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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어린애인가 내버려두면 성과 낸다”

이색 리더십論 주창 경영컨설턴트 닐스 플래깅

  • 강연·인터뷰 정리 조진서 기자│cjs@donga.com

“직원이 어린애인가 내버려두면 성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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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사(Human Resources) 전문가 사이에서 주목받는 독일인 경영컨설턴트가 있다. “리더십이 아니라 언리더십(Un-leadership)이 중요하다” “직원을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며 피라미드형 기업구조를 파괴할 것을 주문한 닐스 플래깅(Niels Pflaeging)이다. 국내에 팬클럽까지 있는 그가 최근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스마트워크 국제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됐다.
  • 기업인 대상으로 열린 플래깅의 비공개 워크숍 내용을 요약 소개하고, 이후 진행된 플래깅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이 글은 동아일보사가 격주로 발행하는 비즈니스 전문지 110호(2012년 8월호)에 실렸다. <편집자 주>
“직원이 어린애인가 내버려두면 성과 낸다”
#PART 1 “테일러리즘 벗어나라” - 스마트워크 국제콘퍼런스 강연

경영자는 직원을 당근과 채찍으로 제어하고 싶어 한다. 당근은 보상(reward), 채찍은 공포(fear)다. 경영자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승진이나 보너스 등 보상을 제시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해직, 승진 누락, 남앞에서 망신당하는 것 등에 대한 공포를 불어넣어 직원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몰아세운다.

이렇게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 경영하는 기업은 사실 노예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직원을 자유의지가 없는 노예, 혹은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것이다. 아이는 달래거나 혼을 내야 부모 말을 듣는다. 그러나 성인이라면 부모가 뭐라 하기 전에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성인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 그런데 유독 기업 경영에서는 성인인 직원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아이 취급하는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겉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억지로 시켜서 일하는 노예보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시민의 작업 효율이 더 높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왜 현대 기업들은 이렇게 야만적이고 비효율적인 수직적 경영문화를 유지하는 걸까?

그 비난은 ‘경영(management)’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20세기 초 경영학자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에게 돌아가야 한다. 테일러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해야 하는 각각의 작업을 정확하게 조직화된 단순 동작으로 세분화, 표준화했다.

이러한 테일러리즘(Taylorism)은 직원을 생각하는 사람(Thinkers), 즉 관리자와 행동하는 사람(Doers), 즉 노동자로 명확하게 구분지었다. 따라서 관리자는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내는 지적인 작업만 했고, 노동자는 현장의 반복적인 육체 업무만 했다. 서로 간의 업무가 완벽하게 분리된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부문장 이상의 매니저는 기업 전략과 실행 방안을 연구하고, 그 밑에 있는 중간관리자급 이하 직원들은 하달되는 작업만 기계적으로 하는 이분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테일러리즘은 현재 전 세계의 모든 조직에 걸쳐 표준이 됐다.

이 테일러리즘을 극복해낸 회사가 바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해진 일본의 경제 상황에서 도요타는 제한적인 자원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Thinker와 Doer를 분리해 운영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따라서 하는 수 없이 현장 근로자인 Doer가 Thinker의 역할을 같이 해야만 했다. 도요타는 현장의 노동자에게 제품을 개선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라인 전체를 멈출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이런 시스템에서 나온 것이 우리가 잘 아는 간반(Kanban·看板) 시스템과 Just-In-Time 같은 혁신이다. 이들은 Doer와 Thinker가 합쳐진 Thoer 역할을 해낸 것이다.

동기야 어찌 됐든지 간에 도요타의 Thoer들은 1960~70년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도요타의 성공은 똑똑한 관리자 덕이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역량을 믿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실 이렇게 Doer와 Thinker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Thoer의 등장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전의 기업 대부분은 Thoer들에 의해 운영됐다.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방에서는 모두가 기획을 하고 동시에 노동을 했다. 제공해야 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복잡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드는 제품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했고 생산과 판매가 소비자와의 일대일 거래를 기본으로 형성됐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이러한 가치 복잡성이 급격히 하락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얼마나 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가 유일한 관심거리가 됐고 규격화된 생산만이 성패의 척도가 됐다. 표준화에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가치의 척도는 단순해진 것이다.

1970년대 들어 상황은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공급 능력이 수요를 월등하게 넘어서게 됐고 이에 따라 소비자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대두했고 가치의 복잡성은 다시 산업혁명 이전의 수준으로 반등했다. 이러한 시대에는 테일러리즘으로 성공할 수 없다.

‘언리더십’ 모델로 성공한 사례
스벤스카 한델스은행(Svenska Handelsbanken)

스톡홀름에 본사가 있는 스웨덴 제2의 은행으로 전 세계 약 750개의 지점에서 1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2011년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은행’ 랭킹 2위(유럽 내 1위)에 올랐다.

한델스은행의 강점은 철저한 분권화(decentralization)다. 1960년대부터 조직구조를 단순화해 부사장과 이사 직급을 없애고 지역본부장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췄다. 본사 차원의 매출목표나 예산을 잡지 않고 전사적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대신 각 지점이 나름의 목표와 전략을 세워 자유롭게 영업한다.

그 결과 창구직원이 대형법인 영업까지 맡고 대출 여부의 96%가 지점 차원에서 결정되는 등 철저히 현장 위주로 업무가 이뤄진다. 콜센터도 없다. 항상 그 지역의 지점에서 직원이 전화를 받는다. 직원과 동네 주민이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불량대출의 비율이 낮고 고객만족도는 높다.

한델스은행의 직원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지만 연말 성과급은 없다. 대신 은행이 업계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는 해에는 초과수익의 3분의 1을 CEO부터 말단까지 균등하게 분배한다. 이 돈은 ‘옥토고넨(Oktogonen)’이라는 펀드에 넣었다가 퇴직할 때 받는다. 직원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

미국 최대의 영화 DVD 대여·스트리밍 업체. DVD 대여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려주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로 시장을 평정했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표면상 놀랄 만큼의 자유와 혜택을 누린다. 휴가 일수나 출퇴근 시간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한다. 법인카드 사용도 ‘넷플릭스를 위해 쓰라’는 원칙만 있을 뿐 어디에 얼마를 쓰든 회사가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한대의 자유에는 무한대의 책임이 따른다. 동료들에게 ‘평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해고된다. 멘토링이나 연수 같은 회사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넷플릭스의 직원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스스로 회사에 공헌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인재여야 한다는 것이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의 지론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한 달 이상의 장기 휴가를 떠나더라도 e메일로 최소한의 업무는 처리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1년 CEO 헤이스팅스가 DVD 렌털 회원 가입비 인상을 결정한 후 석 달 만에 80만 명(5%)의 고객이 떠나고 주가가 72%나 하락하는 위기를 맞았으나 2012년 들어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호조로 위기 이전의 회원 수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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