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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출구전략·아베노믹스·신흥국 위기 3각 파도 대비책 서둘러야

제2의 외환위기 사태 올까?

  • 오정근│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

출구전략·아베노믹스·신흥국 위기 3각 파도 대비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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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화유동성이 부족하고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는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와 상당한 외환보유고 덕분에 아직은 괜찮다는
  •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 잇따라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한 지는 의문이다.
출구전략·아베노믹스·신흥국 위기 3각 파도 대비책 서둘러야

8월 21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인도의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불안해진 세계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8월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가시화로 신흥 시장 국가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잇다면서 그중에선 한국이 승자라고 분석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고위험 5개국(fragile 5)’이 경상수지 적자로 통화 가치가 크게 절하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원화 가치가 절상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기사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일본의 아베노믹스라는 외부 충격에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던 한국에 일말의 안도감을 줬다. 과연 한국은 박수 치며 안심하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미국 출구전략과 일본 아베노믹스에 이어 신흥 시장국 위기가 닥쳐와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할까.

내년부터 ‘환율 충격’ 나타날 듯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살펴보려면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을 주장할 때 인용하는 두 가지 변수를 점검해봐야 한다. 첫째가 경상수지 흑자이고 둘째가 외화유동성이다. 외화유동성이 부족하면서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는 외환위기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 한국의 경상수지는 29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2%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는 수출 증가로 달성한 것이 아니라 투자 부진으로 수입이 늘지 않아 초래된 불황형 흑자다. 1~7월 중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에 그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은 성장률이 9분기 만에, 그것도 추가경정예산에 힘입어 0%대를 탈출한 것이 뉴스가 될 만큼 성장동력이 약화될 대로 약화된 상태다. 성장의 원동력인 기업설비투자는 지난해 5월 이후 월평균 -9.6%로 빈사 상태다. 그러니 설비투자를 위한 수입이 늘어날 리 없다. 이 같은 불황형 흑자는 경제가 살아날 경우 급격히 줄어들 소지가 많다.

한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게 만드는 주원인의 하나는 아베노믹스다. 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선박, 철강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다. 따라서 원/엔 환율이 수출의 중요한 변수다.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즉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은 3% 정도 줄어든다. 실제로 1995~97년과 2004~ 2007년 중반까지 원화가 엔화에 대해 절상됐을 때 한국은 외환위기나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최근의 공격적인 아베노믹스를 예사롭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1995년 4월~1997년 2월 원화는 엔화 대비 30% 절상됐고, 그 결과 1995년 80억 달러였던 경상수지 적자가 1996년 230억 달러로 확대되면서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2008년 위기 때도 비슷한 경로를 답습했다. 2004년 1월~2007년 7월 중 원화는 엔화 대비 47% 절상됐다. 2004년 323억 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는 2005년 186억 달러, 2006년 141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3분기에는 4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미국 금융기관들이 투자금을 일시에 회수하자 외화유동성이 부족하게 되어 한미 통화 스와프로 위기를 모면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6월 4일 100엔당 1509.91원에서 지난 연말에는 1238.3원으로 21.9% 절상됐다. 올 들어서도 북핵 문제 등으로 약간의 등락은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절상돼 지난해 6월부터 올 8월까지 28.6%에 달한다. 최근엔 미국 출구전략 논의가 대두되면서 원화는 절상되는 반면 엔화는 절하되어 원/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8월 29일~9월 6일 원화는 2.1% 절상된 반면 엔/달러 환율은 9월 6일 100.18엔을 기록해 7월 25일 이후 처음으로 다시 100엔대를 돌파하면서 8월 28일~9월 6일 중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3.1% 절하됐다. 그 결과 원화는 엔화에 대해 5.3% 절상됐다.

올해 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105엔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미국 출구전략으로 원화가 다소 절하된다 하더라도 원화는 엔화에 대해 절상될 전망이다. 전고점 대비 38% 정도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의 절상폭이라면 1997년과 2008년 위기 경험, 원/엔 환율에 대한 한국 수출의 높은 탄력성으로 미뤄볼 때 내년과 후년의 한국 경상수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외화유동성 671억 달러 부족

눈에 띄는 점은 1997년과 2008년 위기 때에도 원/엔 환율이 하락세로 접어든 후 대체로 1년가량 뒤에 경상수지가 악화되기 시작해 1년가량 지속됐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1995년 초부터 원/엔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그 충격이 1996년부터 나타나 경상수지/GDP 비율이 1996년 1분기 -3.7%에서 1997년 1분기 -5.5%까지 악화되면서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다. 2004년 초부터 낮아지기 시작한 원/엔 환율의 충격은 2005년 초부터 나타났는데 2004년 초 5.2%이던 경상수지/GDP 비율이 2005년 1분기에 2.4%로 줄어든 후 점차 하락해 2006년 1분기에는 -0.3%로 줄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볼 때 불황형 흑자로 그 시기가 늦어지고는 있으나 내년부터는 원/엔 환율 하락의 충격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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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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