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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전문건설 ①

“건설경제 민주화 새 정부 적극 나서라”

일감은 줄고 原請은 쥐어짜고…위기의 전문건설업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건설경제 민주화 새 정부 적극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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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장비·기름 값 고공행진, 미분양 아파트가 공사비
  • ● 건설환경 바뀌었는데 불법 관행은 여전
  • ● 원청업체 법정관리로 매출 600억 회사 하루아침 부도
  • ● 경영권 유지, 빚 탕감 받는 법정관리 악용…“하도급업체만 고통”
“건설경제 민주화 새 정부 적극 나서라”

‘전문건설인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한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가운데)과 각 건설협회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문건설인 장모 대표(61)의 꿈은 소박했다. 회사를 조금 더 탄탄하게 다져놓고 고향(충북 충주)으로 내려가 여생을 보내려고 했다. 30년 건설인생, 멋지게 마무리할 생각에 아침마다 운동화 끈을 동여맸다. 평화의 댐 현장소장을 그만둔 1994년 자본금 3억2000만 원의 회사를 냈다. 1980년대 초부터 10년간 전문건설업체에서 일하다보니 제법 업계 사정에도 훤해져 내심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부침도 있었지만, 연매출 600억 원, 직원 80명의 건실한 회사로 일궈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즈음해서 상황이 나빠졌다. 2009년부터는 은행을 자주 찾았다. 차입경영이 뭔지 그때 처음 알았다. 불법·불공정 관행은 바뀌지 않았는데, 건설 환경이 바뀌다보니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2009년부터 민주노총이 각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강조했어요. 보통 공사현장에선 하루 10시간 정도 작업을 했는데, 1일 8시간 근무를 하니 회사 부담이 커졌습니다. 100억짜리 공사에서는 40억 원이 중장비 (임차)비용인데, 하루 일과가 2시간 줄었으니 그만큼 중장비 사용 기간도 늘죠. 게다가 기름 값도 많이 올랐어요. 4대강 사업할 때는 포클레인 일당(비용)이 50만 원인데 기름 값이 일당과 맞먹는 46만 원이었어요. 경영 부담이 커졌죠.”

회사가 어려워 지다보니 그동안 ‘그러려니’ 했던 건설업계의 불법·불공정 관행이 물먹은 솜처럼 장 대표를 짓눌렀다. 최저가로 낙찰받았지만, 한 원청회사는 고의로 유찰시켜 2,3차례 재입찰했고, 결국 ‘네고’를 통해 깎을 대로 깎았다. 세 번 유찰 끝에 110억 공사를 땄는데, 원청회사는 다시 100억 원에 수의계약을 하자고 강요했다. 최저가 낙찰은 자본주의에서 경쟁을 유도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설업계에선 전혀 다른 의미였다. 최저가 낙찰을 받아도 유찰시키고는 ‘이번에는 더 낮은 가격으로 하도급 받아가라. 다음에 일거리 줄게’라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기’였다.

불공정 관행, 물먹은 솜

9억 원 공사대금을 미분양 아파트로 받기도 했다. 7억 원도 안 됐다. 직원 임금은 줘야 해 가격을 더 낮춰 팔았다. 수억 원 손해 봤지만 말도 못했다. 어떻게든 다음 공사를 따내야 했다. 이러다보니 2011년 매출은 580억 원을 기록했지만 26억 원의 적자가 났다. 밑진 장사였다. 2012년 들어서는 매월 50억 원가량 매출을 올렸다. 나가는 돈만 55억 원이었다. 매월 원가절감 회의를 했지만 마른 수건 짜내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때쯤, 대학에서 토목과를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를 키우겠다며 신입사원이 된 아들에게 다른 길을 권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공사는, 사실 꽤 기대했지만 최저가 입찰로 남는 게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50mm의 집중호우로 공사현장이 쓸려 내려갔다. 복구 공사비만 16억 원이었다. ‘천재지변’이라는 말에 복구 공사비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입이 바싹 말랐다. 예전에는 그래도 조금 남는 게 있어 이러한 ‘돌발상황’을 넘겼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일부 원청업체는 여전히 공사비를 어음으로 지급했고, 당장 돈이 급한 장 대표는 ‘와리’를 떼이고 어음을 할인받았다. 와리(わり)는 10분의 1을 뜻하는 단위 ‘할(割)’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돈을 바꿔주는 사람이 중간에서 가져가는 어음할인료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와리’로 인해 국내 하도급업체는 연간 8350억 원의 금융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결국 일이 터졌다. 풍림산업의 250억 고속도로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15억6000만 원의 어음을 할인받아 공사비를 댔다. 계약 외적으로 발생한 공사비 8억6000만 원은 ‘준다 준다’고 해서 믿고 있었다. 공사현장에서 ‘풍림이 부도났다’는 소식에 그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스란히 그 빚을 떠안았다. 가족 빼고는 다 팔았지만, 두 손 들었다.

결국 장 대표는 2012년 5월 18년간 키워왔던 자신의 회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의 회사는 2012년 11월 청산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30년 건설인생 끝에 그는 빈털터리 신용불량자(신불자)가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딸아이를 출가시킨 것이다.

“업계를 떠나는 마당에 할 말이 있겠습니까. 원청업체에 대해 원망은 많지만, 내 운명이니 조용히 받아들여야죠.”

장 대표의 말처럼 30년 건설인생의 불행한 마무리는 운명일 수도 있겠다. 경영인으로서 자질 부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운명과 자질 부족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30년 열정과 노력이 아까웠다. 취재를 할수록, 우리 사회, 특히 ‘건설업계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 두 아이의 아버지를 졸지에 신불자로 만든 건 아닐까’하고 기자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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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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