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稅테크는 없다!

회계사나 금융상품 잘 만나면 절세?

  • 원재훈 │회계사 wjh2000p@hanmail.net

    입력2013-07-22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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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稅테크는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뭘까. 저소득층이라면 식비, 중산층이라면 주거비나 자녀 교육비일 것이다. 그렇다면 고소득층은? 탈세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고소득층의 최대 지출 항목은 세금이다. 우리 소득세율에서 보듯 고소득층일수록 세금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오른쪽 표 참조).

    소득에 대한 세금만 있는 게 아니다. 집이나 부동산을 구입할 때 부담하는 취득세, 주식을 매매할 때 부담하는 증권거래세, 집을 팔 때 부담할 수 있는 양도소득세,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 또는 상속받을 때 납부해야 하는 상속·증여세, 매일 소비하며 내는 부가가치세 등 말할 수 없이 많은 세금이 존재한다.

    재미있는 점은 누구나 이런 수많은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비책 혹은 노하우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또 세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잘 몰라서’ 억울하게 세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주인공 팀 로빈스가 감방 동료들에게 맥주 한잔을 대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금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교도관들의 대화를 엿들은 주인공은 그에게 다가가 “당신 부인을 믿나요?”라고 묻는다. 교도관이 화를 내자 주인공은 다급한 목소리로 “당신의 부인에게 모두 증여하면 됩니다. 그러면 세금이 없습니다(Tax Free)”라고 외친다. 필자는 중학생 때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세금 줄여주는 직업, 회계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절세보다 사업비 부담 클 수도



    소위 말하는 ‘세테크’, 정말 세금을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매우 희박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사람에겐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절세되는 금액이 매우 적거나 아니면 탈세를 해야만 실현 가능하다. 큰 눈으로 보자면 금융기관에서 광고하는 세테크는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1 개인연금

    세테크 전략으로 소개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개인연금이다. 연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해준다고 해, 많은 직장인이 가입하는 금융상품이다. 한데 이것은 부자에게나 유리할 뿐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율이 38% 구간에 있는 고소득자라면 연간 400만 원의 개인연금을 불입해 167만 원가량의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득세율 6% 구간에 있는 저소득자라면 되돌려 받는 세금이 26만 원에 그친다.

    물론 이것도 적지 않은 금액일 수 있으나 개인연금은 모두 보험상품 형태로 판매되는 것임을 명심하자. 즉, 엄청난 사업비를 떼어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돌려받는 세금보다 지불하는 사업비가 더 클 수 있다.

    굳이 개인연금으로 소득공제를 받고 싶다면, 되도록 사업비가 적은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퇴직연금을 추천한다. 퇴직연금도 개인연금과 마찬가지로 연간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2 연말정산

    최근 정부의 발표로 연말정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부는 기존의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액연봉자들의 세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말정산은 그나마 ‘공부해서 세금 줄일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다. 정확히 말하자면 줄인다기보다는 억울하게 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좀 복잡해 보이지만 국세청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내용을 숙지하도록 하자.

    나라마다 직장인에게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방법이 다른데, 우리나라는 월급쟁이가 스스로 세금을 계산해서 내는 게 아니라 회사가 대신해서 세금을 계산하고 월급에서 원천징수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사업자에게는 주지 않는 각종 소득공제 혜택을 근로소득자에게만 주고 있다. 의료비 공제, 교육비 공제, 주택자금 공제, 보험료 공제 등등.

    稅테크는 없다!


    ‘위험에 과세 없다’

    흔히들 말하는 세테크에는 포함되진 않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좋은 세테크를 소개하고 싶다. 우선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똑같은 액수의 돈을 벌었다고 할 때 동일한 세액을 부과하는 것이 공평한가.

    둘째, 땀 흘려 번 돈과 불로소득 중 무엇에 더 많은 세금을 매겨야 하는가.

    대부분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동일한 세액을 부과해야 한다고 할 것이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반대되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근로소득으로 1억 원을 번 사람과 주식투자로 1억 원을 번 사람의 세금을 비교해 보자. 근로소득에 대해선 1000만 원이 넘는 세금이 부과되지만,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거의 부과되지 않는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자본이득과 근로소득 중 자본이득에 유리한 과세체계를 갖고 있다. ‘위험이 있는 곳에 적게 과세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비슷한 논리로 근로소득자가 빚을 내서 이자를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 공제가 되지 않으나 사업자가 빚을 내서 이자를 부담하는 것에는 세금 공제가 가능하다. 역시 비슷한 논리로 부동산임대업도 하나의 사업이라, 자기 돈이 아니라 빚을 내서 부동산을 구입해 월세 수익을 거두는 사람이 세금 관점에서는 더 유리하다(물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위험은 빚을 낸 사람이 훨씬 많이 지게 된다).

    물론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세금을 공제하지 않는다. 근로소득으로 5000만 원을 번 동시에 주식 투자로 5000만 원의 손해를 본 경우, 실제 손에 쥔 것은 한 푼도 없지만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보면 젊은 시절 노동으로 번 돈에 대해서는 과세하고, 노후에 거둔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비과세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세테크는 정부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다. 달걀로 바위 치기 격일 수 있으나 세법도 법이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즉, 여론에 의해 입법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헌법재판소 판결 덕분에 종합부동산세는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서울 강남에 나붙어 있던 ‘종합부동산세 악법 철폐하라!!!’는 플래카드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득세율 또한 이상하게 입법화했는데, 이 역시 여론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소득세율은 구간별로 9%p씩 상승한다. 원래 과세표준이 ‘8800만 원 초과 3억 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33%로 입법하려고 했으나 여론의 반대로 35%가 된 것이다.

    일부 기업에 해당하긴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기존 세법의 틀 안에서 세금을 줄이는 방법보다는 자기 입맛에 맞게 법을 바꾸는 일에 더 열심인 듯하다. 정부 관료나 입법자에게 세금 감면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비과세 감면 항목을 은근슬쩍 끼워 넣는 방향으로 법 개정 운동을 벌인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좋은 세테크 아닐까.

    최근 들어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 문제에 전 세계가 공조하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 이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2008년 이후 불거진 전 세계적인 정부 재정적자 문제 때문이다. 여기에다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복지국가 건설 과제 등으로 정부가 필요로 하는 재원이 날로 많아지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견 개진’이 최고의 세테크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당장 올해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결제수단이 신용카드, 전자화폐로 넘어가면서 자영업자 탈세 문제도 점차 해소될 것이다. 자본소득에 비교적 관대하던 세금 구조도 점차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수익형 오피스텔 등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영역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稅테크는 없다!
    원재훈

    1977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공인회계사, 미국공인회계사, 세무사

    이촌회계법인 근무

    저서 : ‘월급전쟁’ ‘법인세법실무’


    그 속도는 어쩌면 우리 예상보다 빨라질지도 모른다. 올해 개정된 세법 탓에 즉시연금상품의 세제 효과도 더 이상 누리기 힘들어졌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억울한 세금이 입법되지 않도록 의견을 개진하고 정부가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한층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정도다. 세테크라는 달콤한 단어를 잊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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