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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살인적 다단계 하도급에 무너지는 IT 근로자들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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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돈 되는 프로젝트는 재벌 계열 IT 대기업 싹쓸이
  • ● 하도급 업체 절반 이상이 영세 인력파견업체
  • ● 4~6단계는 인력 하도급…인건비 10~20% 꿀꺽
  • ● 체불, 해고, 착복, 경력 조작…편법·불법 판쳐
  • ● 밤, 휴일 없이 일하다 온갖 질병…산재, 수당 없어
  • ● ‘조폭’ 출신 인력 하도급 업체 등장, 협박 난무
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다단계 하도급의 최하단에 위치한 IT 근로자들은 저임금과 임금체불, 불법해고,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5개 분야에 걸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그 중 ‘경제적 약자 권익보호’ 분야의 마지막 항목은 건설 및 IT 분야 하도급 불공정특약에 따른 중소 사업자 피해 방지였다.

사실 건설 분야의 하도급 관행은 뉴스 거리도 아니다. 대형 건설사가 사업을 수주해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되면 전문건설업 면허를 가진 중소 건설사는 1~2차 도급을 받아 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로 다시 일감을 내려보낸다. 보통은 2~3차 하도급에 그치지만 4차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도급 단계를 따라 내려가면서 각 회사가 자기 몫을 떼고 나면 실제로 공사를 하는 도급업체가 받아 쥐는 공사비는 늘 빠듯하다. 중소 건설사가 줄도산을 하고, ‘날림’ ‘부실’ 공사로 종종 대형사고가 터지는 것도 건설업계의 이런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다.

이 같은 하도급 구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한 일용직 건설노동자와 임시직 기술자들이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건설 기술자와 인부의 대부분은 그들이지만 하도급 구조에서 깎이고 깎인 인건비는 최저생계비를 겨우 넘는 정도다. 그나마 도급 단계가 늘어나면 쥐꼬리 만한 노임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도급 건설사가 부도라도 나면 생계조차 잇기 힘들어진다.

대형 IT업체의 횡포

그런데 ‘망국적’ 하도급 관행은 비단 건설 분야에 한정된 게 아니다. IT 관련 분야에선 건설업계보다 더한 살인적 행태의 하도급이 벌어지고 있다. 4~5단계는 기본이고 프로젝트에 따라 6~8차까지 도급이 이어지는 곳이 부지기수다. 중간 하도급 단계 업체가 파산하거나 프로젝트를 포기하면 원청 업체와 상위 도급 업체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줄도산을 하는 구조다. 그만큼 영세하다.

IT 다단계 하도급의 출발점은 대그룹 계열사인 삼성SDS, LGCNS, SKC·C, 포스코ICT, 롯데정보통신, 한화S·C 등 IT 대기업이다. IT업계에선 이들을 ‘시스템통합(SI·System Integration) 사업자’라고 하는데, 기업에 필요한 정보시스템의 기획에서부터 개발, 구축, 운영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시스템의 설계, 최적의 하드웨어 선정에서 발주 및 조달, 사용자의 요구에 맞춘 응용 소프트웨어의 개발, 시스템의 유지 보수 등이 포함된다. 주로 컴퓨터 제조회사, 정보처리 서비스회사,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부가가치 통신망 사업자, 컨설턴트 회사 등이 진출해 있다.

국내 SI 프로젝트 중 단위가 수십억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은 그룹 계열사인 이들 대형 SI업체가 싹쓸이하고 있다. 발주처가 대부분이 국가기관이나 그룹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이들 외에도 중소 SI업체가 300여 곳 있지만 국가기관 발주 프로젝트의 경우 과거 사업 경험, 수주금액 등 입찰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대기업은 그룹 내 계열 대형 SI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 중소 SI업체에 낙찰되는 경우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7월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많이 수주한 대형 SI업체에 대한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이들 그룹 계열 SI업체는 해외 수출이 활발한 일부 업체를 빼고는 수주 사업의 절반가량을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형 SI업체들은 일단 수주를 하면 자사 임원 출신이 차린 업체나 자회사에 1차 도급을 주고, 이들은 또다시 시스템 설계, 하드웨어 조달,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유지 보수 등 분야별로 2차 도급을 중소규모 SI업체들에 맡긴다. 명목은 ‘비용 절감을 위한 아웃소싱’. 중소업체들은 이렇게 맡은 일을 다시 3~4개 분야로 쪼개 3차, 4차, 5차까지, 심하면 7~8차까지 도급을 준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하도급 과정에선 대형 SI업체들의 횡포와 불공정거래 행위가 판을 친다.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도 60일 만기 어음을 지급하거나 세금계산서만 발행한 후 실제 대금은 3개월 후에 주는 경우도 있다. 매월 인건비를 줘야 하는 하도급 업체는 자금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고, 견디다 못한 중소 하도급 업체는 일만 대신 해주고 파산하는 절차를 밟는다. 공정거래법상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은 발주처와 원청 업체가 맺은 계약에 준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현실에선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한 원청 업체는 입찰에 필요한 제안서를 대신 작성해주면 5억 원에 도급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후 하도급 업체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최종 낙찰을 받자 하도급 대금을 2억 원으로 일방적으로 낮춰 통보했다. 금융기관에 납품할 전산시스템 하도급 계약서를 쓰면서 ‘반드시 원청 업체가 시스템 설치완료 승인을 해야 대금을 지불한다’는 조항을 삽입하고는 금융기관에선 설치완료 승인이 났는데도 원청 업체가 승인을 1년이나 늦춰 대금 지급을 회피한 사례도 있다.

이외에도 핵심기술 제공을 전제로 도급을 준 후 담당 임원의 교체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고 그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출시한 전자회사, 협력업체에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2차, 3차 하도급을 한 준 뒤 프로젝트 원천기술을 가진 4차 하도급 업체에 2차, 3차 하도급 업체의 적자 부분을 보전하게 한 악덕 대형 SI업체도 있다.

공정거래위는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11월 하도급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하는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시적으로 불공정하도급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선 새 양식의 계약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하도급 불공정 사례를 신고한 경우는 대부분 이미 파산 위기에 몰렸거나 도산한 업체들이다. 대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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