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취재

현대증권의 참 이상한 노사갈등

“4연임 노조위원장이 경영·인사 개입”(使) “외부 인사가 회사 망치고 있다”(勞)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현대증권의 참 이상한 노사갈등

1/5
  • ● 2009년 백두산, 2012년 상하이에서 조합원 총회
  • ● 위원장 4연임, 14년째 상근… 직업이 노조위원장?
  • ● 노조위원장 출마 조합원들, 선거 이후 제명
  • ● 사측 상대로 27건 고발
현대증권의 참 이상한 노사갈등

7월 19일 현대증권 싱가포르법인 개소식이 열린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에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창립 51주년을 맞은 현대증권은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대증권이 주도한 ‘BUY KOREA’ 캠페인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그랬던 현대증권이 노사갈등이라는 심각한 속병을 앓고 있다.

민경윤(44)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특별한 직책도 없이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부 인사 때문에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이 언급한 외부 인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황두연 ISMG 대표다. 현대증권 노조의 고발을 계기로 현재 황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해외로 간 ‘어울마당’

노조가 외부 인사의 부당한 경영 개입과 사측의 노조 파괴에 맞서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현대증권 고위 경영진은 “노조위원장을 4번 연임하며 노조 상근만 14년째 하는 위원장이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넘어 인사권과 경영권에까지 간섭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깊어졌다”고 반박한다. 현대증권의 일부 직원도 “같은 직원이라도 노조위원장은 이른바 갑을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다”며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어떤 피해가 돌아올지 우려스럽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현대증권 노사 갈등의 특이한 점은 이처럼 경영진은 물론 일부 직원들까지 노조위원장의 위세에 눌려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의 노사 대립은 단순히 사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노사 갈등이라는 속병이 깊어지면서 현대증권의 경쟁력도 현저히 약화됐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가 발표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평가에서 현대증권은 지난해 16위, 올해 15위를 기록했다. 현대증권의 경쟁력 약화는 현대증권을 이용하는 고객과 주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도대체 현대증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09년 4월 말 현대증권 노조는 ‘조합원 총회’ 명목으로 백두산으로 향했다. 1100명이 참석한 당시 행사 비용은 1인당 경비가 100만 원 정도로 총 11억 원이 들었다. 소요 경비 가운데 70만 원은 노조가 부담하고, 나머지 30만 원은 개인이 부담했다. 일부 조합원은 자녀를 동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증권 노조가 주도한 백두산 등반행사에는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인사 여럿이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현대증권 노조는 전세기를 띄워 1000여 명이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당시 행사에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사위, 천영세 전 민노당 의원과 이영희 지도위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신하원 정보경제연맹 위원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이민 대우증권 노조위원장 등이 외부 인사로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행사의 개인별 부담액은 20만 원이었다. 나머지 비용은 노조가 댔다.

노조 초청으로 행사에 참석한 외부 인사는 비용은 부담하지 않았지만 별도로 찬조금을 냈다고 한다.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경품 추첨 행사 등에 보태라며 외부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찬조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2002년 해외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을 계기로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노동문화제’를 매년 진행해왔고, 2009년부터는 ‘노동문화제’를 ‘어울마당’으로 이름을 바꿔 행사를 진행해왔다. 현대증권 노조가 백두산을 다녀오고, 전세기를 띄워 중국 상하이를 다녀온 것은 ‘어울마당’으로 이름을 바꾼 이후다.

조합원 총회를 이유로 전세기를 띄워 해외를 다녀온 것에 대해 현대증권 안팎에서는 ‘과했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증권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2009년이면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라 많은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고 있었다. 아무리 노조 행사라고는 하지만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시점에 단체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은 부적절했다. 한마디로 오버다”라고 말했다.

노조에 입사했다?

1996년 7월 현대증권에 입사한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3년 6개월 동안 서울 모 지점에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 2000년 1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노조 상근자로 근무해왔다. 14년째 상근자로 근무하는 그를 두고 현대증권 내부에서는 “현대증권에 입사한 것이 아니라 현대증권 노조에 입사했다”는 말이 나온다.

민 위원장은 2000년 1월~2001년 6월말 현대증권 노조 제7대 집행부 사무국장, 2001년 7월~2004년 말 현대증권 노조 제8대 집행부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5년 1월~2007년 10월 말 제9대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2007년 11월~2010년 7월 제10대 위원장으로 연임했다.
1/5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목록 닫기

현대증권의 참 이상한 노사갈등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