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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성장잠재력 회복 최후 카드 후진 정치문화에 좌초할라

첫걸음 뗀 ‘창조경제’의 험로

  •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ahnd@snu.ac.kr

성장잠재력 회복 최후 카드 후진 정치문화에 좌초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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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추락한 성장잠재력으론 선진국 진입 어려워
  • ● 창조경제-경제민주화-복지확대 불가분 관계
  • ● 도덕적 해이, 디테일 취약, 계량목표 부재…
  • ● 기꺼이 ‘risk taking’ 하는 문화 정착돼야
성장잠재력 회복 최후 카드 후진 정치문화에 좌초할라

8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창한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마이크 앞) 등이 ‘창의인재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8월 6일 정부가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 나온 ‘창조경제 실현 계획’의 후속조치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가 합동 브리핑한 창의인재 육성방안은 ‘Five-Jump’라 이름 지은 5가지 핵심 역량(꿈과 끼, 융합·전문, 도전, 글로벌, 평생학습)과 11개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정책 입안 초기부터 제기돼온 창조경제의 모호성과 디테일의 취약성에 대한 비판을 극복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벌써 ‘추진 목표와 세부 정책 간 인과성이 취약하다’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창의 씨앗이 열매 맺는 경제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 및 보편적 복지 확대와 함께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3대 국가운영과제 중 하나이며, 특히 최우선 성장전략에 해당한다. 창조경제 포털사이트(www.creativekorea.or.kr)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씨앗이 자라고 열매 맺는 경제’라고 정의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 상상력과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창의적 자산이 활발하게 창업 또는 기존 산업과 융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생겨나게 함으로써 양질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라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창조경제의 목표는 ‘경제성장’이고, 경제성장을 위해 경제체제의 패러다임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문제인식을 좀 더 살펴보자.

지난 40여 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끈 ‘추격형’ 전략은 신흥 산업국가들의 등장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고용 없는 성장, 청년 실업,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성장의 질 역시 저하됐다. 한편 세계경제는 부가가치 창출요소가 노동·자본(산업경제), 지식·정보(지식경제) 중심에서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는 창조경제로 이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에서 창의성에 기반을 둔 ‘선도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강점인 과학기술과 ICT 역량 등을 활용해 한국형 창조경제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짚어볼 문제는, 우선 우리 경제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창조경제가 해법으로 제시됐는 지다. 아울러 창조경제가 일견 거리감 있어 보이는 나머지 국정운영과제와 어떻게 조율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최근 크게 추락했다. 1970~80년대 9%대에서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7.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2007년까지 4.7%대로 급격하게 추락한 뒤 현재는 3.9%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전망치에 따르면 이 수치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3.4%대로 떨어진 후 가속도가 붙어 2018년부터 2030년까지 2.4%, 2031년부터 2050년까지 1%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1인당 GDP 3만5000달러가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간주된다. 현재 우리의 1인당 GDP는 2만2000달러로 선진국 진입까지는 거리가 꽤 멀다. 세계경제의 평균 잠재성장률은 3.5% 정도로, 현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하회해 선진국 진입은커녕 중진국 위치도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폴 크루그먼의 얘기처럼 노동과 자본 등 요소투입량의 증가가 한계에 부딪힌 반면 요소생산성이 정체된 면을 들 수 있다. 더불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지적한 것처럼 경제가 정치에 예속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외에도 무수한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현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는 사회 전반에 팽배한 위험회피 성향, 양극화에 따른 사회통합의 붕괴, 국가전략 모형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중산층 붕괴 진행 중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투자 기조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최근 한 민간금융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건설투자 항목의 평균증가율은 7분의 1, 설비투자 증가율은 2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설비투자는 노무현 정부 이래로 급격히 감소해 지난 3년간은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대부분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의 투자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1.8% 감소했는데, 중소기업은 12%, 중견기업은 18.7% 감소했고 대기업은 2.1%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 성장률은 더 높이고 중소·중견기업은 뒤처지게 해 산업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며, 이로 인해 다시 투자 여력에 차이가 나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기업만 그런가. 1960~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수 인재들은 대거 이공계통으로 진학해 경제성장 주역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다들 의대나 로스쿨 진학에 목을 맨다.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이 안정 지향적이다. 이렇게 위험을 회피하고 투자를 기피하는 경제체제에서 어떻게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경제 양극화는 성장을 저해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혼용하는 부의 불균형(wealth inequality)과 부의 양극화(wealth polarization)는 학문적으로 구별되는 개념이다. 부의 불균형이란 부의 분포가 중심이 낮고 넓게 퍼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반면, 양극화는 최부유층과 최극빈층의 양쪽 꼬리가 두터워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즉, 부의 양극화는 중산층 붕괴를 수반하며 수요 기반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같은 부의 불균형이라도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는 보통 지니계수가 쓰이고, 부의 양극화 척도로는 최상위 10%의 평균 소득이 최하위 10%의 평균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퍼센타일계수(Percentile Ratio)가 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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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ahnd@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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