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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생산라인 볼모로 제왕 노릇 7개 파벌 내분에 자제력 잃어

‘연례 파업’ 현대차 노조의 속살

  • 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생산라인 볼모로 제왕 노릇 7개 파벌 내분에 자제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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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도 파업을 했다. 75개 요구안을 들고 나왔다. 노조원 평균 연봉은 9000만 원이 넘는다. 외부에서 ‘귀족 노조’라고 하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한국 경제의 심장인 ‘현대차 컨베이어벨트’를 볼모로 잡은 이상 거칠 게 없다는 듯하다.
생산라인 볼모로 제왕 노릇 7개 파벌 내분에 자제력 잃어

지난해 7월 1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노조원들이 부분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파업이 걱정이냐고요? 그건 1년 365일 하는 걱정입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하던 8월 13일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관리부서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조합원들은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에는 부담을 느끼지만 노조의 단체행동을 거스르기 어려워하는 눈치”라며 “늘 있던 일이라 이젠 특별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날 전체 조합원의 88.7%인 4만837명이 투표에 참여해 압도적인 찬성률(80.4%)로 파업을 가결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파업을 협상 카드로 꺼내 든 것이다. 법적인 안전장치가 확보된 8월 20일 현대차 노조는 망설임 없이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5월 28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들어갔다. 처음의 두 차례 교섭에선 회사 측이 경영 상황을 설명했고, 3차 교섭부터는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에 대한 설명 및 회독이 이어졌다. 문용문 지부장을 비롯한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역대 가장 많은 75개 사항(세부사항 포함하면 180개)을 요구했다.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이를 한 번씩 읽는 데에만 14차례의 교섭이 필요했다.

7월 말~8월 초의 꿀맛 같은 휴가를 다녀온 노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임단협 결렬 선언’(8월 6일)이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7일)을 낸 데 이어 임시대의원회의(9일)를 열어 ‘쟁의발생 결의’를 의결했다. 그리고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13일)를 진행했다. 일사천리로 파업 수순을 밟은 것이다.

울산공장 들어가 보니…

1987년 출범한 현대차 노조는 1994년과 2009~2011년을 제외하곤 매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에도 7월 중순부터 8월 말 사이 28일에 걸쳐 부분파업을 하거나 특근을 거부했다.

자동차회사의 생산라인은 보통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바로 이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는 속도가 생산 속도다. 파업으로 한동안 생산라인이 멈추면 만회할 길이 없다. 파업 후 생산 속도를 높여 파업 전 생산 차질을 빚은 물량을 더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파업으로 회사가 만들지 못한 자동차는 8만2000여 대. 금액으로 따지면 1조7000억 원이 넘는다.

현대차는 임단협이 시작되기도 전인 올 상반기(1~6월)에 노사 갈등으로 이미 큰 홍역을 치렀다. 3월 주간 2교대제 시행 이후 휴일특근 근무조건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노조가 휴일특근 자체를 거부해버린 것이다. 일부 공장은 5월 말 휴일 특근을 재개했지만 일부는 7월 초까지 버텼다. 휴일특근 거부 때문에 현대차가 빚은 생산손실은 지난해 파업 때와 비슷한 8만3000여 대, 1조7000억 원에 달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도중 파업한 것은 어쩌면 모두가 예상한 대로였다. 다만 파업 강도가 높을지, 기간이 길지에 대해서만 의견이 분분했다. 현 집행부의 임기가 9월 말 끝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추석 이전에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차기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표심(票心) 관리 차원에서라도 지난해보다 더 강도 높게 투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돌발행동 절대 하지 마세요”

결과적으로 현대차 노조는 8월 20일부터 9월 5일까지 10차례 부분파업(36시간)을 했고 5차례 잔업(5시간) 및 2차례 휴일특근(17시간)을 거부했다. 지난해보다는 파업 기간이 짧았다. 그러나 회사로서는 5만 대의 자동차를 만들지 못해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현대차 노사가 마련한 잠정 합의안은 임금 9만7000원 인상, 성과급 350%+ 500만 원 지급, 목표달성 장려금 300만 원 지급, 주간 2교대제 정착 특별합의 명목으로 통상급의 100% 지급, 품질향상 성과 장려금으로 통상급의 50%+5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합의안은 9월 9일 노조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5.13%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로써 조합원들은 임금 인상분을 제외하고도 올해 1인당 2000만 원 안팎의 추가소득을 챙기게 됐다.

현대차 생산 공장에는 외부 사람이 쉽게 들어갈 수 없다. 보안을 위해서도 아니고 위험한 장비가 많아서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휴일특근 재개 여부에 대한 취재를 하러 울산공장에 갔을 때 기자는 현대차 직원 유니폼을 빌려 입고서야 공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기자와 동행한 한 직원은 거듭 당부했다.

“돌발적인 행동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노조 사람들이 꼬투리 잡아 생산라인을 세우기라도 한다면 큰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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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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