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취재

“전기차 타고 싶다” 80% 실제 구입자는 2년간 10명 안 돼

설익은 정책이 전기차 산업 망친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전기차 타고 싶다” 80% 실제 구입자는 2년간 10명 안 돼

2/3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산업의 총아로 주목받은 저속전기차가 이 중 가장 상용화 가능성이 낮은 종류라는 점. 최고 시속의 한계와 더불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2010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주행시험에서 ‘이존’은 1회 충전 후 30㎞ 안팎을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약 54㎞)의 절반 수준이다. 출발 지점에서 15㎞가량 운행하면 복귀를 위해 반드시 한 번은 충전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완속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충전에만 4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급속충전기를 이용해도 20~30분이 걸리기 때문. 충전기를 찾는 것도 어렵다. 2011년 말 현재 서울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25대, 완속충전기를 포함해도 178대에 불과하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점. 고가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한 ‘이존’은 2200만 원, ‘체인지’는 2100만 원에 시중에 판매됐다. 웬만한 중형차 가격 수준이다. 이에 대해 강태진 서울대 공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이 차를 구입해 타고 다닐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데 이 차를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고, 전국 도로에 표지판을 만드느라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 당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이쪽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고속전기차 기술 개발에 몰두한 상태였는데, 정부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고 사업 규모를 확대한 기업과 소액 투자자는 큰 피해를 보았다. CT·T 주주들은 소액주주모임을 만드는 등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 투자 실패를 보전받을 방법은 요원하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AD모터스의 주주들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2010년 3월 1만2300원에 달하던 이 회사의 주가는 6월 14일 현재 190원으로 곤두박질친 상태. AD모터스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광물 수출입 및 판매 등을 사업 분야에 추가하는 등 기업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AD모터스 홍보팀 배기행 씨는 “정부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속전기차가 제한속도 60㎞ 이상의 도로에는 진입하지 못하도록 한 자동차관리법만 개정해도 ‘체인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에 따르면 ‘체인지’는 원칙적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지만, 올림픽대로, 남부순환로, 양재대로처럼 제한속도가 높은 주요 도로에는 진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차량 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차량의 안전성이 일반 차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도로에 진입하면 안 되는 차다. 당시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 차원에서 운행을 허용하면서, 차량 안전기준을 30개 가까이 면제 또는 완화해줬다. 제한속도가 높은 도로에 진입하려면, 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서울-부산 1박 2일



반면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가 기술 개발에 뛰어든 고속전기차의 경우 안전성 면에서 내연기관이 있는 차량과 차이가 없다. 4월부터 판매 중인 기아차 레이 EV의 경우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차체를 쓴다. 최고 속도도 130㎞/h에 이른다. 400㎞가량인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에서 부산 톨게이트 사이의 거리를 최고 속도로 쉬지 않고 달릴 경우 3시간 30분에 완주할 수 있다. 문제는 주행거리다. 이 차의 1회 충전 시 최장 주행거리는 139㎞.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면 더 줄어든다. 기아차에 따르면 각각 주행거리가 20%와 39% 감소할 정도로 영향이 크다. 출발할 때 배터리를 100% 충전한다 해도 중간에 최소한 3번 이상 추가로 충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시 충전 시간과 인프라가 문제다.

레이 EV를 급속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분. 완속충전 시엔 6시간이 소요된다. 급속충전을 반복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에 하루 2회 이상 급속충전은 삼가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충전시간만 12시간 25분이다. 충전시설을 오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주행 거리 등까지 감안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레이EV로 갈 경우 최소 1박 2일은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개발된 전기차는 기존의 차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세컨드 카’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것도 매우 비싼 ‘세컨드 카’다. 레이EV의 판매가격은 4500만 원으로, 가솔린 모델 레이(1335만~1985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6월 말 판매되는 중형 전기차 SM3 Z.E.의 가격은 6391만 원에 달한다.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판매 대수가 보잘것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처럼 명확한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차 시장인 미국에서 2011년 판매된 전기차는 1만7000대에 불과하다. 자동차 총판매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0년 말 개발된 GM의 전기차 ‘볼트’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후 구입하겠다”며 찬사를 보냈음에도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다가 지난 3월 19일부터 4주간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국 정부는 2009년 ‘十城千輛(10개 도시 차 100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12년까지 전국 10개의 시범도시에 신에너지차를 1000대씩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한국무역협회(KOTRA)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회사 ‘BYD’가 있는 선전(深土川)시의 경우 관내 2000여 곳에 전기충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지만, 판매 대수가 400여 대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베이징 시가 2008년 올림픽에 맞춰 도입한 전기버스 50대는 이미 운행이 중단됐고, 텐진(天津)시가 도입한 전기버스 20대 중 17대도 고장 났을 정도로 중국의 전기차 정책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소개했다.

친환경 미래 기술

그럼에도 세계 각국이 전기차에 거는 기대는 크다. 대기 오염을 줄이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기존의 자동차 기술과 전혀 다른 미래 기술로 향후 자동차업계 재편의 키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비싼 구입비를 낮춰주는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이다.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업분석연구팀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5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전기차 구매자에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보험료 10% 감면, 구입비 100% 세금 공제 등의 혜택도 준다. 2020년까지 전기차 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도 전기차 한 대당 최대 139만 엔을 지원한다. 전기차를 운전하면 자동차세 50% 감면 혜택도 받는다. 중국의 경우 취득세 50% 감면과 보조금 6만 위안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도 보조금 정책이 있다.

2/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전기차 타고 싶다” 80% 실제 구입자는 2년간 10명 안 돼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