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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삼성경제연구소

인간이 臟器(장기) 보다 오래 산다

  • 이승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ungchul1.lee@samsung.com

인간이 臟器(장기) 보다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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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만성질환, 세대 가리지 않고 확산
  • ● 사망에 이르진 않아 의료비용 급증
  • ● 노인 학대 증가…세대 간 갈등 조짐
  • ● 단계별 예방의료 시스템 구축-실버산업 연계 필요
인간이 臟器(장기) 보다 오래 산다
한때 ‘구구팔팔삼사(998834)’라는 말이 유행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사흘 앓고 나흘째 죽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란 말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세, 건강수명은 71세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무려 9년인데, 이는 생애 마지막 9년을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흘 앓고 나흘째 죽는 것’은 그야말로 보기 드문 복이다.

만성질환의 습격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들도 만성질환에 시달려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편으론 만성질환으로 사망에 이를 확률은 낮아져 사회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65세 이상 인구 중 당뇨병, 고(高)콜레스테롤 등 만성질환 유병률(한 집단의 전체 인구 중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의 비율) 증가 속도는 65세 이상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436만7000명에서 535만7000명으로 22.7% 증가한 반면 만성질환 유병률은 당뇨병 24.7%, 고콜레스테롤 86.4%로 나타났다. 여성 노인층의 유병률이 남성 노인층보다 1.6배 높았고,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 유병률이 증가하는 속도 역시 여성 노인층이 남성 노인층보다 빨랐다.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에는 뇌혈관질환, 치매, 파킨슨병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진료건수가 가장 많은 것은 여전히 뇌혈관질환이지만, 최근 들어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진료받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2005~2010년 치매 증가율은 212.7%로 가히 압도적이다. 파킨슨병도 82.9%에 달한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유병률은 2012년 9.1%이지만 2050년에는 13.2%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변화도 노인의 건강을 위협한다. 기후변화로 심근경색증, 장출혈대장균, 비브리오패혈증 등의 위험성이 증가한 것. 체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신체의 효소 활동이 10%씩 감소하는데, 노인층의 경우 체온을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 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신체 위험도가 젊은 층보다 더 높다.

치매, 파킨슨병 환자 급증

또 노인 인구의 91%는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여러 가지 약물을 동시에 섭취하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온다. 일례로 치매 노인들이 우울증 약물을 복용할 경우 낙상 위험이 3배나 증가하고, 백내장 발병률은 15%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에서는 약물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2004년 120만 명에서 2008년 190만 명으로 52% 급증했는데, 이들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한다.

노인성질환은 65세 이하 인구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2010년 40, 50대 중장년층 중 노인성질환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2만3000명으로 2005년에 비해 1.3배 증가했다. 치매, 뇌혈관질환, 파킨슨병, 기타 퇴행성질환 등 노인성질환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30대 청년층에서도 늘고 있다.

노인성질환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이유로는 면역력 저하와 생활습관 변화 등이 꼽힌다. 무리한 다이어트,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대상포진이나 녹내장 등 노인성질환이 30대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퇴행성질환은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직업군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등에서 서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의 66%가 무릎이나 관절 등의 퇴행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노인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 달라지고 있다. 전과 달리 폐렴, 바이러스 감염, 알츠하이머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는 반면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던 허혈성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암, 만성하기도질환, 당뇨병 등으로 인한 사망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인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유병률이 상승함에도 사망률은 하락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질병의 5년 생존율을 살펴보면 위암 65%, 갑상선암 99.3%, 유방암 90% 내외, 심부전 50~60%, 당뇨 80~90%에 달한다.

‘사회적 갈등’ 우려

앞서 말했듯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세, 건강수명은 71세다. 보통 눈(目)의 수명은 60~70세, 귀(耳)의 수명은 70~80세라고 한다. 즉, 인간이 장기(臟器)보다 오래 사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기능이 저하된 장기를 회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인 진료비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총 진료비는 1.76배 늘었지만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28배 늘었다. 전체 진료비 중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3배 높아졌다. 노인 인구 중 7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 지출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0년 노인 인구 중 7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37.7%인데, 이들의 의료비 지출 비중은 39.6%에 달한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인구 비율은 1.1배 높아졌지만 의료비 지출 비율은 1.2배 높아진 수치다.

문제는 출산율 저하와 맞물려 노인의 의료비를 감당할 부양인구가 현격히 줄고 있다는 데 있다. 노년부양비란 부양연령층(15~64세) 인구에 대한 피부양 노인 연령층(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말하는데,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노년부양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0년 10.1%였던 노년부양비는 2010년 15%, 2020년 21.7%, 2040년 56.7%로 예측된다. 앞으로 30년 후면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세대 간 갈등이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유럽과 일본 등은 이미 세대 갈등이 수면으로 표출되었다. 2000년 일본 정부가 노인요양서비스인 ‘개호보험’을 실시한 이후 노인 관련 시민단체인 ‘실버유니온(Silver Union)’이 서비스 확대를 요청하는 광고를 마이니치신문 1면에 냈다. 그러자 다음 해 여름, 젊은 세대의 단체인 ‘라이츠(Rights)’가 “미래 세대에게 불리한 정책은 선거로 심판하자”며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시위를 전개했다. 또 2003년 독일에서는 기민당 청년조직(Young Union) 필립 미스펠터(25) 의장이 “경제 회생을 위해 노인층 복지 지출 축소하자”고 주장하자 기독교민주연합(CDU) 노인연합 의장 오토볼프(70)가 언론에 필립 미스펠터에 대한 격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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