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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준 나라장터 가격 관리 구멍 숭숭

조달청 관급물품 가격거품 의혹

  • 이의철| 인턴기자 eclee.el@gmail.com

세계적 수준 나라장터 가격 관리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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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라장터 사용자 잇따른 가격 의혹 제기
  • ● 인터넷 쇼핑몰 대비 최대 56% 비싸기도
  • ● 국가권익위와 국회 국감에서도 개선 지적
  • ● 조달청 “최고 수준의 가격검증 하겠다”
세계적 수준 나라장터 가격 관리 구멍 숭숭
조달청 청훈(廳訓)은 바른 조달이다. ‘좋은 제품을 보다 싸고,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기치를 내걸고 만들어진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이하 나라장터)은 유일한 공공부문 전자조달 창구로 4만여 공공기관과 21만 조달업체가 이용 중이다. 2011년에는 전체 공공부문 구매액 중 64%인 64조 원이 나라장터를 통해 집행됐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나라장터 등록제품의 가격이 시중 가격에 비해 비싸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면서 나라장터의 신뢰성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모 고등학교의 A 교사는 수년 동안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물품을 구입했는데 일부 물품가격이 시중 인터넷 가격보다 비싸다고 최근 ‘신동아’에 제보했다. A 교사는 교내 컴퓨터 교체를 위해 나라장터에 접속한 동료 교직원이 얼마 전 자신이 시중에서 구입한 컴퓨터와 동일한 브랜드, 비슷한 사양의 PC가 상당히 비싸게 등록돼 있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A 교사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몇몇 물품을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그 결과 노트북, 프로젝터 등의 나라장터 등록가격이 인터넷 쇼핑몰 가격보다 훨씬 비싼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A 교사가 그 뒤 확인해보니 이는 상당수 초·중·고교 교직원들이 이미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세계적 수준의 전자조달시스템

학교 물품 구매의 경우 4, 5년 전만 해도 각 업체의 영업사원끼리 지역을 할당해 나눠먹기식으로 공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관행은 거의 사라지고 나라장터를 통한 구매가 일반화됐다고 한다. 하지만 나라장터를 통한 구매가 최선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일부 교직원들의 주장이다.

조달청은 2002년 9월 공공조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도입했다. 2005년에는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Multiple Award Schedule)를 실시하며 현 운영체계의 기반을 다졌다.

다수공급자계약제도란 품질, 성능, 효능이 같거나 유사한 제품에 대해 2인 이상의 공급자를 선정해 나라장터에 게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수요자가 자율적으로 물품이나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존의 1인 낙찰자 선정 방식의 문제로 지적됐던 상품 종류 부족과 품질 저하 문제를 보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라장터에 제품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사전 적격성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향후 계약 내용을 원활하게 이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평가로 기업의 신용등급과 납품실적이 그 대상이다. 적격성 평가가 끝난 업체는 등록 예정 물품의 판매 희망가격을 제출하고 조달청에서는 자체 조사한 가격을 가지고 협상을 벌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라장터에 업체, 물품, 가격이 등록되면 다수의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서는 민간 쇼핑몰과 유사한 방식으로 물품을 구매한다.

일부 가격 관리에는 구멍이 존재해

나라장터는 선진화된 시스템과 기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17개국과 수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베트남, 코스타리카, 몽골, 튀니지 4개국에는 실제 수출이 이뤄졌다. 그동안 수출실적은 총 240억 원에 달한다. 올해에는 전자조달시스템 운영의 바탕이 될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이 입법예정돼 있어 더욱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나라장터의 물품가격 관리에 허술한 대목이 있다는 점이다. A 교사의 제보 후 ‘신동아’에서 나라장터를 실제 검증한 결과 시중가 대비 비싼 물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먼저 비디오 프로젝터의 경우 캐논코리아의 D-45P 프로젝터는 나라장터 등록가가 151만8000원인 반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동일한 모델을 찾은 결과 11번가에 최저가인 97만2120원의 제품이 있었다. G마켓에서는 117만7050원, 옥션에서는 138만6000원에 판매했다. 최저가 대비 54만5880원, 56% 비싼 셈이다.

다음은 삼보컴퓨터의 노트북으로 나라장터에 모델명 N5020. MDELFNIH로 등록돼 있는 제품을 보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삼보컴퓨터 노트북 TS-520, M45-L6N9/B 모델과 사실상 동일한 제품이다. 두 제품의 사양은 똑같다. Intel Core Sandy Bridge i5-2450M 프로세서, Window 7 Home Premium. 기본 내장형 그래픽 카드에 500GB 하드디스크, DVD-Multi ODD, 4GB DDR3 메모리까지 정확하게 일치한다. 노트북 크기와 무게도 14.3㎜, 2.45㎏으로 똑같다. 나라장터 등록가격은 101만 원이지만 삼보컴퓨터 온라인 직영 판매몰 가격은 82만 원으로 돼 있다. 나라장터 등록가격이 23%, 19만 원이 더 비싼 것이다.

레이저 프린터의 경우 신도리코와 후지제록스의 제품에서 나라장터 가격이 더 높은 게 확인됐다. 신도리코의 MF-3400 모델의 경우 조달청에 114만4000원으로 등록돼 있다. 시중의 MF-2400 모델과 동일한 제품이다. 나라장터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두 제품의 상세정보 표가 한 글자의 차이도 없이 일치했다.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는 69만3840원. 유명 인터넷 쇼핑몰 7개사의 가격을 평균 해봐도 75만8182원으로 조달청 가격 대비 저렴했다. 나라장터 가격이 최저가에 비하면 45만 원가량 비싼 셈이다.

후지제록스의 Docuprint C3290 FS 모델의 가격은 나라장터에 121만 원으로 등록돼 있다. 11번가에는 99만2000원으로 나라장터가 21만8000원이 더 비싸다. 이 두 제품은 기자의 가격 확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재고 부족과 신규 모델 출시를 이유로 나라장터에서 물품이 삭제됐다. 그 외에도 DVD 플레이어는 11~19%, 세탁기는 9~28% 등 인터넷 최저가 대비 비싼 품목이 상당수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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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철| 인턴기자 eclee.e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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