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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영산(靈山) ‘생수 전쟁’

백두산 물 vs 한라산 물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민족 영산(靈山) ‘생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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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2월 생수시장의 절대 강자 삼다수의 판매원이 농심에서 광동제약으로 바뀌었다. 때맞춰 농심과 롯데칠성음료가 백산수와 백두산 하늘샘 등 백두산을 취수원으로 하는 생수를 출시하면서 생수시장에 불꽃 튀는 마케팅 전쟁이 시작됐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한라산이 자신이 품은 물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민족 영산(靈山) ‘생수 전쟁’

지난해 12월 출시된 농심 백산수, 롯데칠성음료 백두산 하늘샘, 광동제약의 삼다수.

우리 몸의 70%는 물이다.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는 며칠 살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고는 단 하루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옛길이 항상 물길과 나란히 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동서양 의학을 막론하고 나쁜 물을 많이 마시고 좋은 물을 적게 마시면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명제에 반론을 펼치지 않는다.

하루 2L 이상의 좋은 물을 마셔야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계의 정설이다. 물은 인체에 들어가 혈액을 맑게 하고 노폐물을 걸러내며 전해질 이온 농도를 조절한다. 그래서 좋은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장이 편하고 피부도 곱다. 정수기 시장이 수십 년째 맑은 물, 좋은 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정수기 시장이 요즘 소강상태다. 정수 방식과 저수조 방식, 물때 문제를 놓고 서로 다투다 소비자에게 도매금으로 안 좋은 인상만 심어줬다. 스테인리스 저수조가 어떠니 하면서 서로 자사 정수기가 최고라 하지만 소비자에겐 아직도 ‘죽은 물’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대형 마트의 생수 가격인하 경쟁으로 렌털 정수기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소비자는 산속 깊은 샘에서 나오는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물이 그립다. 산을 오르다 옹달샘에서 떠 마신 그 달고 깊은 맛….

1998년 국내 생수시장에 72번째 업체로 뛰어든 무명의 ‘제주 삼다수’(판매원 농심)가 판매 6개월 만에 시장 1위로 우뚝 올라선 첫 번째 이유도 단연 ‘살아 있는 물’ 마케팅 덕분이었다. 소비자는 한라산의 영기가 서린 깨끗한 백록담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켜켜이 쌓인 화산 현무암이 수십 년 필터 기능을 하며 걸러낸, 미네랄이 살아 있는 물이라는 콘셉트는 소비자의 뇌리에 그대로 박히며 생수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절대 강자 한라산, 대항마 백두산

이후 생수시장뿐 아니라 음료시장에도 살아 있는 깨끗한 물 전쟁이 벌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광고에 백두대간과 독도 풍광을 삽입해 깨끗한 물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수기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네랄이 없는 물, 즉 ‘죽은 물’ 논쟁이었다. 이후 정수기 광고에도 ‘미네랄이 살아 있는 자연의 물’이란 문구가 등장했다. ‘아이시스’로 뒤늦게 생수시장에 뛰어든 롯데칠성음료가 2009년 8월 세계적 청정지역인 민간인통제선 북측에서 취수한 ‘롯데 아이시스 DMZ(디엠지) 2km’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네랄이 살아 있는 천혜 자연의 물’을 내걸고 마케팅을 펼친 이후 농심이 판매하는 삼다수(생산자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난 14년 동안 생수시장의 30%를 장악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삼다수의 성장은 생수시장 전체를 자극하며 500억 원대에도 못 미치던 생수시장을 6000억 원대로 키워놓았다.

2011년 국내 생수시장 총 매출규모는 5630억 원으로 이 중 삼다수가 1860억 원을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매출은 ‘에비앙’ ‘볼빅’ 등 수입 생수를 포함해 960억 원으로 2위. 2012년 삼다수 매출은 2000억 원, 롯데칠성음료 총매출은 1000억 원, 총 생수시장 매출은 6000억 원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농심과 롯데칠성음료는 둘 다 생수시장의 늦깎이로 데뷔했지만 살아 있는 물 마케팅과 라면 과자 음료 판매로 다져진 전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단번에 생수시장 1, 2위를 꿰찼다.

살아 있는 자연의 물 전쟁은 지난해 12월 삼다수의 판매원이 농심에서 광동제약으로 바뀌고 농심과 롯데칠성음료가 각각 ‘백산수’와 ‘백두산 하늘샘’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같은 민족의 영산이지만 한라산보다 더 높고 세계적 천연 원시림으로 지정된 백두산을 취수원으로 삼다수의 독주를 막겠다는 야심만만한 도전이었다.

백두산과 한라산은 오래전에 화산활동이 멈춘 휴화산으로, 그 인근 지역에서 나오는 샘물은 화산석이 빗물을 수십 년간 정화하면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미네랄도 첨가해 물맛이 좋고 건강에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좋건 싫건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과 한라산이 자신이 품은 물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 셈이다.

농심과 롯데칠성음료는 비슷한 시기에 백두산을 취수원으로 하는 생수를 내놓았지만 서로 경쟁을 하기보다 삼다수라는 1등 생수를 꺾기 위해 협력하는 분위기다. 가급적 경쟁을 피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삼다수가 생수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취수원이 같은 백두산이라 서로 공격하면 자칫 공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둘째 남동생이다. 오랜만에 형제 그룹이 힘을 합쳐 생수시장의 절대 강자와 정면승부를 벌이게 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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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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