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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우리 스스로 선택해 일한다”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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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이 성공하려면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다각도의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껍데기만 바꿔서는 소용없다. 신뢰가 중요하다. 직원들이 일을 낼 거라 기대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탁월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제니퍼소프트는 실내수영장과 카페, 어린이집을 갖춘 사옥과 주 35시간 근무 규정, 전 직원 정규직 사실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엄청난 화제가 됐다. NHN 출신 조수용 대표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그룹 JOH 역시 직장인의 꿈을 실현한 기업으로 통한다.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독립적인 사무 공간을 주고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야말로 놀이터 혹은 작업실 같은 분위기로 알려졌다.

이런 ‘꿈의 직장’ ‘신의 직장’ 사례가 거론될 때마다 사람들이 부러움 끝에 내뱉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는 “규모가 작은 신생기업이니 가능한 일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제니퍼소프트나 JOH의 직원 수는 한 학급 학생 수 정도이며 아직 10년이 채 안 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기업에서는 꿈의 복지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일까.

세계적인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새쓰(SAS Institute)는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 본사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지사에 1만4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렇듯 크고 오래된 기업 새쓰는 “직장인들의 유토피아”로 불린다. 2010년과 2011년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환상적인 근무환경으로 유명한 구글은 기업공개(IPO) 전에 직원들을 새쓰에 보내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한국 기업 제니퍼소프트가 목표로 삼은 기업도 새쓰다. 새쓰는 직원 복지 천국의 원조인 셈이다.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캐리에 자리 잡은 새쓰 본사는 캠퍼스라고 불린다. 300에이커(약 37만 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사무용 빌딩들과 보육시설, 병원, 피트니스센터, 세탁소와 미용실 등이 들어서 있다. 새쓰는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개인 사무실을 제공한다. 일주일에 35시간,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직원 각자가 스케줄을 짜서 일한다.

업무 방해 요소 최소화

직원 식당에서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캠퍼스 내 병원엔 의사와 간호사 여러 명이 상주한다. 직원 자녀 600여 명을 돌볼 수 있는 보육시설도 있다(본사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지역 사무실 직원들은 집에서 가까운 보육시설에 자녀를 보내고 회사의 지원금을 받는다). 취학 자녀의 학업 관련 상담을 위한 진학상담센터도 있다. 수영, 요가, 농구, 테니스 등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선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하는 직원들 외에 의사와 요리사 보육교사 정원사 등 캠퍼스 내에서 일하는 모든 이가 새쓰의 정식 직원이다. 새쓰는 비정규직이 없고 아웃소싱을 하지 않는 기업으로도 명성이 높다.

새쓰의 공동 설립자이며 최고경영자(CEO)인 짐 굿나이트 회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이러한 기업 문화를 만든 배경에 대해 “새쓰의 생산성은 직원들의 정신 상태와 직결된다”며 “직원들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생활 스트레스를 최소화함으로써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새쓰가 지식기반사업을 하는 이상 직원들이 머릿속에 든 지식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얼마나 몰입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느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렸다. 그 점을 잘 아는 굿나이트 회장은 직원들이 자녀 양육과 질병, 심지어 미용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나 세탁물 처리에 신경 쓰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캠퍼스 내에 직원에게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가능한 한 끌어다놓았다.

굿나이트 회장이 한 말 중에 잘 알려진 게 하나 있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새쓰의 자산이며, 매일 저녁 캠퍼스 정문을 빠져나가는 우리의 자산이 다음 날 아침 되돌아오도록 만드는 게 리더의 임무다.”

자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두고자 한 그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새쓰는 이직률이 2∼4%대다. 그마저 대부분 가족과 함께 멀리 이주해야 하는 등의 부득이한 사정에 따른 것이다. 평균 이직률이 2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이직이 잦은 업계에서 새쓰는 누구라도 한번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는 ‘신비로운 성’으로 통한다.

새쓰의 근무환경은 직원 역량을 십분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철저한 오너 마인드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새쓰가 오너와 직원을 수직적으로 구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새쓰에는 임원을 위한 전용 주차 공간이나 식당이 따로 없다. 짐 굿나이트 회장은 직원식당에서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그는 “내가 직원으로서 받고 싶었던 대접을 직원들에게 그대로 해주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에 있는 새쓰(SAS)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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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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