. 언론 역시 서울시가 전기차 도입을 새로 결정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번 발표의 실상이 “전기차 1만 대 도입”이 아니라 “전기차 도입 대수, 당초 계획의 3분의 1로 축소”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친환경교통과 그린카정책팀의 권민 팀장은 “서울시 전기차 도입 정책이 기존의 마스터플랜에 비해 후퇴한 건 사실”이라며 “전기차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서 3만 대 도입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로 머지않아 서울에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 이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해명이다.

새로 밝힌 ‘1만 대 도입’ 계획도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권 팀장은 “서울시 예산으로 전기차를 수만 대씩 구입할 수는 없다. 공공과 민간의 전기차를 합쳐 2014년이면 이 정도 수준이 되지 않겠는가 전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구체적으로 전기버스 80대를 포함한 전기차가 올해 401대, 2013년 1240대, 2014년 8278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속 전기차의 부침

“전기차 타고 싶다” 80% 실제 구입자는 2년간 10명 안 돼

AD모터스의 저속전기차 체인지(CHANGE).

그러나 3월 말 현재 전국에 등록된 전기차 수는 382대에 불과하다. 2011년 말 344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분기 동안 한 달 평균 13대쯤 팔린 셈이다. 그나마 대부분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구입했다. 2010년 9월부터 전기차 ‘체인지(CHANGE)’를 판매해온 ‘AD모터스’ 홍보팀의 배기행 씨는 “그동안 개인이 사간 것을 다 합쳐도 10대가 안 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민간의 수요가 늘면 2014년까지 전기차 1만 대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서울시의 발표를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여긴다.

환경부가 4월, 올해 정부기관에 전기차 2500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환경부가 관공서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전기차 구입 희망 대수가 전국적으로 1000대 수준에 그쳤다고 들었다”며 “정말 2500대를 구입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밋빛 구상을 내놓는다고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는 건 아니다. 현실은 생각지도 않고 몸집만 키우다 몰락한 회사도 있지 않나. 전기차 시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산업을 망칠 수 있다”고도 했다. 4월 18일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된 전기차 제조업체 CT·T에 대한 얘기다.

골프장용 전동카트를 생산하다 2008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CT·T는 이듬해 5월 저속 전기차 ‘이존(e-Zone)’을 개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시승식에 참석했고, 청와대가 3대를 임차해 경내에서 사용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국회는 최고 시속 60㎞인 ‘이존’이 도로를 다닐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했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도로 곳곳에 ‘이존’만을 위한 ‘저속 전기차’ 전용 표지판까지 세웠다. 당장 전기차가 도로를 질주할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2010년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에 진입한 CT·T에 개미투자자의 자금이 쏟아졌다.

“전기차 타고 싶다” 80% 실제 구입자는 2년간 10명 안 돼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청와대에서 전기차를 직접 운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2450원까지 올랐던 CT·T의 주식은 상장폐지로 현재 휴지조각이다. “2011년까지 세계 40곳에 공장을 짓고 2013년 세계시장에 전기차 50만 대를 팔겠다”고 공언하던 이 회사의 생산 설비는 부품 조달 비용이 없어 이미 지난해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2011년 순손실만 302억7600만 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청와대가 CT·T를 ‘녹색 기술’의 모범 사례로 추어올렸기 때문에 주목의 대상이 됐을 뿐, 애초부터 성공 가능성이 없는 사업이었다”며 “관련 분야를 분석한 애널리스트조차 없었다”고 했다. 정동수 한국기계연구원 그린카연구센터장도 “저속전기차는 가격과 성능 면에서 내연기관이 있는 차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충전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데도 불편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전기차는 말 그대로 전기를 이용해 움직이는 차를 가리킨다. 전기에너지의 사용 비중에 따라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순수 전기차(BEV)로 나뉜다.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내연기관을 갖춘 차량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추가 장착한 뒤 주행 상태에 따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적절히 작동시켜 연비를 높이는 차를 가리킨다.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혼다 시빅, 우리나라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 등이 이에 속한다. 기존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높고 공해물질 배출이 적지만, 내연기관이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전기차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주행거리 23㎞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전기를 주동력원으로 사용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될 때 화석연료로 주행하는 차량이다. 2010년 출시된 GM의 볼트 등이 여기 속한다. 일반 자동차가 주유를 하듯, 전기 충전을 통해 동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플러그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순수 전기차는 내연기관 없이 모터와 배터리로만 구성된다. 흔히 ‘전기차’라고 할 때 해당되는 차로, 주행 시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세계 각국이 차세대 승용차로 주목하고 있다. 주행 성능에 따라 다시 최고 시속이 60㎞ 이하인 저속전기차와 그 이상인 고속전기차로 분류하는데, CT·T의 ‘이존’은 저속전기차였다. AD모터스의 ‘체인지’도 이에 해당된다. 반면 2009년 9월 출시된 미쓰비시의 아이미브와 닛산의 리프, 지난 4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기아자동차의 레이 EV와 곧 출시될 르노삼성의 SM3 Z.E. 등은 고속전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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