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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제언

세제 개혁, 무엇을? 왜? 어떻게?

소득세 단순화, 법인세 폐지, 재산 보유세 무겁게

  • 최광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choik01@chol.com

세제 개혁, 무엇을? 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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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왜곡, 탈루… 개인소득세, ‘중심 세제’ 기능 못해
  • ● 법인세 폐지하고 소득세와 통합해야
  • ● 지하경제 양성화, ‘처방’ 전 실태 조사부터
세제 개혁, 무엇을? 왜? 어떻게?
“국가가 빈곤과 절망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 안정적인 정부, 예측 가능한 법률, 부당한 과세의 부재.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된다.”

불후의 명저 ‘국부론’에서 이와 같이 갈파한 애덤 스미스가 부활해 한국의 세제를 평가한다면 뭐라 말할까. 분명 “부당한 과세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확대되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세수(稅收) 증대와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이 부각되고 있다. 복지뿐만 아니라 방위 통일 교육 안전 등 세출 증대 요인이 발생하면 국민의 세 부담 증대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각종 세출 증대 정책에 대해선 모두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소상히 밝히며 생색을 내지만, 세 부담 증대 방안에 대해선 어물어물 대강대강이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고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 데 있다.

세출과 세입에 대한 이런 비대칭적 자세와 임기응변적 접근이 국가 정책을 그르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세제는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역대 정권 모두 ‘세제 개혁’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매해 대략 10회씩 세법을 개정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개혁’은커녕 ‘보완’이나 ‘개편’ 수준이었고, 그것도 대부분 조세 감면 혹은 세수 증대 방안에 불과했다. 참된 세제개혁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우리나라의 세 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분명 낮다. 하지만 세금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평불만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크다. 왜 그럴까.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세제와 세정이 반듯하지 못하고 헝클어져 있다. 둘째, 세 부담에 상응하는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다. 셋째, 국민은 세 부담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그 근원을 잘 따져 보면 사실 세금에서 연유한 경우가 많다.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세제를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국세 14개, 지방세 11개, 도합 25개의 세목(稅目)으로 구성된 우리의 조세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납세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납세와 징세의 비용이 높아진다. 또한 조세의 범위는 부적절하고 조세 체계는 불완전하다. 조세에 포함돼야 할 것(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수수료, 특별회계 및 기금 등에서 부과하는 각종 부담금, 사용료, 수수료 중 일부)이 빠져 있고, 동일한 과세 대상을 놓고 서로 다른 명칭의 세금이 부과된다.

누락, 중복, 부당…

특별회계와 연계돼 낭비를 조장하는 목적세도 문제다. 예산 과정에서 자원 배분을 둘러싼 마찰과 갈등을 줄이고 공공성 높은 사업을 위해 세금을 거둔다는 명분 아래 목적세가 조세 저항을 줄이는 장치로서만 기능하고 있다. 심지어 농어촌특별세의 경우 조세감면액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지구상의 세제 역사에 이런 전례를 찾아볼 수 없어 학자로서 창피할 지경이다. 25개 세목 중 절반 정도는 작명조차 잘못돼 있다.

산적한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선진국과 달리 개인소득세가 ‘중심적 세제’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세수 중 소득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평균이 26%인 데 반해 우리는 그 절반인 13%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득세 세수가 점하는 비중이 OECD국가 평균 9.4%인 데 비해 우리는 3.1%로 매우 낮다. 또한 소득이 있는 국민 중 40%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점은 중진국도 되지 못했다는 증거다.

소득세의 또 다른 문제점은 소득 유형별로 세 부담이 매우 불공평하다는 점이다. 근로소득·사업소득·자산소득 중에서 근로소득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고 사업소득과 자산소득의 세 부담은 낮다. 자산소득, 특히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미흡하다는 점, 세무행정에 문제가 있어 사업소득의 탈루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소득세가 중심 세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소득 유형별로 세 부담 차이가 큰 주요 원인이다.

근로소득이 다른 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 부담을 떠안은 이유는 △조세감면이 근로소득보다는 다른 유형의 소득에 집중되어 있고 △‘유리지갑’으로 표현되듯 근로소득의 과세포착률이 다른 유형의 소득보다 현격히 높기 때문이다. 이런 불공평은 근로소득에 대한 세 부담 인하보다는, 재산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한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과세포착률을 높여 이에 대한 세 부담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해소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 세제 개혁의 핵심은 소득세제 개혁이다. 소득세제 개편과 관련한 최근의 세계적 추세는 단순성을 지향한다. 필자는 이원평률소득세제(dual income flat rate tax) 도입을 제안한다. 이원평률소득세제란 누진세율 대신 한 세율로만 과세하는 평률세제(flat rate tax)와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해 각기 다른 세율로 차등 과세하는 이원소득과세(dual income tax)를 합친 것이다. 현재 러시아를 포함한 20여 개 나라가 평률세제를 도입하고 있고,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 이원소득과세를 채택하고 있다.

소득세에서 누진세를 없애자는 이런 주장에 대해 일각에선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지적하는데, 그건 오해다. 예를 들어보자. 연간 소득 2000만 원까지 세금을 면제해주고 소득세율을 20%로 단순화하면, 연간 소득 3000만 원인 A는 200만 원((3000만 원-2000만 원)×0.2), 연간 소득 1억 원인 B는 1600만원(1억 원-2000만 원)×0.2)을 세금으로 낸다. A가 낸 세금은 전체 소득의 6.7%(200만 원÷3000만 원×100)이고 B는 16%(1600만 원÷1억 원×100)다. 즉,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낸 결과가 나온다. 이원평률소득세제를 도입하면 각종 조세특례제도를 그대로 둘 이유가 없으며 이에 따라 세제가 아주 단순해져 효율성이 크게 증대되며 세무행정은 간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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